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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3) 민법총칙·물권법

    김재형 교수(서울대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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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이 바뀌고 있다.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라는 개혁과제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2006년에도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을 인정한 판결을 비롯하여 사법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결들이 나왔다. 그 방향이 옳은 것인지 여부를 떠나 대법원 구성의 변화가 판결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법원이 의식하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사법적극주의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이번에도 지난 1년 동안 나온 대법원 판결 중에서 몇 개를 선정하여 그 의미에 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로 선고하는 극소수의 판결만이 아니라 소부에서 나오는 중요한 판결들에 대해서도 공개변론을 하고자 한다면, 아래에 소개한 판결들 모두 공개변론을 해도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판에서 균형추를 잡아주는 장치는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1. 교회의 분열과 교회재산의 귀속 : 대판(전) 2006. 4. 20, 2004다37775

    (1) 이 판결은 교회의 분열에 관한 종래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종래의 대법원 판결(대판(전) 1993. 1. 19, 91다1226)은 교회의 분열을 인정하고 하나의 교회가 2개의 교회로 분열된 경우 종전 교회의 재산은 분열 당시 교인들의 총유에 속한다고 보았다. 교인들은 각 교회활동의 목적범위 내에서 총유권의 대상인 교회재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으므로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 대하여 교회 건물의 명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2006년에 나온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래의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여 교회의 분열을 부정하고, 소속 교단에서 탈퇴하거나 소속 교단을 변경하려면 의결권을 가진 교인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관하여는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이 있다.

    (2) 다수의견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즉, 우리 민법은 ‘사단법인의 구성원들이 2개의 법인으로 나뉘어 각각 독립한 법인으로 존속하면서 종전 사단법인에게 귀속되었던 재산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사단법인이 분열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법리는 법인 아닌 사단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교회는 법인 아닌 사단에 속하므로, 법인 아닌 사단에 관한 민법의 일반 이론에 따라 해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별개의견은 우리 민법이 사단법인의 분열을 특별히 금지하지 않고 있고 이를 금지하여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고 한다. 사단법인이 사실상 분열된 상태가 초래되어 하나의 사단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진 경우, 그 상태를 그대로 기정사실로 인정하여 사단법인이 분열된 것으로 보아 법률관계를 정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고, 종전 교회에 속한 권리의무는 분열된 각 교회에 공유적 형태로 분리하여 포괄승계된다고 한다.

    사단법인의 조직과 해체에도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사단법인의 분열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다면 이에 따라야 한다. 사단법인의 구성원 전원이 사단법인을 두 개 또는 그 이상으로 분열시키고 각각의 사단법인에 재산을 귀속시키기로 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정관에서 사단법인의 분열에 관하여 규정하고 이에 관한 결의방법이나 절차를 정하였다면 이에 따라 사단법인을 분열할 수 있다. 그러나 사단법인의 분열에 관하여 구성원의 의사합치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법률의 근거규정이 있어야만 사단법인의 분열이 인정된다. 법률에 근거가 없는데도 법인 등 단체가 사실상 분열되었다는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여 법률관계로 승인하는 것은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사실에서 곧바로 규범을 도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회에 헌금을 내거나 출연을 하였다고 해서 교회재산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교회의 분열을 법적으로 인정할 경우에 불필요한 분쟁이 양산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교회의 분열이라는 사실상태를 법적 규범으로 승인할 필요성도 크다고 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교회의 분열에 따른 법률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다수의견에 찬성한다.

    (3) 교인들의 총의에 따른 교단의 탈퇴나 변경을 부정할 수 없는 이상, 그 의결정족수는 다수결의 원리가 적용된다. 그러나 그 의결정족수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지교회가 소속 교단에서 탈퇴하거나 소속 교단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의결권을 가진 교인 2/3 이상의 찬성에 의한 결의를 필요로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는 교단 변경을 사단법인 정관변경(민법 제42조 제1항)과 같이 본 것이다. 이와 달리 별개의견은 사단법인의 해산결의에 관한 민법 제78조를 유추적용하여 의결권을 가진 교인 3/4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 한하여 소속 교단을 탈퇴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고 하였다. 교단 탈퇴나 교단 변경을 어느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판단하여야 할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이지만, 정관 변경과 유사한 정도로 본 다수의견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4) 종전의 판례는 법원이 교회의 분열에 관하여 실질적인 분쟁해결기능을 포기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원이 종교단체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교회의 분열로 인한 재산귀속 문제는 교회 내부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 판결은 종래의 판례를 변경함으로써 교회의 분열에 관하여 법원의 분쟁해결기능을 복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판결은 교회의 분열이라는 사회현상을 단순히 법적으로 승인하는 방식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민법의 일반법리를 적용함으로써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2. 허위표시의 제3자와 파산관재인 : 대판 2006. 11. 10, 2004다10299

