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뉴스

    서적정보

    [내가 쓴 책] 해금(海禁)(김석균 著, 예미 펴냄)

    성공한 근대화
    실패한 근대화

    김석균 고문(법무법인 대륙아주·전 해양경찰청장·한서대학교 교수)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83080.jpg

     

    과거의 역사를 해석하고 오늘날에 그 의미를 적용하는 것은 시대적 배경과 개개인의 역사적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빅 히스토리(Big History)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류사를 관통하는 역사적 큰 흐름이 있다. 농업혁명을 거쳐, 산업혁명, 정보화혁명 이후 4차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메가트렌드가 그런 것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활용하는 과학, 기술, 법, 제도, 학문, 문화 등 대부분은 서양에서 태동하여 발전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배우려고 애쓰는 영어는 말할 것도 없다.

    나는 해금(海禁)의 역사를 통해 근세 이후 서양 우위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역사적 기원을 찾고자 했다. 해금은 ‘하해통번지금’(下海通番之禁), 즉 ‘바다로 나아가 오랑캐와 소통하는 것을 금한다’는 의미로, 명·청시대 중화세계의 일관된 쇄국정책이자 반해양·반무역정책이었다.

    해금령 이후 우월했던 동양의 부, 과학, 기술, 문화, 사상적 지위는 역전이 되고, ‘서양 오랑캐’라고 불리던 서양인들이 근세사를 주도하게 되었다. 오늘날 서양의 세계사적 지위와 역사적 성취는 근세 유럽인들의 해양 개척의 결과물이거나 그 파생물이다.

    근세에 서양은 대양으로 나아갔고, 동양은 바다에 빗장을 치고 해양과 담을 쌓았다. 서양은 개해(開海)의 역사이고, 동양은 해금의 역사이다. 식민의 역사를 경험하고 서양의 제도, 문화와 관습에 노멀(normal) 지위를 내어준 동양의 역사는 해금의 결과이다.

    서양의 위력 앞에 강제로 문호를 개방하고 근대화를 추진했던 조선과 청, 일본 중 일본만이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일본은 세계사의 큰 흐름과 자국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근대화에 과감히 도전했지만, 청과 조선은 성리학적 명분론과 중화체제의 우월감에 빠져, 해금으로 빗장을 치고 바깥세상의 변화에 눈감았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과감한 정치·사회변혁과 부족한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실용을 추구했다. 그 차이는 동양의 패자와 식민지였다.

    해양 진출의 현대사적 의미는 4차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그 옛날 목숨을 걸고 거친 대양을 항해했듯이 미래를 선도하는 과감한 도전과 혁신, 개방적 자세일 것이다. 근대 동서양의 ‘해금’과 ‘개해’의 역사를 통하여 낡은 가치와 진영에 얽매여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고, 미래 변화를 선도할 리더쉽이 아쉬운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뒤돌아보게 한다.


    김석균 고문(법무법인 대륙아주·전 해양경찰청장·한서대학교 교수)

    리걸에듀

    더보기

    섹션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