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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아터 안 데어 빈의 부활

    유형종 대표(무지크바움·음악&무용 칼럼니스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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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위치한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은 역사적인 극장이다. 모차르트에게 <마술피리>를 의뢰했던 광대이자 흥행사 슈카네더의 주도로 1801년 개관했다. 1803년 1월에는 작곡가로 막 전성기에 접어든 32세의 베토벤에게 일종의 ‘상주작곡가’ 개념으로 방을 제공했다. 덕분에 베토벤은 자주 공연장에 내려가 오페라를 관람했다. 이미 귀가 많이 나빠져서 오케스트라 박스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았다고 한다. 그가 프랑스에서 활동한 이탈리아 작곡가 루이지 케루비니를 높이 평가한 것은 여기서 프랑스 오페라를 자주 접한 덕분이고, 그 격정적인 스타일은 베토벤 중기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다. 베토벤은 테아터 안 데어 빈을 위해 정기적으로 오페라를 쓰기로 했지만 훗날 <피델리오>로 불리게 된 <레오노레> 한 편밖에 남기지 못했다. 그 대본 또한 프랑스 오페라인 피에르 가보의 <레오노르>를 독일어로 개작한 것이다. 한편으론 베토벤 중기의 관현악곡들인 교향곡 2, 3, 5, 6번, 피아노 협주곡 3, 4번, 바이올린 협주곡 등이 이곳에서 초연되었다. 이 극장이 없었더라면 베토벤의 유산은 축소되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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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민간자본으로 큰 극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러 번 주인이 바뀌면서 베토벤의 흔적은 사라졌고 19세기 후반부터 세계대전 이전까지 가벼운 오페레타 극장으로 변모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레하르의 <유쾌한 미망인>이 여기서 초연되었다. 2차 대전 후에는 폭격으로 극장을 잃은 빈 국립오페라가 10년간 이곳을 사용하면서 잠시 빛났다가, 그 용도가 끝나자 주차장 부지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간신히 철거는 막았지만 뮤지컬을 공연하는 대중극장으로 바뀌었다. 1992년에는 VBW(빈연합무대)라는 뮤지컬 프로덕션 회사에 소유권이 넘어갔고 <엘리자베트>, <모차르트> 등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위협하는 오스트리아 뮤지컬들이 이곳에서 초연되었다.



    큰 변화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은 2006년에 있었다. 여전히 VBW 소유임에도 다른 뮤지컬 극장들을 확보한 터라 과감히 오페라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그때부터 좋은 프로덕션을 무대에 올렸지만 “빈을 대표하는 오페라하우스는 빈 국립가극장”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 테아터 안 데어 빈의 역사성에 걸맞은 명성은 따라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20년의 팬데믹으로 다시 기회가 왔다. 당시 세계 거의 모든 오페라하우스가 공연을 포기했지만 테아터 안 데어 빈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작으로 준비한 <피델리오>를 무관객 실황으로 촬영하더니 해가 바뀌기 전에 블루레이와 DVD로 내놓았다. 오페라에 목마른 애호가들에게 <피델리오>가 초연된 ‘베토벤의 극장’ 실황이 선물로 제공된 셈이었다. 유명배우 출신인 크리스토프 발츠의 연출은 연극적으로 출중했고, 나사형 계단을 형상화한 무대는 형무소 마당과 그 지하공간이 배경인 이 오페라에 딱 어울렸다. 이후 주목할 만한 오페라 영상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현재까지 2020년 실황으로는 라모의 프랑스 바로크 희가극 <플라테>(로버트 카슨 연출), 레온카발로의 잊힐 뻔한 오페라 <자자>(크리스토퍼 로이 연출), 2021년 실황으로는 마스네의 <타이스>(페터 콘비취니 연출), 헨델의 영어 오페라 <사울>(클라우스 구트 연출), 마녀 사냥을 다룬 프로코피에프의 <불의 전차>(안드레아 브레트 연출)가 나왔다. 모두 최고 수준의 연출이고 지휘자와 가수들도 이전의 테아터 안 데어 빈 영상들보다 전체적으로 빼어나다. 반짝 성과가 아니라 빈 국립가극장의 무서운 라이벌로 계속 존속하기를 바란다. 베토벤 이름을 팔아서라도 이 극장은 오래가야 한다.


    유형종 대표(무지크바움·음악&무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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