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도서관 (자료사진)
5년마다 실시하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로스쿨 평가에서 전국 25개 로스쿨 중 16곳이 '조건부 인증'이나 '한시적 불인증'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 로스쿨도 '조건부 인증' 대상이 됐다. '인증' 평가를 받은 로스쿨은 9곳으로, 2012년 1주기 18곳, 2017년 2주기 23곳과 비교해 대폭 감소했다. 로스쿨 측은 "로스쿨 흠집 내기"로 보고 있다. '인증' 평가를 받지 못한 한 로스쿨은 "조만간 변협 평가위원회와 교육부 등에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 행정쟁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 서울대도 '조건부 인증' 평가 받아 =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위원장 오해균)은 2일 홈페이지에 '2022년 제3주기 법학전문대학원 평가 결과'를 공고했다. 평가위는 △학생 △교원 △교육환경 △교육과정 △교육성과 등 5개 평가영역으로 나눠 모든 영역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곳을 '인증'으로 평가했다. 5개 영역 중 부적합 영역이 1개이고 1년 이내 개선이 가능하면 '조건부 인증'을, 부적합 영역이 1개이면서 1년 이내 개선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부적합 영역이 2개 이상인 경우에는 '한시적 불인증' 로스쿨로 평가했다.
그 결과 경희대·서강대·인하대 3곳이 '한시적 불인증'을, 건국대·고려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아주대·원광대·이화여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중앙대·충북대 13곳이 '조건부 인증'을 받았다.
다만 변협 평가위는 로스쿨 설치·폐지·변경 인가, 정원 조정 등과 같은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인증'이란 용어는 평가위가 실시한 5개 영역에 대한 결과만 의미한다. 따라서 '조건부 인증', '한시적 불인증' 평가를 받은 대학이 신입생 모집 등 학사운영에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로스쿨은 평가지표 중 '교원 구성의 다양성'을 충족시키지 못해 '교원' 영역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원을 채용할 때 서울대 본교 출신 2명을 뽑으면 타교 출신을 1명은 뽑아야 한다는 이른바 '본-본-타'(본교-본교-타교)'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인데, 타교 출신 2명을 뽑은 후 본교 출신 4명을 뽑아 문제가 없다"며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평가 주기인 2017~2022년 사이에 지키지 못했다고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 로스쿨 측 강력 반발 = 결과를 받아 든 로스쿨 측은 "로스쿨 흠집 내기"라고 반발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이상경) 관계자는 "일부 교수들이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지병 등 개인 사정으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가 있었고, 학생 지도 시간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교육부가 이런 사정을 고려해 유연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평가위에 전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에 방문한 조사위원 구성에 따라 적합과 부적합 판정의 편차가 심해 기준이 공정한지도 의문"이라며 "'인증'을 받지 못한 로스쿨은 추가평가나 재평가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미 각 로스쿨은 평가를 위해 매년 '자체평가' 준비, '현지평가' 준비 등 행정부담이 과중하다. 평가 주체·기준 변경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 논의를 위해 다음 달 공청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불만 이해하지만 기준 강화 없었다" = 변협 평가위는 조사자와 피조사자 간의 입장차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평가위 관계자는 "평가대상 기간 중 공교롭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으나 이를 정량화해 평가에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다"면서도 "모든 평가는 정량적 요소와 정성적 요소가 결합해 있다. 평가받는 입장에서 불만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오히려 아무런 불만이 없다면 평가로서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1주기, 2주기 평가와 비교해 특별히 평가 기준이 강화된 사실이 없음에도 교원의 강의 적합성에서 불충족 평가가 다수 나왔다"며 "대다수 교원의 경우 우수한 경력과 실력이 검증됐지만 일부 교원이 평가 기준이 요구하는 실적을 충족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평가를 진행하면서 로스쿨의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일부 평가 기준 정비의 필요성을 확인한 바, 평가와 관련된 로스쿨 건의사항 등을 검토해 완성도 높은 4주기 평가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