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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

    한 로스쿨생의 한여름날의 실무수습기

    법조라는 목적지를 향해 어른이 되기 위해 한걸음을 내딛은 시간

    박주현 객원기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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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Ⅰ. 들어가며

    법과 관련한 격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가 '법은 어른의 영역이지 천재의 영역이 아니다'라는 안경환 교수님의 말씀이다. 수 년 전 학부시절에 대학신문을 통해 접했던 이 말씀은 당시 서울법대 학장이시던 교수님께서 대학신문과의 인터뷰 중에 하신 말씀이었다. 세세한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 없지만, 법학은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경험을 갖춘 어른의 학문이며, 천재 애송이보다 모든 것을 조망할 줄 지혜로운 경험자가 권리와 의무관계를 더욱 잘 다룰 수 있다는 요지였다. 2010년 여름기간 동안 대형 로펌, 공공기관, 외국대학의 연수를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법조라는 목적지를 향해 어른이 되기 위해 한걸음을 내딛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림동 독서실에서 6월에 있을 2차시험을 위해 온종일 공부하며 실력을 키웠던 애송이였을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얻은 시간들… 이 글은 법조라는 길에서 어리게 고시공부를 했던 한 로스쿨 학생이 실무수습을 겪으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뭇 다르게 느낀 경험을 담은 사뭇 다른 육아일기라고 할 수 있다.

    Ⅱ. 대형로펌연수 - 법무법인(유) 화우

    화우의 연수프로그램은 법이론과 판례를 공부하면서 실무와의 연계를 생각하게 하고, 앞으로 법조인의 삶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해 주었다. 화우의 연수는 크게 강연과 외부기관 참관으로 나눌 수 있는데, 화우에서의 연수는 실무수습에 대한 첫걸음으로서 참으로 보람있고 알찬 경험이었다.

    1. 강연

    강연은 변호사 실무기본소양강의와 변호사의 활동이야기, 그리고 특별분야 강의로 나눌 수 있다. 학교공부를 통해서는 접할 수 없었던 실무과목의 구체적인 적용방법과 예, 현장에서의 경험담을 곁들이시며 말씀해주신 변호사님의 수업들은 진정 내 법조인생에 도움이 될 강의였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다면, 특강형태로 1년에 1~2번 밖에 듣지 못하는 깊이 있는 강의가 2주 동안 여러 분야를 들을 수 있었고,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시너지 효과도 나서 화우연수를 받게 된 것이 무척 뿌듯하게 느껴졌다.

    가. 변호사일반

    (1) 법률문장론, 소장, 의견서, 변론요지서 작성
    6월23일 첫날 다양한 법률서면을 작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 간단한 법률문건을 작성하는 경우에도 비문이 되지 않도록 하고 간결하게 쓸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느꼈다. 실제 신입 변호사의 초벌 준비서면이 어떻게 수정되고, 보완되는지를 검토하면서 하나의 법률문건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간단하지 않고, 초벌 작성을 할 때 오류가 적고 문장완성도가 높도록 작성할 수 있는 능력있는 법조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대표변호사이신 임승순 변호사님께서 법률문장론 강의를 하신 데에서 볼 수 있듯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였다. 법률문장론 수업 후에 6월29일 김재영 변호사님의 의견서 작성 실무강의, 7월1일 유승남 변호사님의 소장 작성 실무강의, 7월5일 황상현 변호사님의 변론요지서 작성 실무강의는 법이론 판례공부와 고시공부로 한정되었던 나의 법영역을 법실무에로의 적용으로 확장시켜주는 나침반이 되어주었고, 과제로 내어주신 각 법률서면의 작성 등은 쉽지 않았지만, 그 길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게다가 수습생들이 쓴 과제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의 예시, 그리고 실제 Asso 변호사가 쓴 서식들을 보며, 변호사님들께서 수 십 년을 쌓아오신 내공과 어우러진 강평을 해주셔서 어떻게 길을 걸어가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2) 공익변호사 활동, 로펌변호사 활동 소개, 법조원로와의 대화
    법률지식 또는 和友 이외에 和宇에서 얻었던 중요한 것 하나는 변호사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던 점이다. 이준우 변호사님의 로펌 변호사로서 살아남기라는 강의를 통해서 로펌변호사가 갑을관계에서 무한 봉사, 친절 본위, 고객 만족, 신속 배달해야 하는 슈퍼 을의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었고, 준비가 철저히 된 자만이 법률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이 반영된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대법관을 경험하신 천경송 변호사님의 말씀은 전직 대법관이란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는데, 법조계 최고의 엘리트코스를 밟으신 분께서도 기본과 인성, 건강을 중시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역시 기본을 탄탄히 하고 마음씨를 바르게 가져야 함을 한 번 더 새길 수 있었다. 박영립 변호사님의 변호사의 공익활동 수업에서는 변호사님께서 직접 주체가 되어 하신 한센병 환자에 보상청구소송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셔서 각국에서 일어난 국가배상소송의 시민운동, 입법운동, 외교, 국제교류 등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알 수 있었고, 변호사의 공익활동의 파급효과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박영립 변호사님처럼 앞으로 법조인으로서 내가 왜 이 길을 걷게 되었는가를 알 수 있는 공익활동을 할 수 있기를 흐뭇하게 상상해보았다.

