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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야법조계, 미결수용자 공휴일 변호인접견권 허용촉구

    "헌법상 비례원칙에 어긋… 명백한 기본권 침해"
    "평일 접견시간도 줄어 토요일 오전 만이라도…"
    법무부 "취지는 공감… 인력·예산부족에 엄두못내"

    권용태 기자 kwonyt@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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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수사기관의 강압에 못이겨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하는 강도피의자 A씨. 구치소에 돌아온 그는 불안한 마음에 교도관을 통해 자신이 선임한 변호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금요일 근무시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A씨는 자신의 진술이 재판에서 어떻게 이용될지 몰라 월요일 변호사를 만날 때까지 이틀동안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2. 20년 경력의 최모 변호사는 지난주 금요일 저녁 야간폭행으로 구속된 B씨의 형으로부터 피해자와 합의를 마쳤으니 구속적부심을 신청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최 변호사는 피의자접견을 위해 이튿날 아침 급히 구치소로 달려 갔지만 토요일이라는 이유로 피의자를 만날 수 없었다. 결국 구속적부심은 월요일이 돼서야 신청할 수 있었고 B씨는 화요일 간신히 석방됐다. 최 변호사는 “구치소가 헌법상 규정된 변호인접견권만 제대로 지켰어도 인신이 하루 더 구속되는 일은 막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미결수용자들의 변호인접견권이 침해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헌법은 변호인접견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으나, 국가가 토요일과 일요일 등 휴무일에는 교정인력부족을 이유로 변호인접견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재야법조계가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교정당국은 “인력부족으로 업무가중이 심각한 상황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법조계와 법학계에는 “미결수용자들에게 헌법이 정한 무기평등의 원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토요일 뿐만 아니라 일요일에도 변호인접견을 허용하고, 접견을 제한하고 있는 근거규정도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이를 위해 정부가 서둘러 교정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접견교통권은 수용자가 변호인을 접견하고 서류나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권리는 헌법 제12조4항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4조가 구체화하고 있는 헌법상 권리다. 때문에 이 권리는 행사를 제한하지 못하는 절대적 권리라는 것이 학계와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국의 구치소들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근거로 변호인접견을 근무시간(오전9시부터 오후6시) 이외에는 접견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 등 휴무일에는 접견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 재야법조계, “기본권 침해 말아야”= 이에 대해 재야법조계는 “현재 휴일접견을 허용하지 않는 구치소의 운영형태는 국민의 기본권을 정면으로 침해한다”며 “구치소 운영인력이 부족하더라도 최소한 토요일 오전 만큼은 접견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 서울변호사회장은 지난 6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회원들의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월요일 재판이 늘어나고 공판중심주의의 정착으로 공판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져 평일 변호인이 의뢰인을 접견할 시간이 부족해 졌다”면서 “과거 주5일제 근무가 시행되기 전과 같이 토요일 오전접견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주 5일제 근무가 시작됐다고 해서 변호인의 조력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이 개정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구치소가 너무 공급자위주의 운영방식에 젖어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수사단계에 있는 피의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경찰은 피의자에게 휴무일을 포함해 24시간 변호인접견을 허용하고 있다.

    학계도 재야법조계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신평 경북대 법대 교수는 “미결수용자의 휴일 접견요구가 거부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면서 “다소 상황이 어렵더라도 국가는 헌법상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법무부, “인력부족 심각”… 난색 표명= 재야법조계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법무부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인력과 예산부족으로 당장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선 교정현장에서는 ‘피의자의 인권만 중요하고 교정공무원의 인권은 중요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올 만큼 인력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직도 3분의 1에 해당하는 교정기관이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에서 토요일까지 변호인접견을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정공무원의 주당 평균근무시간은 70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행정공무원의 40시간에 비해 무려 30시간이나 더 일한다. 이 관계자는 “최근 10여년 동안 6개의 교정시설이 신설됐지만 교정인력의 신규증원은 필요인력의 55.4%(510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411명은 기존 교정기관에서 충당했다”면서 “필요한 절대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최근 처우개선차원에서 주말운동, 직업교육 등을 시행하면서 교정업무가 더 늘어나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4월 현재 전국 교도인력은 1만4,411명이다.

    ◇ 교정기관, “교정예산증액에 법조계가 나서야”= 미결수용자들의 인권향상을 위한 교정예산증액에 법조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교정기관 관계자는 “예산담당부처도 교정예산의 부족을 잘 알고 있지만 해마다 우선순위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용자들의 인권향상을 위한 예산증원에 법조계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정인력이 적어도 지금보다 10~15% 이상 증원돼야 제대로 된 교정행정을 펼칠 수 있다”면서 “국민의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예산증액의 필요성에 국민적 공감대를 모을 수 있도록 법조계가 도와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현 서울변호사회장은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접견권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권리인만큼 법무부와 휴무일접견이 가능하도록 계속 협의를 해 나갈 것”이라며 “접견을 위한 교정인력운영의 재정지원도 제안한 만큼 교정기관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함께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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