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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 손녀의 엄마가 된 할머니… 법원, 조모의 손녀 입양허가 신청 '인용'

    서울가정법원, 지난해 12월 1심 취소하고 인용 결정

    이용경 기자 ykle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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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부의 행방불명과 친모의 양육 포기로 중국으로 강제 출국될 위기에 처했던 중국 국적 어린이에 대해 법원이 할머니가 낸 입양허가 신청을 인용했다. 이번 결정은 아이의 복리에 더 부합할 경우 조부모가 손주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다는 202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 취지에 부합한다.


    3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최호식 수석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5일 A 씨가 중국 국적의 손녀인 B 양을 입양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낸 미성년자 입양허가 신청(2021브30111)에 대해 이를 불허한 1심 심판을 취소하고 "A 씨가 B 양을 입양하는 것을 허가한다"고 결정했다.


    중국 국적인 B 양은 다섯 살이던 2014년 할머니 A 씨를 따라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다. 앞서 B 양은 중국 상하이에서 사업하던 아버지가 사채업자에게 끌려가 행방불명 되고, 어머니도 가출해 홀로 남겨진 상태였다. A 씨는 2007년 귀화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상태였지만, 중국 국적을 가진 B 양을 국내에 장기 체류하도록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이에 A 씨는 재외동포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친모를 찾아 B 양이 방문동거 자격으로 국내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고 직접 B 양을 양육해 왔다. 하지만 2020년 무렵, 한국 생활에 적응해 초등학교를 다니던 B 양에게 친모의 재혼 소식이 들려왔다. B 양이 국내 체류 자격을 잃고 중국으로 강제 출국될 위기에 처하자, A 씨는 B 양을 입양하기로 결심하고 법원에 입양허가를 신청했다.


    1심은 "부친의 사망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입양을 허가하면 할머니가 어머니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 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며 입양허가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입양 제도가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도 덧붙였다.


    A 씨는 1심 결정에 불복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항고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입양을 불허한 1심을 취소하고 입양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친부모가 살아 있어도 아이의 복리에 더 부합할 경우 조부모가 손주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2018스5)을 참조하면서 "B 양의 친부는 약 9년 간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이고, 친모는 사실상 양육을 포기한 상태"라며 "A 씨가 B 양을 입양하지 않는다면, B 양은 돌봐줄 사람이 없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B 양과 양친자 관계라는 새로운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가 있고 실제로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며 B 양을 안정적으로 양육해 왔다"며 "B 양이 할머니인 A 씨의 자녀가 되고 싶다고 밝히고 있고, 입양이 되더라도 가족 내부 질서나 친족 관계가 혼란해지거나 A 양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양친자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와 B 양의 나이, 현재의 양육 환경 등을 종합하면, A 씨가 B 양을 입양하는 것이 B 양의 복리에 부합해 입양을 허가함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류은주(40·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는 "가족 내부 질서나 친족 관계의 혼란이라는 측면보다는 입양 아동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B 양이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당시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021년 12월 C 씨가 외손자 D 군을 자녀로 입양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낸 미성년자 입양허가 청구를 불허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2018스5).


    당시 재판부는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 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법은 존속을 제외하고는 혈족의 입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고,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해 부모·자녀 관계를 맺는 것이 입양의 의미와 본질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혈족을 입양하거나 외손자를 입양하는 예가 있었으므로 우리의 전통이나 관습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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