    (1) 파산관재인이 민법 제108조 제2항에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하는가? 대판 2003. 6. 24, 2002다48214는 이를 긍정하였고, 위 대법원 판결도 이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 이유로 ‘파산관재인은 파산채권자 전체의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그 직무를 행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든다. 나아가 그 선의·악의도 파산관재인 개인의 선의·악의를 기준으로 할 수는 없고, 총파산채권자를 기준으로 하여 파산채권자 모두가 악의로 되지 않는 한 파산관재인은 선의의 제3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파산관재인의 선의에 관한 판단 부분은 선례로서의 가치가 있는데, 파산관재인을 허위표시의 제3자로 본 이상 파산관재인의 선의·악의를 총파산채권자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 그렇다면 파산관재인은 제3자인가? 이 부분에 대하여는 논란이 많지만, 파산관재인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제3자라는 문구에 맞는 해석일 것이다. 그러나 민법 제108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선의의 제3자’에 관해서는 종래 복잡한 법리가 전개되어 왔다. 대법원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민법 제108조 제2항의 제3자에 관한 판단기준으로 ‘당사자 및 그 포괄승계인 이외의 자로서 그 허위표시에 따라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었는지 여부’를 제시하고 있다. 파산관재인을 제3자로 보는 것이 이 기준에 맞는 것인지 논란이 있고, 그 당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먼저 파산관재인이 파산자의 포괄승계인인지 문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산관재인을 파산자의 포괄승계인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도산실무에서 채무자가 회생이나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고,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이 채무자나 파산자를 대표 또는 대리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파산관재인을 파산자의 포괄승계인으로 볼 수는 없다. 파산선고로 파산관재인이 선임되더라도 파산자의 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하는 것이고, 파산관재인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파산관재인이 파산자의 재산에 관한 관리처분권이 있지만, 이는 파산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파산채권자 전체의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나아가 파산관재인은 파산자나 채권자로부터 독립하여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파산절차상의 권한을 행사한다. 이 판결에서는 파산관재인이 제3자라고 판단하면서 “파산관재인은 선임되어 파산의 종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설명되는 법적 지위에서 여러 가지 직무권한을 행사”한다고 하였다. 파산관재인이 파산자의 포괄승계인이기 때문에, 무조건 제3자로 볼 수 없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다음으로 허위표시의 제3자가 되려면 허위표시에 따라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문제된다. 허위표시의 외관을 갖고 있는 사람과 매매 등 법률행위를 한 사람만을 제3자로 볼 근거는 없다. 민법 제108조 제2항에서 단순히 ‘제3자’라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제3자를 허위표시의 외관을 갖고 있는 사람과 법률행위를 한 사람으로 한정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압류채권자를 허위표시의 제3자로 본 판결(대판 2004. 5. 28, 2003다70041)을 이해할 수 있다.

    한편 파산관재인이 제3자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파산관재인을 압류채권자와 유사하게 보아야 하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파산채권자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산채권을 행사할 수 없고, 파산관재인을 통하여 그 권한을 행사하여야 한다. 민사집행절차가 개별적인 집행절차라고 한다면 파산 등 도산절차는 포괄적이고 집단적인 집행절차라고 할 수 있다. 파산선고를 통하여 파산자의 재산이 집단적으로 압류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압류채권자와 마찬가지로 파산관재인도 허위표시의 제3자로 보는 것이 형평에 부합할 것이다.

