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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1)지적재산권

    오승종 변호사(법무법인 다래,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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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저작권 분야에 있어서 국제사법 문제의 논의

    그 동안 저작권 분야에서 국제사법적 쟁점을 다룬 사례는 흔치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작권 분쟁과 관련하여 국제사법적 쟁점이 다루어진 판례가 하급심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는 저작물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산업화 되면서 우리나라의 문화시장 역시 글로벌 마켓에 편입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6.20. 선고 2007가합43936 사건에서는, “지적재산권의 침해는 일반 불법행위와는 다른 특수한 성격이 있음을 고려하여 국제사법이 불법행위에 관한 준거법 규정(제32조) 이외에 ‘지적재산권의 보호’에 관한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 규정(제24조)을 별도로 둔 점, 침해정지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는 공통적으로 지적재산권 침해의 침해행위에 대하여 지적재산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구제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 지적재산권의 보호에 관하여 요구되는 보호수단에 따라 상이한 준거법을 적용하는 것은 지적재산권의 보호에 관하여 준거법의 통일을 의도한 국제사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지적재산권의 침해를 원인으로 한 침해정지 및 손해배상청구는 모두 ‘지적재산권의 보호’에 관한 법률관계로서 원칙적으로 국제사법 제24조에 의해 그 준거법을 ‘침해지법’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만, 국제사법 제24조는 국제조약에 준거법 규정이 없는 경우를 대비한 보충적 규정인 바, 이 사건이 관련된 대한민국과 중국은 모두 베른협약의 가입국이고, 베른협약 제5조 제2항은 ‘저작자의 권리에 대한 보호의 범위와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주어지는 구제의 수단은 오로지 보호가 요구된 국가의 법률에 의해 규율된다”고 하고 있으며, 특히 저작재산권의 침해 문제에 관련해서는 이는 ‘그 영토 내에서의 침해행위에 대하여 보호가 요구되고 있는 국가’, 즉 ‘침해지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이 있기 직전에 나온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3.13. 선고 2007가합53681 사건에서는 저작재산권에 기초한 금지청구는 베른조약 제5조 제2항에 의해 보호국법인 우리나라 저작권법을 적용해야 하지만, 저작권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의 법률관계의 성질은 불법행위이므로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불법행위가 행하여진 곳’의 법률이 준거법이 되어야 한다고 하여 위 2007가합43936 판결과 달리 판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저작권의 침해와 관련하여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나누어 양자의 성질 결정을 달리함으로써 준거법도 달리 정한 2007가합53681 판결에 대하여는 학계로부터 비판이 있었는데(석광현, ‘국제지적재산권법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제3656호), 위 2007가합43936 판결은 결과적으로 비판론과 결론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 2008. 7.8. 선고 2007나80093 사건에서는 침해 여부가 아닌 저작권자 결정 등의 문제를 ‘본국법’에 의할 것인지 ‘보호국법(침해지법)’에 의할 것인지가 문제로 되었는데, “저작권자의 결정 등의 문제를 본국법에 의할 경우에는 우선 본국법을 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같은 영토 내에서도 저작물의 본국이 어디냐에 따라 저작권 침해 여부 판단이나 저작권자 결정의 결론이 달라져 저작물 이용자나 법원 등이 이를 판단, 적용하기가 쉽지 아니한 반면, 저작권자의 결정 문제는 저작권의 존부 및 내용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어 각 보호국이 이를 통일적으로 해석 적용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각 동맹국이 자국의 영토 내에서 통상 법정지와 일치하기 마련인 보호국법을 간편하게 적용함으로써 내국민대우에 의한 보호를 부여하기에도 용이한 점에 비추어 보면, 국제협약에서 명시적으로 본국법에 의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이상 저작권자의 결정이나 권리의 성립, 소멸, 양도성 등 지적재산권에 관한 일체의 문제를 보호국법에 따라 결정함이 타당하며, 우리나라 국제사법 제24조가 지적재산권에 관한 모든 분야에 관하여 보호국법주의를 명시하는 대신 지적재산권 침해의 경우만을 규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넓게 해석하여 지적재산권의 성립, 이전 등 전반에 관하여 보호국법주의 원칙을 채택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하여, 보호국법주의 원칙의 적용범위를 확대해석하고 있다.

