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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상속 '유언공증' 늘고 있다

    상속인들간 분쟁막고 '자필증서' 보다 절차도 간단

    김백기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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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들 모르게 공증사무실을 찾아 '유언공증'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3남2녀를 둔 최모(82)할아버지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법률사무소를 찾았다. 최 할아버지는 한국전쟁때 북한군을 피해 월남한 이후 포목상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1,000억원대의 토지와 건물을 보유한 재력가다.

    그런 최 할아버지에게 고민이 생겼다. 재산을 놓고 10여년 전부터 자식들간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어 자신이 세상을 떠난후 상속문제로 다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재산을 미리 자녀들에게 분배해 주고도 싶지만 재산정리가 끝나면 혹 자녀들로부터 냉대를 받지 않을까 우려돼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식들 몰래 유언공증을 받아 두기로 했다.

    ◇유언공증 왜 늘어나나= 유언 공증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증인과 유언집행자 등이 참여하는 공증절차가 상속인들의 불필요한 분쟁을 막는데 적합하고 자필증서 유언보다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생전에 자식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는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분배 해준뒤 자식들로부터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지적이 입소문을 통해 번지면서 '나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재산분배를 꺼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살고 있는 강모씨는 2남1녀를 두고 있다. 74세인 강씨의 재산은 수십억원대라고 한다. 그는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누어주고 싶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줄 수 없다고 했다. 강씨는 "자식들이 재산이 탐나서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자주 찾아와 안부를 묻는 등 가족관계가 원만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강씨는 이미 몇년전에 유언공증을 받아 두었다. 자식들에게 나누어줄 재산 목록을 만들어 놓았지만 죽기전까지 이를 비밀로 할 생각이라고 했다.

    H공증인가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는 "30년이 넘게 변호사 생활을 해오고 있지만 유언상속 공증을 받으로 오는 사람을 찾아 볼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유언공증을 하려고 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살고 있는 이모(80)씨는 자식 몰래 해두었던 유언 공증 내용을 바꿔 다시 공증을 받았다.

    2남 1녀를 둔 이씨는 2년전 경남 통영에 있는 10억원대의 땅을 장남에게 상속하는 것으로 유언공증을 받았지만 최근 다시 법무법인을 찾아 이 땅을 차남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변경했다. 장남의 낭비벽이 심해 상속을 해봤자 재산을 모두 탕진할 것 같아 성실한 차남에게 부동산을 물려주기로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씨가 유언공증을 다시 받은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5년전에 자신의 예금채권을 큰딸에게 유증하는 내용의 유언공증을 받았지만 큰딸이 자신을 잘 돌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채권 역시 차남에게 상속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말 다시 공증을 받았다. 물론 이 사실을 당사자인 큰딸은 모르는 상태다.

    서초동 S공증인가 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는 "자식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1년에도 서너차례 유언공증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면서 "자식들이 유언 내용을 알면 형제간 우애가 상할까봐 매우 조심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유언공증 왜 많나= 현행 민법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5가지 방식에 의한 유언만 인정하고 있다.가장 흔한 자필증서 유언의 경우 전문을 직접 써야 한다. 작성한 날짜와 이름, 주소를 쓴 뒤 마지막으로 꼭 서명날인을 해야 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무효가 된다. 유언에 엄격한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법적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유언의 형식을 지키지 않아 법적분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대법원 1부는 지난 3월 정모씨 등이 "할아버지가 후처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기로 한 유언장은 무효"라며 유언집행자를 상대로 낸 유언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유언 취지의 확인을 구하는 변호사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민법에 정한대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생명이 위독하던 정씨의 할아버지는 병원 입원실에서 변호사와 회사직원 등이 입회한 가운데 구수증서 방식으로 토지와 건물 등 모든 재산을 후처에게 물려주기로 한 유언장을 작성하고 이틀 뒤 숨졌다. 이처럼 법정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유언 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되더라도 무효라고 판단하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인 만큼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하는 공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자필유언장을 써놨다고 해도 상속인들이 유언장의 효력을 놓고 다투는 경우가 많다"며 "유언공증을 이용하면 공정증서만으로 바로 유언집행이 가능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유언공증을 받을때는 반드시 증인 2명이 함께 있어야 하며 증인들의 서명이 들어가지 않으면 공정증서의 효력이 없다. 유언집행자를 반드시 정할 필요는 없지만 상속재산을 원만하게 분배하기 위해 집행자를 미리 정해 놓는 경우가 많다. 고씨의 사례처럼 공증사무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공증인이 병원 등에 나가 공증을 받는 사례도 있다.

    이일순 변호사는 "공증을 받을때 증인의 서명 날인 등 절차에 하자만 없다면 설사 상속인들간에 상속문제로 다툼이 생겨도 공정증서의 효력상 큰 무리없이 분쟁이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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