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으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 등으로 병역면탈자와 브로커 등 13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검사장 양석조)과 병무청은 지난해 12월 합동수사팀을 꾸린지 3개월만인 13일 뇌전증 위장 병역 면탈 사범 등에 대한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동수사팀은 뇌전증 위장 병역 면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브로커 구모 씨와 김모 씨, 이들과 공모한 병역면탈자 108명, 변호사와 한의사 등 공범 20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130명을 기소하고, 사회복무요원 출근 기록 등을 조작해 소집해제를 시도한 조직적 병무비리 의혹 사건도 적발해 래퍼 나플라(본명 최석배)를 구속기소하는 등 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합동수사팀에 따르면 뇌전증 위장 병역 면탈 사건과 관련해 병역의무자 108명은 구 씨 등이 작성한 허위 뇌전증 시나리오를 통해 병역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 씨와 김 씨는 의뢰인들에게 맞춤형 시나리오를 꾸며 제공한 후 허위로 보호자 또는 목격자 행세를 하며 1~2년에 걸쳐 진료 기록을 관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면탈자의 나이, 입영 연기일수 제한 등으로 의뢰인이 신속한 군문제 해결을 요청할 경우에는 119에 허위신고를 한 다음 구급차를 타고 대형병원 응급실로 직행해 범행기간을 단축한 사례도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119 및 응급실 이용시 1,2차 병원을 거치지 않고도 병무용진단서를 발급하는 3차 대형병원 의료서비스를 곧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구 씨는 13억 8387만 원, 김 씨는 2억 1760만 원을 컨설팅 비용 등으로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챙긴 범죄수익 16억여 원에 대해 추징 보전 조치했다.
병역면탈자 중에는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와 배우 송덕호(본명 김정현), 배구선수 조재성 등 연예인과 프로 운동선수는 물론 의사와 의대생, 변호사와 한의사의 자녀 등도 포함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구 씨는 지난해 12월, 김 씨는 지난 1월 구속기소돼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한편 합동수사팀은 뇌전증 위장 병역 면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래퍼 나플라의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둘러싼 병무비리 의혹도 적발해 7명을 기소했다.
합동수사팀은 나플라와 서울지방병무청 복무지도담당관, 서울 서초구청 복무 담당 공무원 등 3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나플라의 소속사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 씨와 다른 공무원 3명 등 4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초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나플라의 출근기록 등을 허위로 꾸며 병역면탈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나플라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되자 김씨와 함께 브로커 구씨에게 의뢰해 조기 소집해제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플라는 우울증이 악화한 것처럼 의사를 속여 약을 처방받되 투약은 하지 않고 병무용 진단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소집해제, 재신체검사를 수회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공무원들은 나플라가 서초구청에 출근한 적이 없는데도 141일 동안 출근한 것처럼 출근부를 조작하면서 잦은 지각·조퇴·병가 등으로 복무에 부적합한 것처럼 근무상황까지 조작한 후 소집해제 등의 절차를 진행해 줬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일정 기간 정상적으로 복무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정신질환으로 정상근무가 어려웠다는 외관을 만들어 복무부적합 판정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병역비리는 입시비리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공정과 통합을 저해하는 중대범죄로 합동수사팀은 이번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히 공소유지하겠다"면서 "이번 수사는 검찰의 직접수사와 수사지휘를 바탕으로 병무청 특별사법경찰과 합동해 단기간에 대규모 병역면탈과 조직적 병무비리를 밝혀낸 사례로, 앞으로도 검찰과 병무청은 긴밀히 협력해 관련 사건 수사를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이날 제도 개선 등 후속 조치계획도 밝혔다.
병무청은 뇌전증으로 병역을 면제 받은 사람들에 대해 추가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병무청은 또 향후 병역판정검사를 정밀화해 병역면탈 시도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병무청은 현행 뇌전증 진단 기준인 소변 검사에 혈액 검사도 추가해 지속적인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또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뇌전증에 대한 신체등급 판정기준을 구체화하고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았는지 여부를 추적하기로 했다.
병무청은 이 밖에도 특별사법경찰의 직무 범위를 확대해 병역면탈 조장정보 게시자, 병역 기피·감면 목적 도망자 등도 특별사법경찰 수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병역법과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