    2. 건축저작물의 광고 이용에 대한 법적 분쟁 - UV 하우스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9.12. 선고 2006가단208142 판결. 이 사건은 건축가인 원고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의 일부 외벽을 동영상 및 잡지 광고 등의 배경으로 무단 사용한 광고제작사와 광고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사건이다. 이 판결에서는, “피고들의 위 광고에 사용된 부분은 위 UV 하우스의 한쪽 벽면 중 일부에 불과하고, 이를 통하여 볼 수 있는 것도 U자형 블록이 쌓여 있는 형태일 뿐이며, 공간 및 각종 구성부분의 배치와 조합을 포함한 전체적인 디자인 또는 틀을 인지하기는 어렵다. 이는 원고가 제출한 갑 9 내지 14호증에 첨부된 UV 하우스의 전체 또는 일부면 사진과 비교하여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위 사진들은 비록 UV 하우스의 일부분만을 촬영한 것이기는 하나, 이로부터 위 UV 하우스의 공간 및 각종 구성부분의 배치와 조합을 포함한 전체적인 디자인 및 틀을 충분히 감득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피고들의 광고는 이러한 점을 인지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피고들의 위 광고가 ‘창작성이 있는 표현부분을 복제한 것으로서 양적 또는 질적으로 실질성을 갖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건축저작물의 창작성은) 전체적인 디자인과 틀, 배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원고의 위 UV 하우스가 예술적인 건축저작물인 점은 인정되지만, 피고들이 배경으로 사용한 벽면 그 자체는 건축저작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일반 상가 또는 레스토랑 건물의 벽면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다(더욱이 피고들은 위 UV 하우스의 특징적인 부분인 V자 형태가 있는 쪽의 벽면은 광고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와 같이 1심에서는 저작권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가 패소하였으나,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나30491호 사건에서는 피고 중 광고제작사가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면서 저작권침해에 관해 원고에게 유감을 표하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이처럼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판결’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이루어져 ‘조정’이 성립한 사건이다. 따라서 항소심 재판부의 법률적인 판단은 없는 셈이다.

    그런데 위 사건 이후에 일부 언론에 “광고 속 건축물도 저작권료 지급하라”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실렸는데 이들 기사에는 “TV 광고의 배경으로 등장한 건축물에 대해서도 ‘건축저작권’을 인정해, 광고제작사 측이 저작권자인 건축가에게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광고나 드라마 제작 등 상업적 목적으로 건축물을 배경으로 사용할 경우 사전에 해당 건축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등의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고, 실제로 이 기사가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건축물 저작권 침해 심각하다”라는 제목의 독자 칼럼에서 이 사건을 두고 “광고 속 건축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해 준 선도적인 판결이다”는 내용의 글이 실리기도 하였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업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저작권이 침해되었다는 법적 판단을 내린 바 없다. 다만, 원고와 피고들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기 위하여 합의를 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1심에서 승소를 하였던 피고가 합의를 한 것은 다른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광고제작사)는 광고 속 배경으로 나오는 건물의 사진을 컴퓨터 조작을 통하여 일부 변형시켰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쟁점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이 부분이 동일성유지권 침해 문제로 새로이 부각되었고, 광고제작사 입장에서는 광고주가 본의 아니게 그 명예에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하여 더 이상 재판을 진행시키지 않고 10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광고제작사가 배경으로 나오는 건축물 사진 부분을 변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용하기만 하였더라면 저작권침해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저작권의 보호는 충분하게 이루어져야 하나, 저작권 역시 권리로서의 일정한 내재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향상발달을 위하여 기능해야 할 저작권이 오히려 그 발달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다른 저작물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배경으로 찍힌 건축물에 대해서까지 일반적으로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면 우리는 광고나 드라마를 제작할 때 행여 그 배경에 건축물이 들어가 있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여의도 강변이나 남산에서 촬영한 광고 또는 드라마 배경에 63빌딩이나 남산타워가 나올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건축저작물이기 때문에 그로 인하여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고 그 광고나 드라마를 방영하지 못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이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이며 창작의 자유를 심하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광고의 배경으로 사용된 건축물에 대해서도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아직 법원의 확정된 판결이 없는 상태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서는 야외에 항시 공개되어 있는 건축물이나 조각과 같은 것은 도시 미관의 일부분을 이루는 것으로서 일종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광고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사용함에 있어 제약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광고나 드라마 역시 건축저작물과 마찬가지로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문화콘텐츠이기 때문이며,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미술저작물 등의 전시 또는 복제의 경우에 있어서 저작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는 저작권법 제35조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는 까닭이다. 