    (3) 대법원은 허위표시의 제3자를 문언과는 달리 좁게 개념 정의하였으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허위표시의 제3자에 속하는 범위가 확대되어 왔다. 대법원은 ‘파산관재인은 파산선고에 따라 파산자와 독립하여 그 재산에 관하여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제3자로서의 지위도 갖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에 찬성한다. 다만 이것이 허위표시의 제3자에 관한 종래의 판단기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이 단계에서 대법원이 허위표시의 제3자에 관한 판단기준으로 제시했던 법리가 적절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3. 집합건물의 신축과 소유권 귀속시기 : 대판 2006. 11. 9, 2004다67691

    (1) 이 사건에서 건축주가 여러 층으로 된 건물에 관한 건축공사를 진행하다가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을 완성한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하였다. 제3자가 위와 같은 상태의 건물을 위 건축주로부터 양수하여 나머지 공사를 완성하였다. 종전 건축주가 공사를 중단하고 제3자에게 양도할 당시에 이미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정도로 공사가 진행되어 있었다. 이러한 경우에 공사를 마친 부분은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고 독립된 소유권의 객체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제3자가 위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한 것인지, 아니면 종전 건축주가 완성한 부분과 제3자가 완성한 부분을 구분하여 위 건물의 원시취득을 결정하여야 하는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았다.

    (2) 종전 건축주가 공사를 한 부분이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는 경우에는 나중에 공사를 완공한 사람이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종전 건축주가 공사를 한 부분이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정도로 공사를 하였다면, 이 당시에 종전 건축주가 위 건물을 원시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유권의 객체가 존재하고, 그 귀속주체가 있는데도 소유권자가 없는 상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보는 것이 종래의 판례에도 합치된다. 즉, 판례는 건축주의 사정으로 건축공사가 중단되었던 미완성의 건물을 인도받아 나머지 공사를 마치고 완공한 경우, 그 건물이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이미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면 원래의 건축주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았다(최근의 판결로는 대판 2006. 5. 12, 2005다68783). 대판 2001. 1. 16, 2000다51872는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지면 독립한 부동산으로서의 건물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한다.

    그런데 종전 건축주가 완성한 부분과 제3자가 완성한 부분을 구분하여 위 두 사람이 건물을 나누어 원시취득하였다고 본다면 소유권보존등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종전 건축주가 제3자가 완공한 부분까지 포함하여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하였다고 한다면 형평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대법원은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하였다고 보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판결은 대법원이 여러 사람이 신축한 건물의 소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새로운 법리를 전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제3자가 종전 건축주가 완공하여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까지 원시취득하였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이에 관한 이론적인 논의나 입법적 대응이 요구된다.

    4. 도롱뇽 사건 - 환경영향평가와 소유권에 기한 공사금지청구권 : 대결 2006. 6. 2, 2004마1148, 1149

    (1) 천성산에 있는 사찰들, 도룡뇽과, 천성산의 자연보전을 위하여 설립된 단체인 도룡뇽의 친구들이 천성산을 관통하는 터널의 공사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다. 그 유명한 도롱뇽 사건이다. 원심은 위 사찰들의 위 터널 공사에 대한 중지청구 부분을 기각하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결정을 지지하였는데, 환경영향평가제도와 소유권에 기한 공사금지청구에 관하여 흥미 있는 판단을 하고 있다.

    대법원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고속철도사업을 시행할 때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여야 하고, 환경영향평가절차를 이행한 후 환경영향평가시에 고려되지 아니하였던 새로운 사정이 발견되어 그 사업으로 인하여 사업시행구간 관련 토지소유자들의 환경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 나타나고 종전의 환경영향평가만으로는 그와 같은 개연성에 관한 우려를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경우에는 새로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거나 그 환경이익의 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조처를 먼저 행한 후 사업을 시행하도록 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위 토지소유자들은 이를 사법상의 권리로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공법적인 제도이므로, 여기에서 곧바로 사법상의 청구권을 도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제도는 대형사업이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함으로써 인근 토지소유자로 하여금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을 도모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는 토지소유자의 사법상의 청구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이에 관하여는 김재형, “소유권과 환경보호,” 민법론 Ⅰ, 153면 이하). 대법원 결정은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공법 규정이 사법상의 청구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이 점은 매우 의미 있는 판단이다.

