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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

    실리콘밸리은행 및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이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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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7.]



    1.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경과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총 자산 2,090억 달러, 총 예금은 1,754억 달러)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돈줄로 불리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발생 약 2일 만인 2023. 3. 10. 오전 캘리포니아주 금융당국에 의해 폐쇄(close)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파산관재인(Receiver)으로 임명됨으로써 파산절차에 돌입하였습니다. 또한 뉴욕 시그니처은행에서도 2023. 3. 10.경 뱅크런이 발생하여 2023 3. 12. 저녁 폐쇄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파산관재인으로 임명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법원에 금융기관에 관한 파산신청을 할 권한이 있고(금융산업구조개선법 제16조) 법원이 은행에 대하여 파산선고를 하면서 파산관재인을 선임하는 반면(예금자보호법 제35조의 8 제1항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선임됨), 미국의 경우 은행에 관해서는 법원을 통한 파산신청 및 선고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금융당국에 의하여 연방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으로 임명되어 파산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2. 뱅크런의 규모와 효과

    위 두 은행의 파산절차는 급격한 뱅크런이 원인이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SVB의 경우 SVB가 2023. 3. 8. 손실을 메꾸기 위한 2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증자 계획을 발표하여 SVB의 주가가 폭락하자, SVB 주고객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순식간에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대거 인출하면서 3월 9일 하루에만 420억 달러(약 56조 원)이 인출되었습니다. 또한 시그니처은행의 경우 2018년 이후 가상화폐 산업에 적극적으로 발을 담그면서 사세를 급속히 확장하였는데, 위와 같은 SVB발 공포 심리가 퍼진 결과 거품이 많이 낀 은행이라고 인식되어 공포심리의 대상이 되면서 2023. 3. 10. 하루에만 100억 달러(약 13조 원)이상의 예금이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과거 뱅크런이 실제 은행 창구에 달려가 예금을 빼내는 행위를 의미했다면, 이제는 작은 공포만 일어도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실시간 ‘원격 뱅크런’이 가능하게 되어 은행이 단 몇 시간 만에 파산위기에 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SNS를 통한 초연결사회에서 위기설의 전파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모바일 뱅킹의 일반화로 예금인출이 매우 손쉬워짐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보입니다.


    과거 한국에서도 부산저축은행 등 여러 저축은행의 파산사건과 관련하여(2011. 2.경 영업정지처분, 2012. 8.경 파산선고), 영업정지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게 된 예금채권자들이 급히 거액의 예금을 인출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위와 같은 부당인출은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부인권의 대상이 되고, 실제 저희 법무법인이 예금보험공사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한 결과 상당수의 인출 건이 부인되어 반환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미국에서의 뱅크런의 경우에도, 비록 재무부, 연방준비제도 및 연방예금보험공사가 공동성명을 통해 SVB은행 및 시그니처은행의 예금채권자들에 대하여 예금보험 한도 25만 달러를 초과한 예금액도 보호해 주기로 한 것과는 별개로, 파산관재인 선임 전에 인출된 예금액에 대해서는 환수조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예금보험 한도 초과 예금액에 대해서도 전액 지급을 보증해 주기로 하면서 예금채권자들은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원래의 보험금 한도를 넘어선 대규모 기금 지급에 따라 추가적으로 발생한 SVB에 대한 구상금 채권까지 모두 파산채권으로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따라서 SVB에 대한 예금채권자 이외의 다른 채권자들은 향후 SVB의 파산절차 진행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3. 예금보험의 한도 조정

    미 정부의 전액 지급보증과 같은 조치가 한국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한국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 금융회사의 부실이 확산되자 1997. 11. 19.부터 2000.말까지 금융업권 별 모든 예금에 원금·이자 전액의 지급을 보장하겠다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는데, 이후 도덕적 해이가 논란이 되어 위 대책은 이듬해인 1998. 7. 종료되었습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금 지급한도(5,000만 원)는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제18조 제7항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유사시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 개정으로 보험금 지급한도를 늘리는 것은 가능하나 과거 저축은행 사태시에도 그러한 한도 상향 조치는 없었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 형평성, 납세자의 부담 귀착 등 고려할 요소가 매우 많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4. 스타트업 및 가상자산 생태계 파급력

    미국에서 재무부 등이 공동성명을 통하여 예금자보호를 밝히기는 했지만 주주나 기타 채권자는 보호받지 못할 것인 점, SVB가 예금과 대출 서비스 외에도 스타트업을 상대로 투자은행,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프라이빗뱅킹 서비스 등을 제공해 오고 있었다는 점에서 SVB 업무가 정지되고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향후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금줄이 말라 후폭풍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SVB와 뉴욕 시그니처뱅크, 실버게이트뱅크는 모두 가상자산 시장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가상자산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 중 두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USDC의 전체 준비금 410억 달러 중 8%에 해당하는 33억 달러 가량이 SVB에 예치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USDC의 가격이 1$에서 0.88$까지 하락하는 디페깅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USDC의 일시적인 디페깅 현상은 테라·루나 사건 이후 불거진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감독 부의장 마이클 바(Michael Barr)는 지난 3월 9일 ‘스테이블 코인이 적절하게 규제되지 않을 경우 잠재적인 시스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의회는 신속히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하였습니다.



    최복기 변호사 (bgchoi@shinkim.com)

    김영근 변호사 (ygkim@shinkim.com)

    김영주 변호사 (yjukim@shinkim.com)

    김소연 변호사 (sykim@shinkim.com)

    황현일 변호사 (hihwang@shin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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