다만 특정 건축물 내에서 또는 그 건축물을 배경으로 광고 등을 촬영하는 경우에 그 건축물 소유자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허락을 받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소유권의 사용·수익 권능에 기초한 것으로서 저작권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3. 음악저작물을 휴대폰 벨소리로 사용함에 있어 변환한 것의 저작인격권침해 문제

    서울고등법원 2008. 9.23. 선고 2007나70720 판결은, 음악저작물을 디지털압축파일로 변환하여 서버에 저장한 다음 인터넷 이용자에게 전체 듣기, 미리 듣기, 휴대폰 벨소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원곡이 약 3분 내지 5분 정도 됨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인터넷 이용자에게 약 1분 내지 1분 30초 정도로 원고 저작물의 표현형식을 절단하여 이를 전송하는 ‘미리 듣기 서비스’와 원고의 원곡 일부를 그 의사에 반하여 부분적으로 발췌하여 음악파일로 변환, 저장시킨 다음 그와 같은 음악파일을 전송하는 ‘휴대폰 벨소리 서비스’는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피고들이 제공한 서비스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와 성망 등 인격적 가치를 해한 것이 없으므로 저작인격권인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위 판결에서는 구 저작권법(1986. 12.31. 법률 제3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가 동일성유지권 침해와 관련하여 ‘저작자의 명예와 성망을 해할 것’을 요건으로 규정하였던 것과는 달리, 위 개정 이후의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이러한 요건을 삭제함으로써 저작자의 명예와 성망 등 구체적인 인격적 가치의 훼손이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요건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하였으므로 우리 저작권법의 해석상으로는 저작물의 동일성을 해치는 변경이 저작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이상 그와 같은 변경이 실제로 저작자의 명예와 성망을 해한 것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저작물의 완전성에 관한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된 것으로 간주하여 이를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4. 사적복제의 요건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사적복제 규정이 디지털 시대에도 그대로 타당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하급심에서 사적복제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본의 적법성’이 요구된다는 판결이 나왔는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8.5.자 2008카합968 결정에서는, 이용자들이 저작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영화 파일을 업로드 하여 웹스토리지에 저장하거나 다운로드 하여 개인용 하드디스크 또는 웹스토리지에 저장하는 행위는 저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고 한 후, 이러한 행위가 저작권법 제30조의 사적복제에 해당하여 면책된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웹스토리지에 공중이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상태로 업로드 되어 있는 영화 파일을 다운로드 하여 개인용 하드디스크 또는 비공개 웹스토리지에 저장하는 행위는 영리의 목적 없이 개인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복제를 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는 있으나, 업로드 되어 있는 영화 파일이 명백히 저작권을 침해하여 불법인 파일인 경우에까지 이를 원본으로 하여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가 허용된다고 보게 되면 저작권침해의 상태가 영구히 유지되는 부당한 결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다운로더 입장에서 복제의 대상이 되는 파일이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파일인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이 사건에서는 위와 같은 다운로드 행위를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로서 적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2005년 2월 경 국회에서 저작권법 중 사적복제 규정의 개정안이 제시된 바 있는데, 그 개정안의 내용은 개정 전 저작권법 중 사적복제에 관한 제27조(현행법 제30조)의 단서에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복제물 또는 정당한 권리 없이 배포·방송·전송된 복제물을 그 사실을 알면서 복제하는 경우”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로 허용되는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것이었다. 이 개정안은 권리자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으나, 결국 법안으로 성립하지는 못하였고 따라서 현행법은 종전 저작권법과 차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일본 저작권법 중 사적복제에 관한 제30조는 기술적 보호수단의 회피에 의하여 가능하게 되거나, 그 결과에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하여 이루어진 복제를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 행하는 경우는 사적복제 규정의 적용으로부터 제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위 저작권법 개정안이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복제물, 즉 불법복제물을 다시 복제하는 행위를 불허하고자 하는 것인데 반하여 위 일본 저작권법 규정은 기술적 보호수단의 회피에 따른 사적복제를 불허하고자 하는 것이어서 그 취지는 다르다. 