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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법원의 적극적 판단 주목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한수현 기자 shhan@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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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회사의 설계도면 등을 외장하드에 담아 이직한 회사에서 활용한 것으로 조사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법원이 영업비밀을 보유한 회사의 손을 들어주는 적극적 판단을 내놓았다. 2019년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유출 혐의를 놓고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국내외에서 소송전을 벌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사건 후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점차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봐 이번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 2에 따라
    직권으로 손해액 추정 가능

    법원 판단 시 적극 활용해야


    ◇ 이번 수원지법 판결은 = 수원지법 민사14부(재판장 부동식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위니아(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이재근, 임형주, 김지환 변호사)가 A,B 씨와 경동나비엔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2019가합17198)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 B 씨는 각 1999년, 1995년에 위니아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2017년, 2018년 영업비밀 유지 등에 관한 정보보안 서약서를 제출하고 퇴사한 뒤 경동나비엔에 입사했다. A 씨는 퇴사 전 사무실에서 서버에 접속해 영업비밀인 김치냉장고 등의 제품 설계도면 파일 9만여 개를 자신의 외장 하드디스크에 저장했고 퇴사 후 해당 자료를 가지고 나왔다. 또 영업비밀이 담긴 업무서류철과 연구보고서 등을 임의로 반출했고 경동나비엔에 입사해 해당 하드디스크를 업무용 PC에 연결해 관련 정보를 열람하거나 사용했고 경동나비엔의 직원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서버에 업로드했다. 2018년 10월 검찰은 경동나비엔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A 씨 등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등으로 기소했고 A 씨는 징역형, B 씨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경동나비엔은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후 위니아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B 씨의 행위는 영업비밀을 비밀로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니아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공개·사용한 영업비밀 침해행위”라며 “A,B 씨, 경동나비엔의 행위로 영업비밀의 가치가 손상돼 위니아는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는 손해를 입었고, 경동나비엔이 지휘·감독의무를 다했다면 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피고들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사건을 대리한 이재근(49·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는 "이번 민사판결은 △피고들(퇴직직원 및 경동나비엔)이 위니아 제품의 설계도면 등 약 10만개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의 자료를 유출했다는 사실을 형사판결에 이어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단순히 퇴직직원들의 개인 일탈 행위가 아니라 경동나비엔이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공범이라는 사실 △유출된 자료 전체가 원고의 영업비밀이라는 사실 △원고 영업비밀 자료 대부분이 경동나비엔의 FTP 공유서버에 업로드하여 공개하는 방식 등으로 경동나비엔 업무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며 "특히 경동나비엔은 퇴직직원들의 기술 유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새로운 PC로 교체를 명하고, 오히려 제보 직원의 퇴사하도록 독촉한 사실도 함께 인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기존 형사판결에 이어 민사판결에 의하여도 경동나비엔이 퇴직직원들과 공동해 위니아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다는 점이 명백히 인정됐고, 이 판결로 인해 영업비밀을 유출한 직원들 및 경쟁회사에 대하여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었다"며 "위니아의 기술이 여전히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확인 받았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형주(45·35기) 변호사도 "이번 민사판결은 기존 형사판결에 이어서 경동나비엔이 퇴직직원들과 공동하여 위니아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점을 민사 법원에서 명백히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영업비밀 사건의 경우 몇 년이 걸리는데 이번 사건은 비교적 조속히 형사 및 민사절차가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영업비밀 침해 행위가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압수수색이 이루어짐으로써 침해대상 물건을 특정하는 증거들을 찾지 못했는데 이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과거에는 자백 없으면

    피해 등 입증 어려웠지만
    포렌식 가능 후

    영업비밀 보유자 승소 사례 많아져

     

    ◇ 법조계 반응은 =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에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며 “영업비밀 침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에 따라 직권으로 손해액 추정할 수 있는데 앞으로도 전향적으로 이와 관련해 사법부가 해당 규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주(38·변호사시험 5회) 법무법인 창경 변호사는 “영업비밀은 단 한 번의 침해 행위로도 피해 기업에는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손해를 입힐 수 있다”며 “피해 기업이 입는 손해는 비밀유출로 인한 직접적인 매출 감소 외 사업 기회의 상실, 독점권 상실, 신뢰성 상실 등 무형적인 손해가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지만 막상 소송을 통해 그 손해액을 입증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욱(51·사법연수원 28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과거에는 자백이 없으면 입증이 어려웠지만 포렌식이 가능해진 후에는 입증이 용이해져 영업비밀 보유자가 승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수연·한수현 기자   sypark·sh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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