    나. 특별법 -손해배상법, 지적재산권법, 공정거래법, 조세법, M&A, 영어계약서, 증권거래법, 중국법

    로스쿨에는 드물게 있고, 로펌에 많은 것이란 수수께끼를 낸다면 바로 특별법 분야에 대한 강의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연수기간동안 수습강의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전문분야에 대한 배경지식과 관심이 부족하여 모든 과목을 만족할 만큼 숙지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강의의 내용과 변호사님의 경험담은 하나도 놓칠 것이 없었다. 조세법의 기본원리로서 공평과 효율에 대한 것을 시작으로 구체적인 판례에 대한 두 원리의 조화를 어떻게 꾀할 것인지에 대하여 수습생들에게 생각을 물으셨던 임승순 변호사님, 방긋한 미소로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던 김원일 변호사님, 불법행위의 다양한 유형과 역사적 변천, 외국의 불법행위에 대한 예까지 불법행위법의 다양한 범위에 강의를 해주셨던 이주흥 변호사님, 아직 생소한 부분이지만 그 중요성과 앞으로 법조인으로 실무에 얼마나 중요할지 실감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한 노력이 깃든 접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깨우쳐주신 공정거래법 실무를 강연해 주신 김철호 변호사님과 M&A를 가르쳐 주신 안상현 변호사님, 아직은 여전히 생소하면서 쉽지 않은 영어계약서에 대한 강연을 해 주신 이형기 변호사님, 학교수업에서 영화 '작전'을 법적으로 분석하면서 접했던 자본시장법이었기에 이에 대한 공부가 조금 되어 있어서 접근이 용이하리라 생각되었지만, 여전히 공부가 많이 부족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셨던 유석호 박사님, memo와 전화받는 태도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시면서 적자생존, 전화위복이라는 위트가 담긴 사자성어를 알려주시며 중국법에 대한 접근을 한 단계 시켜주신 나승복 변호사님, 위 열거한 모든 강의들은 두 번, 세 번 듣고, 또 그 배움을 깊이하여 실무에 적용시켜보고 싶을 만큼 명강의였다. 참으로 많이 배웠고, 또 스스로의 부족함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2. 외부기관 참관

    가. 상사중재원

    6월28일 아셈타워 인근인 무역센터에 있는 상사중재원을 방문하였다. 43층을 오르내리면서 귀의 압력을 담당하는 유스타키오관의 이상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고층에 자리잡은 곳이었다. 상사중재원에 대한 설명PPT를 통하여 중재사건이 점점 늘어가고 있어 중재사건, 특히 국제중재분야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상사중재원이 다루는 분야가 '상사'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상거래는 물론이고, 민·형사, 국제거래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기초적인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 법원참관

    6월30일 오전, 오후에는 서울중앙지법과 행정법원에서 특가법상 횡령죄 피고사건과 부당징계구제재심 취소사건 등 형사사건과 행정사건을 방청할 수 있었다. 실제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변론과정과 증인신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동행하신 변호사님께서 사건의 개요를 먼저 설명해주셔서 법원방청이 한결 이해가 쉽게 되었다. 사건이 하루만에 판결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건이 전개되는 전 과정을 지켜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행정사건과 형사사건의 담당변호사님을 만나 법정방청을 하는 것이 더욱 현실감이 있었다.