또한 독일 저작권법 제53조 제1항은, 사적사용을 위하여 자연인이 저작물을 임의의 매체에 개개 복제하는 행위는 직·간접적으로 영업목적이 아니며 복제를 위해 명백하게 위법 제작된 모형이 사용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허용된다고 규정함으로써 불법복제물을 다시 복제하는 것은 사적복제로 허용되는 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이와 같은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또 아직 위 개정안에서와 같은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위 하급심판결과 같이 해석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사적복제 규정이 권리자 및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연구·검토해 볼 만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5. 오픈마켓 운영자의 책임

    전자상거래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상의 오픈마켓에서의 판매자의 상표권 침해행위에 대하여 오픈마켓 운영자의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관한 하급심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11.13. 선고 2006가합46488 판결은, “피고가 부정경쟁행위를 하는 판매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의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가담행위는 피고가 오픈마켓을 운영함에 있어 필요한 본질적인 시설제공행위 내지는 영업행위여서 부정경쟁행위를 하는 판매자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피고의 오픈마켓(인터파크)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모든 판매자에 대해 공통적으로 제공되는 행위이므로 피고가 이러한 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K2 표장과 유사한 표지를 사용하는 판매자들의 부정경쟁행위에 가담하였다거나 판매자들의 부정경쟁행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등 판매자들과 공동으로 부정경쟁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여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부정하였고, 아울러 피고가 판매자의 부정경쟁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판매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를 방치하여 부정경쟁행위를 방조하였는지 여부(오픈마켓 운영자인 피고가 판매자의 부정경쟁행위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 즉 방조에 의한 불법행위 책임에 대하여도 부정적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선고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8.5.자 2008카합1901 결정에서는 오픈마켓 운영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2항의 의무 외에도 상표권 침해행위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는 오픈마켓을 스스로 제공하고 관리·지배하며 그 대가로 판매수수료 등을 수수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각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상표권 침해행위를 방지하고 중단해야 할 법령상, 조리상의 작위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상표권자가 지목한 판매자에 한하여 이 사건 상표가 부착된 제품에 대한 판매중단 조치를 취하였을 뿐, 이 사건 상표가 부착된 제품에 관한 다른 판매정보에 대하여는 검색기능을 통해 이를 쉽게 찾을 수 있었음에도 삭제하거나 이에 대한 접근을 임시로 차단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필요하고 가능한 기술적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으므로 부작위에 의한 방조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결국 오픈마켓 운영자의 책임 인정여부는 사안의 내용에 따라 구체적인 경우에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6. UDRP의 구속력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마련한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UDRP)의 법적 성격 및 그 방침이 의무적 행정절차를 벗어나서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8. 2.1. 선고 2004다72457 판결은, “ICANN이 마련한 UDRP는 도메인이름 등록기관과 도메인이름 등록인 사이에 합의된 등록약관의 내용에 편입되어,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상표 또는 서비스표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제3자) 사이에 도메인이름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 그 등록의 유지·취소·이전 등에 관한 판단을 신속히 내려 등록행정의 적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등록기관의 행정절차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고,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에서는 위 분쟁해결방침이 상표 등에 관한 권리와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 등에 관한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율하는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제3자는 의무적 행정절차를 벗어나서 위 분쟁해결방침이 정한 요건에 의하여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도메인이름 등록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실체적 권리가 없다. 따라서 도메인이름에 관한 소송을 심리·판단하는 법원은 위 분쟁해결방침에 의할 것이 아니라 당해 사건에 적용 가능한 법률에 의하여 당해 사건을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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