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뉴스

    법조라운지

    [법조라운지] '한국사내변호사회' 창립 주도 '한영회계법인' 백승재 변호사

    국내 사내변호사의 中心… 한국 法曹史의 새 장 열어

    권용태 기자 kwonyt@lawtimes.co.kr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지난 2일 한국의 사내변호사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한국사내변호사회의 깃발을 세웠다.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등에서 일하면서 그 회사의 법률적 분쟁을 다루는 사내 변호사들이 등장한 지 20여년만의 일이다. 그 산파역이 백승재 한영회계법인 법무담당 상무다. 백 변호사를 만나 사내변호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변호사인 그에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말을 걸어오기는커녕 눈길조차 주는 이 없었다. 회계법인의 법무실장이라는 직함은 번듯해 보였지만 함께 일할 실원은 한사람도 없다. 주어진 일도, 일거리를 가져다주는 사람도, 업무를 감독할 사람도 없다. 하루 종일 아무 일 없이 무료하게 지냈다.

    "도대체 나를 왜 채용했을까?"

    사내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그는 출근 첫 날부터 의문에 휩싸였다. 회사 내의 누구도 답을 주지 않았다. 채용을 결정했던 대표조차도 알지 못하는 것이 확실했다. 회사가 몇 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는 말은 어렴풋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파트너, 어느 부서가 소송을 담당하는지 알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6개월을 혼자서 점심을 먹었어요. 전문가의 자존심들이었을까요? 회계전문가들로 구성된 회계법인에 취업한 첫 변호사이다 보니 경계하는 눈초리가 느껴졌어요. 회사가 기업의 분식회계관련 회계부정으로 몇 건의 소송에 걸려 있다는 것도 운전기사들과 주차관리원들에게 들었지요."


    변호사가 된 뒤 2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다가 사내변호사 일을 시작했지만 그의 역할은 난감하기만 했다. 이렇게 존재감 없이 시간만 뭉개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회사의 정보가 흐르는 가장 밑바닥부터 훑어나가기로 했다. 대상은 파트너들의 비서와 운전기사, 청소부 아주머니, 주차관리요원들이었다. 매일 같이 찾아가 인사하고 대화를 나눴다. 다들 '누군지는 몰라도 젊은 친구가 참 싹싹하다'고 생각했겠다.

    그들과의 관계가 쌓여가면서 정보도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파트너가 무슨 일로 고민이 많더라.','누구는 집을 전세놨는데 세입자가 안 나가서 고민이더라'등 잡다한 정보였다.

    그는 고민의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점심 먹는데도 도움이 안됐던 변호사 자격이 이럴 땐 도움이 됐다. 파트너와 직원들에게 먼저 찾아가 인사하고 변호사자격을 내세워 상담을 해줬다.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 복도에서 그를 보면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도 생겼다.

    매일 아침마다 출근과 동시에 회사 고문들을 방마다 찾아다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잘 주무셨습니까'라는 인사부터 '아침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던데요'라는 화제로 그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영락없는 문안인사였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났다. "그 젊은 변호사 친구 일 잘하더라"는 말이 돌았다. 일이라고는 한 적이 없는데 그런 소문이 나니 신기했다.

    조금씩 일거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소송 내가 맡고 있는데 로펌쪽 의견서에 틀린 데가 없는지 좀 봐주게" "법정에 나가야 하는데 자네가 함께 가줄 수 있겠나" 파트너들이 그들의 책상 속에 꽁꽁 숨겨놨던 소송서류들을 꺼내 들고 그의 방을 찾았다.

    기업 법무실장으로써 그의 일은 이렇게 시작됐다. 7년이 지난 지금 법무실의 변호사 숫자는 4명으로 늘었다. 일반직원도 1명 채용했다. 회사는 몇 번의 조직변경으로 이름을 바꾸고 파트너 교체의 혼란을 겪었지만 그의 법무실은 회사의 준법경영에 없어서는 안 될 조직으로 탄탄한 자리를 잡았다. 그의 직급도 법무담당 상무이사로 격상됐다. 회계법인에서 이사 직급을 가진 최초의 변호사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백승재(42·사법연수원 제31기) 어니스트 앤 영(Ernst & Young) 한영 회계법인 법무담당 상무이사. 그는 젊은 나이지만 국내 사내변호사 사회의 대부로 불린다. 지난 2일 한국의 법조 역사상 처음으로 600여명 사내변호사들의 단일조직인 한국사내변호사회를 출범시켰다. 만장일치로 초대회장으로도 선출됐다. 사내변호사들이 한데 모여 전문성을 강화하고 산업별 오피니언리더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 세기를 이어오던 백화점식 변호사 사회에서 세분화·전문화된 변호사사회로 변화하는 신호탄 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사내변호사회 창립은 우리 법조역사의 한 장(章)을 새롭게 시작하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에는 산업별 제도와 법률에 정통한 전문화된 그룹이 없었습니다.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법률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내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1호 타이틀이 많다. 회계법인 겸직허가에서도 1호 변호사다.

    2004년, 지금은 없어진 안건회계법인 법무실장으로 입사하면서 겸직허가신청을 냈다. 허가과정도 꽤나 힘들었다. 그때만 해도 변호사가 회계법인에 취업한 사례가 전혀 없었다. 변호사씩이나 돼서 회계사들 밑에서 일하겠다니 뭐 이런 친구가 다 있나 싶었던 것 같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직접 출석해서 회사내에서 나의 역할을 설명하고 설득까지 해야 했다. 변호사 단체조차도 사내변호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었다.

