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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처분의 '본안소송화' 문제 많다

    顚倒된 소송행태… 가처분결정 받으면 본안소송은 "끝"

    김소영 기자 iren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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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처분만 내고 본안소송은 제기하지 않는 사례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가처분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심해진 이유는 당사자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본안소송 대신 한번에 빨리 끝나는 가처분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됐던 '전교조 명단공개사건'의 경우도 명단공개금지결정이 난 이후 아직까지 명단공개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이 접수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가처분(소명)은 본안소송과 달리 심사강도가 낮아 본안소송에서 다시 엄격한 심사(증명)를 했을 경우 얼마든지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저렴한 가처분 인지대도 가처분의 본안소송화를 부추기고 있다. 본안소송이 소송가액에 비례해서 인지대가 증가하는 것과 달리 가처분은 인지대가 2,000원에 불과해 남소를 유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관계자는 "가처분이라는 것은 원래 본안소송을 전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요즘은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가처분만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신청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안소송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그동안 발생될 수 있는 급박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가처분이 존재하는 것인데 요즘은 주객이 전도됐다"며 "현실화된 인지대와 더불어 가처분과 본안소송의 결과가 달라졌을 경우 가처분 결정의 사후관리를 어떻게 해야 될지 등 가처분제도와 관련된 조속한 법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본안에서 이기면 이미 낸 배상금의 향방은= 현재 민사집행법에는 가처분의 효력에 관해 명시적 규정이 없다. 그러다 보니 가처분과 본안소송의 결과가 다를 경우 이에 따른 사후처리에 명확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문제가 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명단공개사건을 예로 들면, 이 사건에서 만약 본안소송이 제기돼 가처분과 달리 조 의원이 승소하게 됐을 경우 1일당 3,000만원이라는 간접강제위반에 따라 이미 낸 배상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기존 배상금은 소멸하는 것인지 아니면 가처분결정에 위반한 이상 본안소송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발생한 배상금은 유지되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한 법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또 가처분결정을 위반하고 한 '법률행위'의 효력이 본안소송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주총회개최금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는데도 주주총회가 강행됐을 경우가 주로 문제된다. 가처분결정을 위반하고 강행된 주주총회에서 한 결의가 당연무효인지, 아니면 본안소송 기간동안만 잠정적으로만 무효로 간주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만약 본안소송에서 가처분에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면 그때부터 다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도 현재 불분명한 상태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결정의 경우도 최근 들어 자주 문제가 되고 있다. 법원결정에 따라 직무가 정지된 대표이사가 법원결정에도 불구하고 인사명령 등 직무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런 경우 사후에 본안소송에서 기존 대표이사가 승소했을 때, 가처분결정을 어기고 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인사명령 등이 가처분결정에 위반해 이뤄진 이상 그 자체로 무효이고 본안판결 이후 새로 가처분결정을 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재 판사들의 의견은 분분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가처분결정을 위반했을 때는 본안판결확정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서 효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가처분결정을 위반하지 못하게 하려면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검토돼야 한다"며 "간접강제가 가능한 사안 중에서도 일부에 관해서는 형사처벌 또는 감치명령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가처분의 본안화, 제소명령제도로는 부족= 현행 민사집행법에는 이렇게 가처분만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본안소송제기를 강제할 수 있는 '제소명령제도'를 두고 있다. 제소명령은 채무자가 신청하면 법원이 채권자에 대해 2주 이상의 상당한 기간을 정해 본안소송을 제기하라고 하는 명령으로 만약 채권자가 그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법원은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가처분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민사집행법 제287조). 그러나 제소명령제도만으로 가처분의 본안화를 막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의 유아람 판사는 "당사자들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본안소송 대신 가처분에 대한 항고, 재항고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가처분은 어차피 본안소송을 전제로 하는 것임을 고려해 보면, 가처분 신청일로부터 1달 이내에 본안소송제기를 의무화 하는 등 피신청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본안소송제기를 강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가처분을 행정소송의 집행정지와 유사하게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행정소송의 집행정지신청처럼 본안소송의 제기를 조건으로 본안재판부에 가처분신청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00원 불과한 인지대 현실화 시급= 가처분의 본안화를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은 가처분 인지대가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점이다. 소송가액에 따라 비례해 증가하는 본안소송과 달리 가처분의 경우 인지대가 2,000원으로 고정돼 있다. 이렇다 보니 요즘 법원은 가능성이 없고 적법한 소송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가처분사건들을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다. 문제는 본안소송을 내려면 인지대 등 비용부담이 크다 보니 일단 인지대가 저렴한 가처분을 신청해 조정이나 화해로 끝내버려 인지대를 잠탈하려는 사건들도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인지대가 워낙 저렴하다 보니 '일단 내고 보자'는 주의가 만연해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가처분신청사건 특히 임시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사건의 경우 인용됐을 경우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본안소송보다 클 때가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능성 없는 사건은 제기하지 못하게 인지대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담당재판부도 크고 중요한 사건에 집중을 못하고 이런 불필요한 사건들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게 된다"며 가처분남용실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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