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들은 자료를 저장할때 자사 서버 외에도 해외에 서버를 둔 기업의 클라우드를 이용한다. 클라우드에는 소송 자료, 의뢰인 상담 내역 등 민감한 정보를 올린다. A 로펌이 해외 기업이 운영하는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검찰 등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응하려는 차원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B 로펌 소속 변호사들은 따로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지 않지만, 글로벌 기업의 메일 서비스를 활용한다. 클라이언트와 이 메일을 통해 법률 의견서를 주고받는 것이다. 이것 역시 로펌 혹은 클라이언트가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했을 경우를 대비해 마련한 방안이라는 얘기가 있다.
로펌과 변호사들이 만에 하나 벌어질 수 있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해외 클라우드로 ‘사이버 망명’을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압수수색의 무풍지대로 여겨지던 로펌이 검찰 등 수사기관에 압수수색 당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예민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클라우드에 사건 관련 자료 등을 올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의뢰인의 민감한 정보를 취급하는 로펌과 법률사무소는 수사기관 압수수색 대상과 거리가 멀었다. 의뢰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변호사들의 사무공간을 압수수색한다는 것은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관행을 깨는 사례가 늘었다. 2016년 검찰은 롯데그룹 탈세 의혹을 수사하며 법무법인 율촌을 압수수색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2018년 1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2019년 2월에는 가습기 사건 수사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얽힌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이 김만배 씨가 대장동 사업으로 취득한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때 김 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도 압수수색 당했다.
검찰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된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로펌이 의뢰인과 주고받는 중요 자료를 해외에 서버를 가진 해외 기업의 클라우드 등으로 옮겨두고 있다. 의뢰인과의 비밀 유지 의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면서 마련한 자구책이다. 과거에는 불의의 사고로 자료가 유출될 경우 로펌과 의뢰인이 받을 타격을 우려해 로펌의 자체 서버에 자료를 보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면서 로펌의 정보 보관 방식에도 일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진출한 리걸테크 분야 기업 중에서 해외에 서버가 있다는 점을 로펌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 대형로펌에서 포렌식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는 “해외에 서버를 둔 클라우드에 대한 압수수색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압수수색에 대한 해외 기업의 협조가 필요하고 국내 기업만큼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홍수정·임현경·홍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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