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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군사법원

    [인터뷰] “법조인은 헌법과 법규범 객관적으로 실현하는 주체 돼야”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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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한 지 5년 9개월가량 지난 박한철(69·사법연수원 13기) 전 헌법재판소장은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 전반에 대한 애정과 소신을 드러냈다. 첫 검찰 출신 헌재소장을 지낸 그가 퇴임 후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이념적 편향성과 정치화가 문제 = 박 소장은 현 법조계의 가장 큰 취약점이 이념적 편향성과 정치화라고 지적했다. 이는 사법시스템의 정상적 작동을 왜곡해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를 근저에서부터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위치에 서 있어야 할 재판기관이나 검찰이 좌든, 우든 한쪽으로 치우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진실 여부를 떠나 근원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생각이나 입장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좌우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 편에 치우치는 듯한 정치적 편향성은 사법기관의 본질에 해당하는 공정성이라는 뿌리를 흔들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축구 경기의 진행을 맡은 심판이 어느 일방 팀에 치우치거나 그렇게 비치는 판정을 지속해서 반복한다면, 또 어느 한쪽과 서로 짜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경기 전체를 망칠 뿐 아니라 축구 자체의 매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사법기관의 구성원은 개인의 생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국가, 사회의 미래를 내다보고 오로지 헌법과 법규범을 객관적으로 실현하는 주체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있고, 법과 정의가 살아 숨 쉬게 될 것입니다."

    ◇ 사회 갈등 해결 위해서는 헌재가 적극적으로 헌법 해석해야 = 2022년 대한민국은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이념 갈등 등 그 어느 때보다 사회 갈등이 고조되어있다. 박 전 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헌재가 적극적으로 헌법을 해석해 헌법이 갈등 해결의 수단이자 목표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고 사회안전망이 약화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은 이에 더해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계층 간 이해 충돌, 대립이 증가하면서 사회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근로 시간 단축, 비정규직 및 파견근로자 등 근로 형태의 문제, 복지제도의 재원, 국민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부동산 문제 등을 둘러싸고 계층 간 갈등이 크게 심화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패권주의와 정파적 이해관계에 집착해 정치적 갈등을 양산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갈등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할 정치권은 경쟁적 포퓰리즘과 이전투구식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정치문제와 갈등을 극단적 파행상태로 만든 다음 사법의 영역에 해결을 떠맡기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온갖 갈등과 위험이 일상화된 21세기 현대 정보화 사회의 헌법은 공동체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21세기 현대 헌법은 종래의 근대 입헌주의 및 사회 국가적 헌법의 의미를 기본으로 하되, 이를 한 단계 더 뛰어넘어 '인간 존엄과 공동 번영을 약속하는 기본 가치 질서'로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즉 민주주의의 본질인 다원성과 자율성을 기초로 하면서도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는 국가 원동력으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고, 헌재는 보다 적극적인 헌법 해석을 통해 헌법이 구체적인 갈등 해결의 수단이자 공동체 번영의 목표로 작동할 수 있도록 단계적 가치판단에 있어 준거의 틀로 활용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21세기 사회통합국가 헌법의 역할과 지향점입니다."

    ◇ 코드 인사는 잘못, 재판관 개개인이 헌법적 소신 갖춰 판단해야 = 박 전 소장은 2013년 4월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퇴임 후 3개월여간 이어졌던 소장 공석 사태를 마무리하며 취임했다. 그는 당시 헌재가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믿고 정치권의 '의도적인 흔들기'로부터 벗어나 정치적 공방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는 공식적인 행사 외에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임기를 마칠 때까지 철저하게 원칙을 지켰습니다. 사법기관은 객관적 입장에서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기관으로서 본질상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수록 정치세력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오로지 헌법과 헌법정신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이것이 사법부와 헌재가 존립하는 이유이자 정당성이 인정되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사법기관에 대한 소위 '코드 인사'는 심각한 사법의 신뢰 저하 문제로 연결되고 국가 전체적으로는 헌법 시스템의 약화와 훼손을 가져와 국가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만들 우려가 큽니다. 임명 당시에는 비록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임명되었다 하더라도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고히 인식하고 헌법과 법률에 충실한 해석과 적용을 통해 법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추출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재판을 담당하는 구성원들은 이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삼아야 하고 또 반드시 실천해야 할 직업적 사명으로 여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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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가 사회통합의 나침반 역할 하기 위해서는 재판부 구성 다양화도 필요 = 박 전 소장은 사회적 양극화와 갈등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국회와 정치권은 정치적 갈등을 키워 헌재와 사법부에 모든 걸 떠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헌재는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사회통합의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은 첨예한 갈등 상황에서 여러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정치적 평화 보장과 사회적 소수자 보호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공동체의 안정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관점을 고르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재판부 구성의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6기 재판부에서 여성 재판관 수가 늘어난 것은 큰 발전입니다. 아울러 법질서 체계상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형사법 분야의 전문가인 검찰 출신의 관여가 꼭 필요하고 교수 출신이나 행정 전문가 출신의 재판관 임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모든 재판관이 오랜 경력을 갖춰 안목과 시야가 넓은 분이지만, 아무래도 다양한 경험은 생동감 있는 이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평의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검찰이나 변호사로 계셨던 분이 세부적인 문제점 등을 짚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한편 헌법연구관은 헌법재판 실무 경험을 통해 이론적으로나 사건 분석·해결 측면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더 좋은 헌법재판을 위해서는 이들 중에서도 헌법재판관이 반드시 배출돼야 합니다. 아울러 헌법재판이란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어 국민의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재판관 임명의) 정당성이 최대한 확보돼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임명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장도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정당성은 확보했지만, 대법원장이 재판관을 추천하면 이중으로 정당성이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국회에서 6명을 선출하거나 국회와 대통령이 반반씩 선출, 지명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정당성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헌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헌재의 잇따른 재판 취소 결정… 입법으로 해결해야 = 올해 6월과 7월 헌재가 잇따라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은 이른바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같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 취소 결정이 난 사건은 모두 재심이 청구됐다. 이에 대한 박 전 소장의 생각은 무엇일까.