    다. 희망제작소

    7월2일 오전에는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희망제작소를 방문하여 활동사항 등을 소개받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사무실을 견학하였다. 희망제작소의 상임이사이자 인권·공익 변호사의 대표격인 박원순 변호사의 공간을 볼 수 있었는데, 특히 변호사님 자리의 뒤에 있는 문이 인상깊었다. 이른바 '희망으로 통하는 문'을 열면 다른 방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거울이 있었는데, 그 거울 속에 우리들이 비춰졌다. 희망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희망이라는 안내멘트가 의미있게 다가왔다. 거의 모든 공간과 활동이 기부형태를 통해서 운영되고 있었는데, 윤동주의 '별헤는 밤'에서 착안하여 수많은 기부자의 이름을 별 하나하나에 적은 것들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역사 속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실학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다른 버전으로 움직이고 있고, 그곳에서 태동한 생각들이 우리의 생활 곳곳에 적용되고 있으며, '신택리지' 프로젝트가 농촌 곳곳에 실행되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것을 보며 하나하나 한국의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화우가 희망제작소의 아이디어에 대한 법률검토와 실현방법에 대한 자문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화우 연수 덕분에 한국 사회의 희망이 싹트는 생생한 현장을 볼 수 있었다.

    Ⅲ. 외국대학 연수 - 일본 주오대

    일본 주오대 Summer Program은 크게 오전 강의와 오후 외부기관 참관으로 이루어졌다. 오전에는 도쿄 방위성 옆에 자리한 일본 주오(中央)대 이치가야 캠퍼스에서 "Introduction to Japanese Law in English"라는 주제로 일본의 사법제도, 일본헌법, 일본의 상법, 기업지배구조, 국제거래법에 대해서 강의를 하였다. 오후의 외부기관 참관은 일본도쿄국립박물관, 검찰청, 고등법원, 아오야마 아오키 코마 법률사무소(Baker & McKenzie)를 방문하여 담당검사와 변호사의 강연과 기관견학을 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1) 오전강의
    노부유키 사토 교수가 일본의 사법제도, 일본헌법에 대해서, 히사에이 이토 교수가 일본상법과 기업지배구조에 대해서, 노부로 가시와기 교수가 일본의 국제거래법에 대해 강의을 하였고, Georgetown대 교환교수로 주오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Carl Goodman 교수가 초청교수로 일본과 미국의 거래법의 비교를 하며 설명하였다.

    일본법에 대한 사전지식과 이해도가 부족하여 영어로 진행된 일본의 법률제도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개괄적인 일본법에 대한 접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법에는 '和(와)문화'가 전반적으로 흐른다는 점과 독일법과 영미법이 혼합된 hybrid체제, 사법소극주의라는 사토 교수의 설명은 일본법에 대한 이해를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될 수 있었다. 과연 '와'에 해당하는 우리의 법문화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선뜻 떠오르지 않은 까닭이 스스로가 우리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때문이지 않겠는가 하는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들었다. 한편 일본 최고재판소에 위헌결정이 된 판결이 1947년 이후로 지금까지 8건밖에 없다는 일본 사법소극주의적 태도를 실감하고서는 한국 헌법재판소가 한국 사회의 진보적 발전을 이끄는 동력원이며,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훌륭한 기관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해 자부심도 느꼈다.

    hybrid system과 관련하여 영미법요소에 대해 일본과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에 관하여 강의를 들으면서 한국의 10만원에 해당하는 하루수당이 일본은 어떠한지 질문을 하였는데, 일본은 12000엔 정도로 우리보다 다소 높은 정도였다. 그런데 Carl 교수가 미국인들은 국민의 사법재판참여를 의무로 여기기 때문에 미국은 15~20달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놀라웠다.

    히사에이 이토 교수와 노부로 가시와기 교수, Carl Goodman가 강연한 일본 상법, 기업지배구조, 국제거래법에 대한 설명은 그 법분야에서 가장 국제화된 법률답게 일반 이론적인 차이를 크게 느낄 수는 없었다. 법인격부인, 대표소송 등의 사례에 대한 접근을 했고, 일본과 대만, 싱가폴, 인도네시아, 미국 등의 나라와의 국제거래와 그에 따른 분쟁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하였다. 현대를 도요타, 한국화장품회사가 시세이도 등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을 바꿔가며 이해를 했는데, 한국기업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세세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어학실력향상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2) 외부기관참관

