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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관련법' 헌재 결정… 법학계서 논란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 '가결·선포 무효확인'은 기각

    류인하 기자 acha@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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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법재판소가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결정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법안처리과정에서 야당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인정하면서도 개정안의 가결·선포행위를 무효로 해달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결과적으로 개정 법률의 효력을 유지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학자들은 대체로 “헌법적 가치를 가지는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위반한 것임에도 헌재가 법안을 무효로 판단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 반면, 일부 학자들은 헌재가 권력분립에 따라 국회의 입법재량을 인정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헌재결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오는 등 논의가 정치권에서 헌법학계로 옮아가면서 오히려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대심판정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야당의원 91명이 김형오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낸 국회의원과 국회의장등 간의 권한쟁의사건(2009헌라8 등)에서 신문법은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방송법은 7대2의 의견으로 기각결정했다.

    ◇ 헌재, 절차상의 하자 인정= 이번 결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헌재가 국회의 일명 ‘날치기 통과’등 적법절차를 어긴 표결은 곧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백히 한 데 있다.

    이강국 소장 등 재판관 6명은 국회의원의 표결전 심의절차는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하는 중요한 절차이고, 국회 입법과정의 본질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질의·토론을 거치지 않은 표결절차는 국회법 제93조를 위반한 것으로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또 무권투표 및 대리투표행위에 대해서도 5명은 “국회의원의 표결권은 개별 국회의원의 고유한 권리로서 일신 전속적이고, 타인에게 위임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국회부의장의 신문법안 재표결 실시 후 가결선포행위 역시 재판관 7명이 일사부재의원칙을 어겨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 가결·선포행위 무효확인청구는 기각= 하지만 헌재는 법률의 가결·선포행위를 무효로 해 달라는 야당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문법은 재판관 6대3 의견이었고, 방송법은 7대2 의견으로 청구를 기각했다. 민형기·목영준 재판관은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이동흡 재판관은 “절차상의 하자는 인정되지만 무효로 판단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이 소장과 이공현·김종대 재판관은 “절차상의 하자는 인정되지만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 국회의 입법자율권을 존중해 미디어법의 상태시정은 국회의장에게 맡겨둬야 한다”고 밝혀 헌재의 권한쟁의심판은 권한의 침해여부만 판단할 뿐 법자체의 유·무효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문법 개정안 처리과정에서 절차상의 위법이 있으므로 개정안 역시 무효로 봐야한다는 의견을 낸 재판관은 조대현·김희옥·송두환 재판관 등 3명이었다. 그러나 김 재판관은 방송법의 경우에는 “가결선포행위 당시에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 학계, 대체로 헌재결정 문제있다= 헌법학자들은 대체로 이번 헌재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전북대 교수)은 “일사부재의의 원칙은 국회법상의 원칙이지만 불문의 헌법원칙이기도 하다”며 “권한침해는 인정하면서 그 처분은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헌재가 재판의 형식을 빌려 정치적 행동을 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권형준 한양대 교수도 “정치적인 문제를 가지고 매번 헌재에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면서도 “일사부재의 원칙의 위반은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맞으며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국회몫으로 돌린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절차상의 위반이 있더라도 결과물 전부를 무효화한다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일사부재의의 원칙은 헌법에 명시돼있지 않고, 헌법의 제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해봐도 도출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적다”며 헌재결정을 옹호했다.

    ◇ “헌재가 국회에 미디어법 재표결 의무 지운 것으로 봐야”= 이와 관련해 또다른 해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이번 권한쟁의사건의 쟁점은 절차상의 하자를 헌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느냐에 있다”며 “대리투표와 일사부재의 원칙위반 등의 사실관계를 헌재가 인정했다면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판관의 의견을 다시 살펴보면 3명이 무효로 판단했고, 또다른 3명이 국회의 판단을 요구한 것으로 이는 법률을 그대로 유효하게 시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시정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헌법재판 전문가도 “재판관들의 의견이 나뉘었을 경우 가장 청구인에게 유리한 것부터 의견을 합산해야 한다”며 “3명이 무효로 판단했고, 3명이 국회의 자율권을 인정해 다시 판단할 것을 요구했다면 무효 6, 유효 3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은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노희범 헌재 공보관은 “주문에서 명백히 권한침해행위가 있었다고 밝혔고 헌재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귀속하므로 이번 법률안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다는 권한침해확인 주문도 당연히 국회에 기속력이 미친다”며 “국회는 이번 결정에 따라 같은 행위를 반복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헌재의 결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임순현 기자 hyun@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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