    그런데 결정문의 문언대로 토지소유자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거나, 환경이익의 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조처를 먼저 행한 후 사업을 시행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사건에서는 공사의 중지만을 청구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이에 관한 판단이 선례가 될 수 없다. 나아가 대법원은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판단의 결론부분에서 “비록 위와 같이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함이 상당한 새로운 사정들이 발생되었다고 하더라도, … 소유자들의 환경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개연성이 부정될 만한 사정이 소명되는 경우에는 더 이상 사업시행의 중지를 구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결정문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지만, 결정문의 전체적인 취지를 보면 대형사업을 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게을리한 경우에 토지소유자는 사법상의 권리로서 사업시행의 중지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민법 제214조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 및 예방청구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217조 제1항은 토지소유자가 매연 등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적당한 조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유자의 환경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 소유자는 민법 제214조와 제217조 제1항에 기하여 환경이익의 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청구하거나 환경을 침해하는 공사의 중지 등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이 제214조의 소유물에 대한 방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 또는 제217조 제1항의 “적당한 조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따라서 소유자가 사법상의 권리로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토지소유자가 환경영향평가를 청구할 사법상 권원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환경영향평가를 하여야 하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이를 소유자의 공사금지청구권을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로 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5.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 : 대판 2006. 1. 27, 2003다58454

    (1) 이 판결의 사안은 다음과 같다. 대지의 소유자가 은행으로부터 금전을 차용하면서 대지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고 그 대지 위에 20층 규모의 오피스텔을 신축하기 시작하였으나, 지하층의 공사를 한 상태에서 부도를 내자, 피고가 위 대지소유자로부터 건축사업 시행권을 양수하여 공사를 속행하였다. 그 후 원고가 위 은행으로부터 근저당권부 채권을 양수한 다음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를 신청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었으나, 피고가 공사를 강행하였다. 피고가 위와 같이 공사를 속행하는 것이 저당권을 침해하는 행위인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관한 일반론으로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부동산을 점유하고 통상의 용법에 따라 사용·수익하는 한 저당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으나, “저당목적물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목적물을 물리적으로 멸실·훼손하는 경우는 물론 그 밖의 행위로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등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저당권자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방해행위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이는 대판 2005. 4. 29, 2005다3243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두 판결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2005년 판결은 “저당부동산에 대한 점유가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점유자에게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하기 위하여 점유를 개시하였다는 점이 인정되는 등, 그 점유로 인하여 정상적인 점유가 있는 경우의 경락가격과 비교하여 그 가격이 하락하거나 경매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등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의 침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2006년 판결이 2005년 판결보다 저당권 침해의 인정범위를 좀더 넓게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2005년 판결에는 불명확한 점이 있기 때문에 2006년 판결에서 대법원이 좀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에서 “대지의 소유자가 나대지 상태에서 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대지상에 건물을 신축하기 시작하였으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못함으로써 저당권이 실행에 이르렀거나 실행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신축공사를 계속한다면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경매절차에 의한 매수인으로서는 신축건물의 소유자로 하여금 이를 철거하게 하고 대지를 인도받기까지 별도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므로, 저당목적 대지상에 건물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이는 경매절차에서 매수희망자를 감소시키거나 매각가격을 저감시켜 결국 저당권자가 지배하는 교환가치의 실현을 방해하거나 방해할 염려가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2) 이 판결은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인정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결로는 처음으로 저당권자가 저당목적물의 소유자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중지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 판결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논란이 제기 되고 있는데,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에 관하여 견해를 밝힌 바 있고(김재형,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인정범위,” 저스티스 2005년 6월호), 이는 위 두 판결에 상당 부분 수용되어 있다. 저당권은 재화의 가치를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구분하여 그 교환가치만을 파악한 것이다. 따라서 저당권을 설정한 이후에도 저당권설정자는 목적물을 자유롭게 사용, 수익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저당권설정자는 저당권자가 파악하고 있는 담보가치를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이 저당권설정자와 저당권자의 의사에 합치된다. 저당권자는 담보가치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채무자에게 자금을 융통하고 저당권을 설정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저당권자의 기대를 해쳐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저당권에 기하여 저당권설정자나 제3자에 대해 무조건 공사금지청구를 할 수 없다. 담보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공사금지청구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한편 금융실무에서 저당토지 위에 신축공사를 허용할것인지 여부나 그 규모에 관해서도 저당권설정계약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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