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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등기 임원주소 쉽게 노출…범죄 표적 우려

    이용경 기자 ykle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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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형로펌 법인등기부(왼쪽)와 테라폼랩스 법인등기부(오른쪽). 임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했다. 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700원을 내면 열람이 가능하다.

     

    법인등기부에 법인 대표와 이사들의 개인정보인 집주소가 노출돼 이들이 언제든 범죄나 시위의 표적이 될 수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현행 민법 제49조 2항 8호는 이사의 성명과 주소를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또 주식회사의 설립등기 사항을 규정한 상법 제317조 2항 9호는 회사를 대표할 이사 또는 집행임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법이 대표와 이사의 주소를 공시사항으로 함으로써 법인 이름만 알고 있으면 누구나 대법원이 운영하는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대표이사의 주소지를 간단하게 열람할 수 있다.


    지난 5월 가상자산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수십억 원의 손실을 본 투자자가 루나·테라 발행사인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의 서울 자택에 무단으로 침입해 위협한 사건도 법인등기를 열람해 권 대표의 주소지를 알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등기를 통해 알아낸 대표이사의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친 절도범도 있고 취재를 거부하는 법인 대표를 집까지 찾아간 기자도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법인등기 공시제도를 악용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국회 차원의 조속한 개선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재열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테라폼랩스의 권 대표 사례 등은 공시제도의 디지털화로 불특정 다수가 점차 접근이 쉬워지며 생겨나는 부작용"이라며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열람하는 경우에는 열람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목적 이외로 등기를 활용할 경우 손해배상을 하도록 강구하는 등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의 구체적인 주소, 이를테면 동과 호수까지는 말고 시·군·구까지만 공시하되, 소송제기 등 특정한 경우에만 주소 전부를 공시하도록 하는 이원적 방법 등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시 기능을 갖추는 선에서, 예컨대 주소지의 동까지만 공개하는 등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2007년 전직 교수가 판결에 불만을 품고 부장판사에게 가한 석궁 테러도 재산공개 때 노출된 부장판사의 아파트 주소를 보고 벌인 것으로 드러나 이후 재산공개 때 주소의 동호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법인명 알면 주소지 열람 가능
    제도 악용 땐 심각한 결과초래
    목적 외 사용하면 적절한 제재
    국회차원 개선 입법 논의 필요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2020년 데이터 3법 개정 이후 가명정보 제도가 도입된 만큼 법인등기 제도를 개정해 온라인 상에서 검색가능한 정보 중 일부는 가명정보처리 또는 비식별처리가 가능하도록 등기법을 개정하고, 실명정보 제공이 필요한 경우는 등기소를 방문해 사용목적을 기재하고 교부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홍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도 "최근 공시 범위가 확대되는 경향이지만,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도 강화되고 있다"며 "주소는 개인정보에 가깝기 때문에 공시를 강화하면서도 개인정보의 침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문재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회사는 영리목적의 사법인이지만 이해관계자가 많고, 실제 법인의 업무정책 결정 및 업무집행자가 누구인지는 이해관계자들의 재산권 보호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며 "현재 상법상 법인등기부 기재사항은 최소한의 필요불가결한 공시사항이라고 판단되고, 개인정보 보호와 회사 이해관계자 보호의 이익형량의 관점에서도 비합리적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법인등기상 이사의 주소 기재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다 그렇게 시행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들어 국민들 사이에 울분이 표출되는 경향이 점차 확산되며 회사 대표나 이사들 집 앞에서 시위를 하는 문제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공시제도를 악의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계장부를 열람하려면 3% 이상의 주주들이 법원 허가를 얻어야 한다"며 "이처럼 정당한 열람 사유를 기재해 이사의 주소지가 포함된 법인등기 열람에 관해 법원의 허가를 받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절차가 복잡해지는 등 비용이 발생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상법상 대표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등기하게 돼 있는 것은 회사를 대표하는 자를 특정하고, 허무인이 아닌 실제 사람을 대표자로 두도록 강제하며, 그 정보를 공시해 투자자 및 이해관계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의 관점에서 주민등록번호나 주소의 일반공개는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상업등기규칙 제34조에서 주민등록번호 전부 또는 일부를 대법원 예규로 공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대표자의 주소에 관해서도 유사한 제한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상업등기규칙은 대법원규칙이므로 국회를 통하지 않고도 개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인 이사가 범죄 신고자인 경우 이사를 보호하기 위해 주소 공시를 제한하는 법안은 발의돼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10월 이 같은 내용은 담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에 제8조 2항을 신설해 특정범죄의 신고자가 법인 이사인 경우에는 그 이사의 주소는 열람 또는 등기 관련 증명서 발급에 있어서 공시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1년 9개월째 국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박 의원은 "법인명만 알면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이사의 주소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데, 현행 범죄신고자법상 특정범죄 신고자 등에 대한 인적사항 공개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인의 공시제도로 인해 특정범죄 신고자 등이 법인의 이사인 경우 주소가 공개돼 신변안전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법원은 "입법취지에 공감하지만 예외적으로 공시가 제한되는 등기사항을 인정하는 것은 등기의 효용성과 이사의 특성 및 소송서류의 송달 등의 문제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등기부상 공시를 제한하기 위해서 법인 이사가 범죄신고자라는 정보를 등기부 관리부서에서 알기 위한 조치가 법률상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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