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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사업장’의 해석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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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8.]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책임을 원칙적으로 ‘사업주’에게 부담시키면서도, 일정한 경우에는 사업을 타인에게 도급한 ‘도급인’에 대하여도 ‘수급인의 근로자’가 작업을 할 때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급인의 책임 범위와 관련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2020. 1. 16. 법률 제17,433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은 도급인이 자신의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었고 그 도급이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 자신의 사업장에서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서도 관련 책임을 부담하게 하였습니다(제29조 제1항). 그런데 위와 같은 도급인의 책임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에 2020. 1. 16.부터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 책임을 확대하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도급인의 사업장’을 확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형식적으로는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까지도 ‘도급인의 사업장’의 범위에 포함시킨 것입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제2항). 그리고 이러한 법규정의 의미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도급시 산업재해예방 운영지침’이라는 행정해석을 마련하여, 도급인이 해당 장소의 유해·위험요인을 인지하고 이를 관리·개선하는 등 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면서도, 각 예시를 통해 도급인의 사업장의 범위를 상당히 확대하는 해석론을 전개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도급인의 사업장에 관한 규정을 차용하여 도급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장소에 대해서는 도급인의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부담하게 하였는데, 그 범위가 매우 모호하여 법적인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하급심 법원은, 수급인이자 자회사인 회사가 운영하는 공장 내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서 도급인인 모회사가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도급인의 사업장’의 의미에 대한 제한적인 해석을 하였습니다. 해당 사안에서 모회사의 사업장과 자회사의 사업장은 같은 공장 부지에 위치하고 있어 공장 부지에 진입하려면 공장 정문을 통과하여야 하였고, 도급인의 근로자들과 수급인의 근로자들은 같은 공장 정문을 통해서 출퇴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공장 부지에 들어가면 모회사와 자회사는 각각 다른 부지를 사용하고 있었고 각각의 부지 사이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있어 양 회사의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회사의 근로자들이 자회사가 사용하는 부지에 들어가려면 바리케이트에 설치된 통신시설을 통해 자회사의 승인을 받은 후에 들어갈 수 있었고, 반면 자회사의 근로자들은 출입카드를 통해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자회사는 해당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시장가에 따라 수십억원의 임차료를 모회사에 지급하고 있었습니다. 공장 부지에는 하나의 공장 건물이 있었는데 모회사와 자회사가 그 건물 공간을 각각 나누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회사가 사용하는 공간과 자회사가 사용하는 공간은 견고한 벽체로 구분되어 있었으며 자회사는 건물에 대해서도 임차료를 지급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자회사는 생산을 위해 많은 설비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해당 설비는 모두 자회사의 소유였습니다. 모회사와 자회사는 각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전기료 등 공과금도 각자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회사가 사용하는 공간에서 자회사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고용노동부는 해당 중대산업재해가 도급인인 모회사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하면서 모회사의 공장장을 처벌하려고 하였으며, 모회사에 대한 감독을 진행하였습니다. 감독 결과 나타난 위반사항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해당 공간이 ‘도급인의 사업장’이라는 전제에서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에 적용되는 가중된 과태료를 부과하였습니다. 이에 모회사인 도급인은 수급인인 자회사의 사업장은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가중된 과태료 부과에 대한 불복절차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상당 기간의 심리 끝에 재판부는, 자회사가 부지 및 건물에 관하여 상당한 임차료를 지급하고 사용하고 있는 점, 공장 부지는 같지만 별도의 출입구와 벽체 등 사업장의 경계가 명확하고 상호 왕래도 자유롭지 않은 점, 생산 설비 일체를 수급인이 직접 소유·관리하는 점, 시설 관리 및 사업 운영 역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점, 사망사고로 자회사 임직원만 처벌을 받았고 모회사 공장장은 처벌을 받지 않은 점등을 종합할 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수급인 사업장은 ‘도급인의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결정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사업장’에 대한 해석론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최초로 ‘도급인의 사업장’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보여 준 것이며, 동시에 ‘도급인의 사업장’의 범위를 가급적 넓게 보려는 기존 해석론에 제동을 건 중요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법원의 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범위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유용한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영석 변호사 (ysgi@shinkim.com)

    박성기 변호사 (skipark@shinkim.com)

    이세리 변호사 (srlee@shinkim.com)

    김동욱 변호사 (dwokim@shinkim.com)

    김종수 변호사 (jsokim@shin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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