    "구체적 규범 통제의 대상은 법률이고 위헌 여부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법률의 해석이 당연한 전제가 됩니다. 법률에 합헌적 요소와 위헌적 요소가 섞여 있는 경우에 전면 위헌 선고를 하게 되면 법적 안정성이 무너지는 등 큰 법적 혼란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에 한정위헌 결정은 특정한 해석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위헌적 해석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헌재가 내리는 부득이한 보완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정위헌 결정도 위헌 결정의 하나이며 헌법을 실현하고 헌법 가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불가피한 헌법해석의 방법이자 선택인 것입니다. 예컨대, 실제 사건에 있어 제주도 통합평가심의위원회의 위촉위원과 같이 공무원 의제 규정이 없는 사인(私人)을 유추해석만으로 특가법상 뇌물죄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보아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할 것입니다. 비록 그 사인의 직무가 공무에 준하고 법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면 형사처벌의 불이익으로부터 구제해 줄 수밖에 없고, 구제해 주어야만 하는 것이 근대 입헌주의 헌법의 양대 원칙으로 면면히 내려온 죄형법정주의의 근본정신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합니다. 독일의 경우에도 연방헌법재판소의 초창기에 변형결정의 문제를 두고 법원 측과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입법적으로 해결을 했고 우리도 궁극적으로는 입법적으로 명확하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입니다."

    정치세력과는 거리 두고
    헌법과 헌법정신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재판관 3명은 대법원장 지명
    대법원장이 재판관 추천하면 정당성 취약


    ◇ 검수완박에 대한 생각과 최근 발간한 저서 '헌법의 자리'는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사건이 헌재에 계류되어있는 만큼, 그에 대한 박 전 소장의 의견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관계가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만큼 의견을 밝히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만 지적한다면 내용이나 절차에 대한 부분은 차치하고, (검수완박법은) 형사사법의 기본법이고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중요한 법이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검토하고 여론을 수렴해 결론이 나야 함에도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듯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졸속 처리될 법은 아니라는 점은 지적하고 싶습니다. 최근 발간한 '헌법의 자리'는 '법률가'가 아닌 '시민'을 위해 집필했습니다. 지난 대선 때 국민, 특히 젊은 세대가 정치권의 유혹과 선동에 휩쓸리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정치와 민주시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성장한 우리 청년들에게 헌법 정신과 가치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 제기하고 올바른 판단기준과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려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그동안 국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주요 헌법 재판 사례를 살펴보면서 국가의 역할, 정치의 본질, 국민의 권리, 헌법적 가치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성찰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싶었습니다."

    ◇ 후배 법조인들, 각 분야 '헌법 수호자' 되어야 = 박 소장은 후배 법조인들에게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의 사회 생활은 법과 관련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법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법조인은 가치 갈등의 시대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고 헌법정신을 앞장서 실천함으로써 민주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지도자입니다. 법조인은 법률전문가로서 사회 각 분야에 있어서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수호자가 돼야 합니다.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함으로써 새로운 가치창조의 주역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도 어떤 가치를 목표로 추구하고 어떤 인생의 목표를 정하는지가 그 사람의 성공 여부를 가른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는 현실 순응적 태도만으로는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할 것입니다."


    박수연·안재명 기자   sypark·j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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