    - 그전에 잠깐 L모 해상보험 법무팀에도 있지 않았나.

    몇 달 못 버텼다. 사내변호사에 대해 쓴맛을 본 시기랄까. 한달에 200~300건의 보험사건의 소송대리를 해야 했다. 당연히 직원들이 소장이고 뭐고 다 처리했다. 나는 법정 가는 날 한 장으로 요약된 개요만 받아들고 법원과 회사를 오갔다. 사실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상대편 당사자가 누구인지 이름도 몰랐다. 지쳤다. 아, 이렇게 의미 없는 소송기계가 되는구나. 사내변호사란 일에 절망을 느꼈다. 사내변호사에 대한 우리기업들의 인식이 이랬다. 불과 몇년 전의 일이다.

    - 그래도 지금은 회계법인에서 이사로 승진한 첫 번째 변호사 아닌가. 힘들긴 했지만 이만하면 사내변호사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

    제대로 된 사내변호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영 회계법인의 파트너 법인인 어니스트 앤 영의 영향이 컸다. 세계4대 회계법인 중 하나다. 2001년 말 미국의 대규모 회계부정사건인 엔론사건이 터진 후 내부준법통제를 강화하는 사베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이 시행됐고 그것이 파트너 펌을 통해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내변호사가 회사의 준법경영을 위한 파트너라는 인식이 외국계 회계법인에 탄탄하게 자리 잡으면서 지금은 경영판단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당연하게 인정받고 있다.

    - 국내기업의 인식은 그동안 좀 나아졌나.

    부족하다. 아직도 소송이나 계약서만 검토하는 기계로 활용하는 곳이 많다. 국내기업의 사내변호사는 계약직이 대부분이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계약직에게 누가 준법경영을 위한 핵심이슈를 알려주겠나.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을 봐도 알 수 있다. 사내변호사를 법률위험을 감지해 기업의 손실을 줄이는 역할로 이해하지 않고 경영에 발목을 잡은 거추장스런 존재로 이해하는 기업이 아직도 많다.

    - 인식 부족은 변호사단체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사내변호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다. 사내변호사 관련 공약이 나온 것도 지난 대한변협회장과 서울변회장 선거가 사실상 처음이다. 사내변호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것과 사내변호사지원센터를 구축하는 것 등이었다. 위원회는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 내년 4월 준법지원인제도가 도입되면 좀 나아지지 않겠나.

    사내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없이 제도만 추진돼 우려가 크다. 적용대상 기업의 자산규모에 대한 논란도 인식 부족 때문이다. 기업의 내부통제에는 금융리스크(risk)와 공시리스크, 리걸리스크가 있다. 현재 공시리스크나 금융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내부회계관리제도등을 보면 자산기준 1천억이 기준이다. 감사위원회 설치기준도 1천억이지 않나. 기업들이 유독 법률리스크에만 조 단위의 자산규모를 요구하는 것은 사내변호사 역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증거다.

    - 사내변호사의 조직화를 주도한 것도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은것 아닌가.

    기업이나 단체에서 변호사에게 요구하는 수준의 법률지식과 경험, 그리고 조직에 융화되는 방법등은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에서 배울 수 없다. 기업조직내에서 조차 변호사의 활용과 대우에 무지했다. 결국 사내변호사들이 스스로 자신이 속해있는 기업이 요구하는 니즈(Needs)를 찾고 기업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가치(Value)를 창출해 조직에서 필요한 존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내변호사회 조직은 이런 목적을 가진다. 기업들의 인식도 차츰 바뀔 것이라 본다.

    - 결국 밥그릇을 위한 이익단체 아닌가라는 시선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선 사내변호사의 전체적인 업무능력을 높이는 교육사업과 산업별 발전을 발목잡는 모순된 제도와 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의견개진을 우선시 했다. 밥그릇을 위한 이해단체가 아니라 소속한 기업의 법률적 이익을 보호하고 소속한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도를 연구하고 제안해 결국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 하는 전문가 단체로 발전할 것이다. 이미 준법지원제도 시행령과 관련해서는 준법지원연구 TF팀을 만들어 보고서를 작성했고 대한변협을 통해 법무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 그래도 이익단체의 역할을 요구받을때도 있지 않겠나.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회원이 단체의 목소리를 요구할 때는 어떻게 할 건가.

    한국사내변호사회의 모든 업무는 산업별로 구성된 분과위원회와 운영위원회의 협의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협의과정에서 불편부당하지 않거나 이유 없이 위세를 요구하는 의견들은 충분히 걸러질 수 있다.

    - 한국사내변호사회의 발전방향을 제시해 본다면.

    미국의 ACC(Association of Corporate Counsel)가 좋은 모델이 될 것 같다. 각 산업에 최고의 법률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으로 내놓는 산업별 발전방향 제시와 정책및 제도에 대한 의견들이 비중있게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단체. 그래서 산업과 국가발전에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전문가단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글=권용태 기자·사진=홍세미 기자>


    리걸북스

    더보기

    리걸에듀

    더보기

    리걸인사이트 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