    1) 일본도쿄국립박물관
    첫 방문지로 도쿄국립박물관을 찾았다. 일본의 사법제도 강의의 도입부가 일본의 역사였는데, 수강생들이 일본역사를 통해서 일본법에 대한 접근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프로그램 기획자가 편성한 듯 했다. 박물관을 돌면서 식민지 역사로 인하여 한국법제사와 현재의 법제사가 분리된 간극이 크다고 느껴지는 우리임에 반하여 역사를 거슬러 가는 것이 일본의 법문화를 느낄 수 있는 일본법제사의 연속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2) 일본 검찰청
    일본과 한국과의 비교에서 가장 극명하게 느껴졌던 것이 보안문제였다. 일본은 로펌이든, 검찰청이든, 법원이든 참관한 모든 기관이 보안을 철저하게 하려 했다. 아무래도 학생, 특히 외국 학생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로 인하여 소지품 검사도 있었고, 사진촬영도 거의 불가능했다. 검찰청을 방문하였을 때도 검찰청의 실제 부분을 두루 보지 못하고, 지하에 가이드를 위한 공간에서 모의 검사실과 취조실 등을 볼 수밖에 없었다. 세토검사로부터 일본검찰의 조직과 활동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들은 후, 질의응답을 통해 우리의 뜨거운 주제인 '경찰 수사권 독립'을 비롯한 여러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영어로 설명했기 때문이었을까, "사실상 경찰은 검사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등의 말을 들으면서 법적으로 강한 권한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에 대한 부러움도 가진 듯했지만, "한국과는 달리 정치권으로 가는 검사가 드물고, sponsor prosecutor는 없다"는 말에서는 강한 자부심을 가진 듯 보였다. 피의자의 변호인접견권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는데, 우리 판례와 같은 명시적인 판례나 법령상의 정비가 되어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을 하지 못했지만, 사실상 변호사가 오면 거부하지는 않는다는 표현 등에서 실무상으로 피의자조사단계에서 변호사의 활동이 빈번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3) 법무사료전시실
    법무성 뒤에는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법원박물관에 해당하는 법무사료전시실이 있었다. 법무사료전시실은 구 법무성 본성으로 쓰였던 건물이었는데, 현대식 건물인 검찰청과 법무성과는 달리 전통적인 옛 건물의 모습을 띄고 있는 사료전시실이 인상깊었다. 이곳에서는 일본 법무성이 보관하고 있는 과거의 법문서들과 법복, 법원건물과 과거의 건축물의 일부 모습(벽돌, 공구 등), 최근에 실시된 국민참여재판과 관련된 미국, 독일, 프랑스와 일본의 국민참여재판이 이루어지는 법정모형과 안내문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아직 한국에는 법원박물관이나 일반박물관에서도 근대법학이전과 이후의 사법활동을 담은 역사전시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법교육의 대중화와 우리법 역사의 조망과 전망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이 들었다.

    4) 고등법원
    동경 메트로 카스미가세키역 부근에 위치한 일본고등법원은 한국처럼 검찰청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한국과는 달리 완전히 인접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법무성과 검찰청, 고등법원이 바로 인접한 곳에 위치한 것이 신선했다. 고등법원 내부로 입장할 때, 공항에서의 심사와 마찬가지로 소지품에 대한 x-ray촬영도 할만큼 보안이 엄격했고 사진촬영을 시도조차 못하게 단속을 했다. 국가기관의 권위적인 면은 일본이 한국보다 더 강한 듯 했다.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지적재산권 재판이 17층에서 한다는 푯말이 눈에 띄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2002년 '지재입국'을 선언한 후 2005년 발족한 별도의 지적재산권부 설치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지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1층에 위치한 안내소에서 그 시간대에 하는 형사재판 2곳을 관람했다. 매춘사건과 사기사건에 관한 것이었는데 형사단독심이고 큰 사건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일본어와 검사와 변호사가 너무나 빠른 속도로 서면을 읽는 것 외에는 한국의 법원과 크게 다른 점을 느낄 수 없었다.

    5) Baker&McKenzie Tokyo 법률사무소
    Prudential Tower에 위치한 Tokyo Aoyama Aoki Koma Law Office는 내부가 화우처럼 환한 느낌이었다. 그곳 파트너 변호사이자 주오대 교수인 히데오 오타 변호사의 일본내 외국로펌인 Baker&McKenzie Tokyo의 설립과정과 현황, 일본 변호사활동 등에 강연을 들었고, 호주출신 국제변호사로부터 간단한 Baker&McKenzie에 대한 소개와 호주사람으로서 일본 법률사무소에 오개 된 이야기를 들었다.
    강연내용 중 일본 경제규모나 인구, 변호사수에 비추어 로펌의 대형화가 한국보다 많지 않은 점과 법률시장개방 이후에도 외국로펌에 의한 인수합병이 많지 않은 점에 대해 호기심이 들어 질문을 하였는데, 대륙법계를 취하는 일본법 체계와 언어적 장벽, 특유의 和(와)문화로 인하여 영미 로펌의 진출이 유럽시장 등과는 달리 급속도록 잠식하지는 못하고 있고, 대형로펌보다는 소규모 법률사무소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일본문화에 더 적합하다는 말에, 일본보다 공동체 지향적이라고 여겨지는 한국 변호사사무소 운영형태는 다를 수 있겠지만, 법률시장개방과 관련해서는 향후 한국의 법률시장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 않겠는가 생각을 하였다. 스위스에서 왔던 Adrian이란 친구는 사방이 트인 히데오 오타 변호사의 공간을 방문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감탄사를 외치곤 했는데, 화우에서 수습하면서 보았던 변호사의 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Ⅳ. 공공기관연수 - 서울시청

