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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속한 사건 해결” “국가 형벌권 후퇴” 의견 분분

    ‘고소 전 합의’ 무엇이 문제인가

    정준휘 기자 junhui@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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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변호사는 최근 특수강간사건에 연루된 남성이 '고소 전 합의'를 통해 처벌을 피하게 된 사건을 접하게 됐다. B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의 고소를 맡고나서 가해자 측으로부터 거액의 합의금을 제공할 테니 불고소에 합의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법조계에서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범죄를 합의로 종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고소 전 합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형사고소 전에 합의를 하고 서로가 요구하는 조건을 이행하는 것이다. 통상 사과와 함께 합의금을 지급하고 고소를 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을 내용으로 한다. 법적 요건과 효과가 법률 등에 별도로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행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속한 피해 배상 등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구제 및 피해자 의사의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고소 이후는

    처벌 면하기 어려운 성범죄 사건서 주로 활용


    피해자 의사 반영됐다고 하지만

    ‘돈으로 처벌 피하기’ 강해


    “암암리 합의 유도하는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 필요”

    지적도


    ◇ ‘신속한 해결’ 대 ‘국가 형벌권 후퇴’
    이런 합의는 주로 성범죄 사건에서 활용된다. 성범죄 피해자 측도 처벌보다 합의를 통한 원만하고 신속한 해결을 원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성범죄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성범죄가 모두 비친고죄로 바뀌어 일단 고소가 이뤄지고 나면 처벌을 면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고소 전 합의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속한 사과와 피해 배상은 고소 전 합의가 가지는 순기능이다. 피해자의 의사가 합의 성립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의사가 잘 반영될 수 있는 절차라는 반응도 있다.

     

    강력범죄 등 중대한 사건에서 ’고소 전 합의‘가 부적절하다는 입장도 크다. 고소 전 합의를 관행이나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행위라는 이유로 인정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후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고소 전 합의와 다른 합의의 차이는 양형참작요소를 넘어 고소 자체를 하지 않게 만드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사건 인지에 사실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하나 결국 돈으로 처벌을 피하는 측면이 있고, 특히 비친고죄의 경우 고소는 수사의 단서일 뿐 처벌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합의 여부가 수사나 처벌 여부에 어떻게든 영향을 주도록 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합의 후에 다시 고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범죄를 수사해 처벌해야 하는 국가형사작용의 측면에서 이런 합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일부 경찰은 고소장을 받아 놓고도 입건을 미루고 있다가 '합의를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종용한 뒤 합의가 이뤄지면 고소장을 돌려주며 입건 자체를 하지 않기도 한다. 또 고소 전 합의 내용에 따라 참고인 조사에 불출석하는 피해자를 알고도 그냥 두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성범죄라면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전환한 취지를 몰각시킬 수도 있다"며 "성범죄를 합의로 종결한다고 하면 국민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고소 전 합의' 등을 형사사법시스템 관리 영역 내에 둬야
    고소 전 합의를 포함한 형사합의 전반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현행 형사사법시스템 관리 영역 내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형사조정제도를 개편하자는 것이다. 형사조정제도는 조정을 통해 피해의 실질적 회복과 사건의 자율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대검예규인 '형사조정 실무운용 지침'에 따른 제도다. △사기, 횡령, 배임 등으로 고소된 재산범죄 △명예훼손·모욕 등 고소사건 △그 외에 형사조정에 회부하는 것이 해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고소사건 등을 대상으로 한다. 고소 전 합의를 암암리에 유도하는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사법정책연구원이 2014년 발간한 '형사사법절차상 형사합의 관행의 실태분석과 제도화 방안' 연구서에서도 중대범죄를 합의로 해결하려는 데 대해서는 법원과 검찰, 경찰은 물론 변호사들까지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에 따르면 중요 18개 범죄 유형 중 살인(84.6%), 강도(78.1%), 약취·유인(71.7%), 강간·강제추행죄(59.5%) 등은 형사합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합의 과정에서 가해자 측이 협박 등을 하거나 피해자를 참고인 조사에 불출석하도록 회유하는 것 같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면 합의 자체가 위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양성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다”며 “범죄 유형을 보다 정밀히 분석해 합의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별하고 합의가 불가능한 범죄에 대한 여타의 합의를 제재하는 한편 형사조정제도개편·활성화 해 형사사법시스템 내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고소장을 반려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는 고소 전 합의를 용이하게 만드는 요소"라며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형사합의를 단순히 개인의 자유로만 봐서는 안 된다. 특히 1차 수사권을 가진 경찰의 고소장 반려 및 내사종결 사유와 경위 등을 보다 촘촘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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