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재단법인 동천의 황인형·권영실 변호사, 강용현 이사장, 김윤진·정제형·이환희 변호사.
한국 공익법 활동의 요람, 비영리단체(NPO, Non Profit Organization)의 조력자. 재단법인 동천(이사장 강용현)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동천은 사회 취약계층의 인권을 옹호하고 로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국내 로펌 최초의 공익법 단체다.
1980년 창업 때부터 △인재경영 △가치경영 △선진제도경영을 3대 핵심 가치로 강조해온 태평양은 2001년 가치경영에 속하는 공익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익활동위원회를 설립했다. 공익활동을 보다 전문적,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2009년 동천을 세운 이후 태평양과 동천은 긴밀히 협업하며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왔다.
현재 태평양 공익위의 200여 명의 전문가들과 동천의 상근변호사들은 △난민 △이주외국인 △장애인 △북한·탈북민 △여성·청소년 △사회적 경제 △빈곤 및 주거 복지 등 7개 전문 분야에서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 이희숙(43·사법연수원 37기)·권영실(37·변호사시험 6회)·황인형(34·7회)·정제형(31·8회)·이환희(38·10회)·김윤진(29·10회) 변호사 등 상근변호사들이 시민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공익 법률지원에 대한 수요와 사례를 발굴하고, 태평양 공익위와 함께 공익소송 및 자문, 정책·법 제도 개선, 입법 지원 활동을 수행한다. 공익법 현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동천 상근변호사들과 태평양 전문가들의 '맨파워'가 합쳐지며 공익법 활동에서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동천의 설명이다.
강용현(73·10기) 이사장은 "지난해 동천은 공익소송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다수 거뒀다"며 "장애인의 이동권을 실효적 권리로 인정하고 광역 시외버스나 고속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가 미비한 것은 장애인차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적극적 구제조치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 부실하게 운영된 난민심사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 사건, 북한이탈주민의 자녀로 태어났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무국적 상태가 된 청년에 대하여 특별 귀화를 허가한 결정 등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작년 동천은 지난해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장을 돕고 변호사의 프로보노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제1기 동천 사회적경제 법률지원단을 출범했다. 강 이사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현장 봉사와 대면 행사 개최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천은 공익변호사들을 다수 배출한 '공익법 활동의 산실'이기도 하다. 강 이사장은 "우리나라에 현재 100여 명이 넘는 공익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동천에서 활동했거나 동천 사업에 참여한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상근변호사 제도를 비롯해 △공익변호사를 지망하는 법조인에게 2년간 상근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BKL 펠로우십 변호사 프로그램 △로스쿨 진학을 꿈꾸는 대학 학부생을 위한 PA(인턴) 제도 △실무수습 및 특별인턴 등을 통해 230여 명이 동천을 통해 공익법 활동에 몸 담았다. 이밖에도 동천은 난민법률지원 교육, 태평양공익인권상 제정, 예비법조인 대상 공익인권활동 프로그램 공모전 등 다양한 공익 행사를 개최해 현직 법조인은 물론 예비 법조인, 시민단체들의 성장을 지원해왔다. 2021년부터는 지방에서 공익법 활동을 하는 변호사를 돕기 위해 동천펠로우변호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NPO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동천은 2016년 공익소송과 제도 개선을 통해 NPO에 대한 법률지원을 하는 'NPO법센터'를 설립했다. 사회 취약계층 보호와 지속적 공익활동을 위해서는 비영리 시민단체의 안정적 운영을 돕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다. 강 이사장은 "올해 2월 한 공익사단법인이 회원들로부터 받은 회비 또는 후원금은 기부금품법에 따른 모집등록 없이 거둔 경우에 처벌대상이 되는 '기부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 대법원 판결(2021도16765)을 이끌어냈다"며 "이번 판결로 국내 대부분의 모금 단체들이 중대한 운영상 위기를 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비영리법인을 규율하는 법은 세법, 기부금법 등으로 여러가지일 뿐 아니라, 규제와 관리를 맡는 주무관청도 설립근거 법에 따라 서울시, 대법원 법원행정처 등으로 제각각이이다. 비영리법인들이 중복되는 여러 규율을 받으며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흩어진 규제 체제들이 일원화되고 관리감독 체계도 단일한 관청 아래에서 이뤄지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천은 3월 개소한 '동천주거공익법센터'를 통해 앞으로 홈리스, 청소년, 장애인, 난민 등 사회 약자와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등의 주거권 증진을 위해 보다 체계적 활동을 기울일 계획이다. 강 이사장은 "주거 문제는 각 쟁점별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주거복지 증진을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과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라면서 "주거지원단체, 공공기관과의 연대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주거공익법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공익소송을 발굴 및 수행함으로써 개인에 대한 권리구제뿐 아니라 주거권 보호에 있어 의미 있는 판결을 이끌어내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천 상근변호사들은 "각자 집중하고 있는 전문 분야에서 소송 제기뿐 아니라 제도의 개선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희숙 상임변호사는 "십 수년간 북한이탈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으신 분과 상담을 진행해왔다. '많은 변호사들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돕기 위해 나서준 것만으로도 그간 맺힌 한이 풀어지는 것 같다'고 감격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사건의 결과가 물론 중요하지만, 함께 하는 과정 자체가 위로가 된다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사회주택 분야, 주거 공동체 활성화와 관련한 연구와 법률지원 활동을 해왔는데, 최근 동천에서 주거공익법센터가 출범한 만큼 주거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과 연구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제형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 같은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라며 "지난해 12월과 올 2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됐는데, 동천과 태평양 공익위를 비롯해 여러 변호사들이 시민단체와 협업해 치열하게 검토한 법안들이다. 앞으로도 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한 입법 제안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 지원과 주거 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김윤진 변호사는 "2021년 동천에 합류해 맡은 첫 사건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어머니로 둔 무국적 청년이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도왔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앞으로도 도움이 절실한 이들의 곁에 서겠다"고 했다.
이환희 변호사는 "난민법 제17조는 난민신청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거나 난민인정 신청에 대한 정보를 출신국에 제공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신청자의 동의 없이 현지에 사실 조회가 이뤄지고 있다"며 "난민 신청자들을 지원하며 발견하는 여러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짚고 해외 사례 등을 연구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