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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부의 오늘

    [사법부의 오늘] ② '이상한 휴직' 논란

    원하지 않는 재판업무 맡게되자 돌연 휴직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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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들 사이에서 "일할 맛이 사라져간다"는 사법부의 오늘. 그 이면에는 예전에는 찾기 힘든 기현상들도 한몫한다. 대표적인 것이 사무분담을 정하는 시점을 전후로 한 '이상한 휴직' 논란이다. 사무분담은 판사가 어느 재판부(민사부나 형사부 등)에서 어떤 전문분야(노동, 건설, 지식재산 등) 재판을 할지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기피 재판부에 배치되는 등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사무분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돌연 휴직하는 사례다. 이는 주변의 눈총을 사는 것은 물론 전체 법관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주요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법원 안팎에서는 "해당 업무를 대체해야 하는, 제 할 일을 하는 법관들이 피해를 입게 될 뿐만 아니라, (돌발 휴직으로) 재판진행이나 사건 처리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말이 나온다.


    ◇ '이상한 휴직' 사례 줄줄이 = 모 지방법원 형사합의부 재판장이던 A부장판사는 복잡한 형사사건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돌연 휴직했다. 결국 이 사건은 다른 판사에게 넘어갔고, A부장판사는 휴직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복귀해 민사 단독을 맡았다.


    다른 법원에서 일하던 B판사도 법관 정기인사 단행 후 이뤄진 사무분담 직후 휴직을 신청했다. 같은 법원에서 일하는 한 판사는 "B판사가 자신이 1순위로 지망한 대로 사무분담이 이뤄지지 않자 돌연 휴직을 신청했고, 이후 수석부장판사를 찾아가 '사무분담을 변경해주면 휴직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퍼져 다들 깜짝 놀랐다"고 했다.

    또 다른 지방법원에서는 형사합의부 배석판사 업무를 맡게 된 C판사가 사무분담 직후 휴직을 신청했다고 한다. 동료 판사는 "C판사는 휴직한 뒤 복귀하면 다른 업무를 맡게 될 것을 기대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무분담위원회는 C판사가 복귀 후 다시 형사합의부 배석판사로 배치되도록 유학 예정인 판사를 해당 합의부 배석판사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미 세 차례나 휴직을 한 모 판사가 사무분담 직후 네 번째 휴직을 했다', '신임 법관이 첫 부임지로 발령난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갑자기 휴직을 신청했다'는 등의 말들이 법원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형사부나 영장재판부 등 중요 재판부에 근무하게 되면 정치권과 여론으로부터 부당하게 공격을 받을 수 있고, 야간이나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할 정도로 업무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사법부 권위와 신뢰 추락, 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겨우 유지하던 기존 시스템에 대한 회의, 승진제 폐지 등 열심히 일할 동기가 사라진 것도 이상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한 판사는 "예전에는 원치 않는 사무분담이 이루어져도 참고 일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보수 등 처우 대한 불만족을 참기보다 업무라도 원하는 보직에서 해야겠다는 의식이 팽배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부장판사는 "선호하는 재판부 등 자신이 원하는 보직을 맡기 위한 수단으로 휴직을 이용하는 사례가 소수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여러 문제점을 낳기 때문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 내부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이라며 "국민이나 변호사 등 외부에서 볼 때 판사들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마른자리 찾기에만 급급한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보직 맡기 위한 

    수단으로 휴직 사용

     

    동료 판사에 자괴감·박탈감 주고

    사기도 저하 시켜

     

    묵묵히 일하는 법관들만 피해

    재판 진행에도 문제


    ◇ "판사로서 부끄럽다" = 
    법원 내부에서도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무분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돌연 휴직을 떠나는 것인가 의심되는 상황이 (생각보다) 많다"며 "휴직이 무기가 되는 셈인데 판사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법원장을 지낸 한 부장판사는 "판사가 사무분담이 마음에 안 든다고 휴직을 악용하는 일은 상상도 못했다"라며 "법관은 어떤 사건이 오더라도 맡은 바 최선을 다 해야 하는데, 맡기 싫은 사건을 정해두고 휴직을 악용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판사도 "비서울권에서 고등법원으로 배치될까봐 휴직을 하겠다고 했다가 (인사 시즌이 끝난) 3월에 철회하고 돌아오는 케이스도 있다"고 했다. 그는 "(판사가) 휴직을 하겠다고 예고하면, 고등법원이나 어려운 자리는 안 보내고 인사에서 제외해둔다"며 "(인사) 이후 휴직을 철회하면 합의부의 경우 이미 구성된 3인 합의부에 이른바 깍두기처럼 1명이 추가돼 4인 합의부가 되고, 단독재판부라고 한다면 총 인원 수에 1명이 추가로 배치되기 때문에 편한 자리가 되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축근무를 신청하면 배석판사 업무를 맡기기 어려워 단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고 단축근무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검찰처럼 단축근무를 하더라도 배당은 축소하면 안 되는데, 법원의 경우 배당 축소를 하니 편법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동료 법관들 사이에서 '일이 힘들거나 사무분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우리도 휴직할까'라는 자조적인 농담이 오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휴직은 정당한 권리이고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지만, 이런 문제적인 케이스들이 쌓이면 정당하게 휴직을 쓰려는 판사들까지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 법원 밖에서도 '우려' 목소리 =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법원 밖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검사는 "공판에 들어가보면 형사재판은 힘들어서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는 판사들이 있다"며 "구속기한에 쫓기는 중요사건인데도 집중심리는커녕 심리를 미루더니 법원 인사철을 앞두고 재판장이 휴직을 하더라. 법원이 이러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인력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법원의 사무분담은 '제로섬' 시스템이다. 한 법관이 휴직을 하게 되면 그 업무를 다른 법관들이 대체하는 구조"라며 "결국 해당 업무를 대체하게 되는 판사들은 불의타를 맞게 되는데, 그런 동료 법관들에 대한 일말의 배려나 예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일부 소수의 법관들이 일으키는 문제겠지만 동료 법관들에게 큰 자괴감과 박탈감을 주고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이라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사법부를 보는 외부의 시선도 안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변호사들이 경력법관으로 지원하려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휴직으로 꼽히는 일도 있다"며 "(로펌과 달리) 법원에서는 쉬고 싶거나 자기가 필요할 때 판사들이 언제든 편하게 휴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박수연·한수현·이용경 기자

    sypark·shhan·yklee@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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