    덕수궁 돌담길이 보이는 다산플라자 13층에서 과제수행을 하면서 보낸 한 달간 7회의 서울시청 실무수습은 지방자치조례 시행규칙의 제정과 개정, 행정심판실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서울특별시 저소득 주민의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조례시행규칙을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검토하였고, 시사적인 주제인 서울광장의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돌리는 조례의 시행규칙의 위헌성을 살펴보았다. 서울시청을 상대로 한 행정심판에 대한 의견서와 심판서를 작성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구청에서 행한 건축계획심의신청의 반려처분, 정보비공개결정, 전입신고처리거부처분, 그리고 운수과징금부과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서를 작성하고, 이미 판결이 된 심판사건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작성하였다. 7월26일 월요일에는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열리는 구술변론을 참관할 수 있었는데, 처분의 상대방과 처분주체의 구술변론과정과 심판위원들의 질의응답과 심판위원 상호간 의견교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그 동안의 과제수행의 결과물을 서울시청 법무담당 공무원과 고문변호사님 등이 보시는 과정에서 수습생 중 일부를 선발하여 PPT로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감사하게도 마지막 발표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운수과징금부과처분 취소청구에 대해 각하를 한 행정심판 사건에 기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위법여부뿐만 아니라 부당한 것인지도 심사하는 행정심판의 성격을 고려하고, 최근 행정소송에서 원고적격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판례(새만금 판결 등)의 경향을 반영하여 각하하는 것보다 본안으로 이끌어와서 절차하자와 내용하자를 검토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요지로 발표하였는데, 고문변호사님께서 최신판례의 태도를 고려한 참신한 시도라고 평을 해주셔서 흐뭇했다.

    V. 마치며

    짧은 기간 동안의 연수였지만, 대형로펌·공공기관·외국대학을 거친 지난 여름간의 실무수습은 로스쿨과 법과대학에서 법학공부만으로는 얻기 어려웠던 값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었다. 법학은 현실적인 해결이 필요한 학문으로 실천적인 이론과 이론적인 실천이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절름발이 법률가가 될 수밖에 없다. 즉 법이론과 판례를 접하면서 법공부를 하는 목적이 합격과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한 것에 그친다면 불완전한 공부일 수밖에 없다. 화우에서의 연수는 법이 구체적으로 실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법학의 기본소양과 기본법의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 소중한 계기였다. 게다가 각 분야의 최고 변호사님들로부터 들은 자신의 소송과 변호사로서의 경험담은 어느 곳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일본에서의 연수는 법분야에 있어서는 일본은 가깝기만 한 나라일 수 있고 그들의 법조논의와 우리 논의가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고, 외국법과 외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과 항시 외국에 대한 관심과 어학실력 증진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서울시청에서의 연수는 관심분야인 행정분야가 공공기관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고, 그에 대한 권리구제가 어떤 형태로 운영되는지를 주체가 되고, 직접적인 참관자가 되어 살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연수과정을 통해 만나고 교제한 좋은 친구들·스승들은 세상과 소통하는 법조인의 즐거움을 얻게 해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갑작스런 로스쿨법안의 통과로 인하여 현재의 로스쿨은 여전히 그 과정과 내용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로스쿨 신생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연수를 통해 로스쿨에서 보이지 않았고 볼 수 없었던 적지 않은 경험들을 한 것 같다. 이제는 학기를 맞이하여 연수를 통하여 느꼈던 스스로에게 부족했던 것을 보완하고, 법학을 실무에 더욱 잘 적용할 수 있도록 또 다른 한걸음 내딛어야 할 것 같다. 한 걸음씩 슬기롭게 세상 사람들의 권리·의무를 다룰 수 있는 어른 법조인이 되어가는 나를 돌아보며 이 글을 맺는다.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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