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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라운지

    [법조라운지] 재야법조계의 '在野' 김선수 민변 회장

    항상 '소수'로 살아온 삶… 자연스럽게 '소수'를 위해 활동

    임순현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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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수업이 끝나면 동네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나무하러 가던 산골 소년. 이해력과 암기력이 뛰어난 소년을 보면서 부모는 아무리 가정 형편이 어려워도 소년의 공부만큼은 제대로 뒷바라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년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서울로 유학온 소년은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고, 사법시험도 당당히 통과했다. 하지만 소년은 대대로 이어진 가난의 끈을 끊는 대신 주변의 소수의 삶에 눈을 돌렸다. 그렇게 김선수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의 인연의 끈을 잡았다. 동장군이 한창 맹위를 떨치던 지난달 1일 김 변호사를 그의 사무실에 만났다.

    서울 올림픽을 앞둔 1988년 5월 경기도 포천 베어스타운에 고(故) 조영래씨 등 변호사 51명이 모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돈희 전 대법관 등 '정의실현 법조인회' 회원들과 이석태, 김형태 변호사 등 '청년 변호사회' 회원들 사이에 이제 갓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앳된 청년이 있었다. 27세의 김선수(현 민변 회장·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였다. "5공화국 말기 인권변호사들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치열한 활동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저도 당연히 거기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저와 민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항상 소수와 비주류의 삶을 살았기에 변호사가 된 뒤에도 자연스럽게 소수를 위한 활동을 하게 됐다고 한다. 전라북도 진안의 한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는 여느 시골 아이들처럼 집안 일을 도우며 공부를 해야 했다. "시골에서는 초등학교 3~4학년 되면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는 등 집안 일의 상당 부분을 해야 했어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죠." 다행히 그는 자녀 교육에 열의를 가진 부모 덕분에 또래들보다 공부를 할 기회가 많았다. "당시 제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공부밖에 없었어요.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은 공부할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려웠지만, 제 부모님은 자식들이 공부하겠다면 그 시간만큼은 빼앗지 않으셨죠. 나무를 하러 가는 일도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빠질 수 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이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나마 일하는 대신 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공부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시골학교에서 공부를 곧잘 했던 김 변호사는 서울 우신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타향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혼자 상경해 친척집에서 살았지만 곧바로 온 가족 모두가 서울로 올라왔다. 하지만 어려웠던 가정 환경 때문인지 김 변호사는 공부 외의 학교생활에는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는 많이 서툴렀어요. 과연 제가 사회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항상 걱정일 정도였죠. 어린 마음에 출가도 생각해 봤지만 자신이 없어서 실행에 옮길 수 없었습니다."

    공부를 위한 공부만을 해오던 그가 본격적으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은사가 들려준 중국 고전에 매료되면서부터였다. "고 1 담임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중국 고전을 자주 인용하셨어요. 그때부터 고전에 관심을 가졌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고전연구회'라는 동아리에 가입하게 됐죠." 대학 시절 그는 후배들에게 맹자를 강독할 정도로 고전 연구에 열의를 보였다. "논어에서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고뇌하는 인간 공자의 모습을 가슴이 찡하게 느낄 수 있고, 노자와 장자는 찌든 현세의 고난을 대범하게 대할 수 있는 지혜를 줍니다. 반면에 육도삼략, 손자, 오자 등 병서는 가장 치열한 삶의 현장인 전쟁의 장에서 역경을 만났을 때 헤쳐 나갈 지혜를 주지요. 전쟁과 같은 사회생활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고전은 지침이 됐습니다."

    후일 노동 전문 변호사가 된 그가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학생운동을 하다가 군대에 징집된 때부터다. 1981년 5월 전두환 정권은 '광주민주화 운동' 추모 열기를 꺾기 위해 관제행사인 '전국 대학생 민속, 국학 큰잔치(국풍81)'를 준비하지만 학생들의 저조한 참여로 실패하고 만다. 이에 정부는 행사 참여 방해를 주모한 대학생들을 색출해 강제로 군 징집을 했고, 그 과정에서 김 변호사도 군대에 끌려가게 된 것이다. "군 제대 후 진로를 고민하다가 학생운동으로 제적된 후 노동 현장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변호사로서도 노동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하나 잡고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끼니 때 두 번 정도만 자리에서 일어나고 계속 자리에 앉아서 공부만 했죠." 사법연수생 시절에는 서울대 김유성 교수를 중심으로 교수와 대학원생, 사법연수생 등으로 구성된 노동법 공부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 모임은 1988년에 출범한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의 모체가 됐다. "저희가 대학에 다니던 1970년대 말 또는 1980년 초에 대학생 중에서 가장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학생운동을 하고, 나아가 노동현장에 들어가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직접 노동현장에 들어가는 대신에 변호사로서 노동운동의 발전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민변 창립 후 15년이 지나 노무현 정권 출범 초기인 2003년 8월 김 변호사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정부와 사법부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설치한 사법개혁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당시 노사정위원회 실무위원과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맡고 있던 제가 노동계를 대표해 사법개혁위원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대한변협을 대표로 참여한 김갑배 변호사와 매주 토요일에 만나 논의를 한 후에 위원회에 참석하곤 했지요. 우리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많은 발언을 하며 노력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사법개혁위원회는 약 1년 3개월 간 활동한 후 사법개혁방안을 대법원에 제출했고, 이를 넘겨받은 정부는 대통령 산하에 사법제도개혁추진위회(사개추위)를 설치하게 된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비서실의 권유로 기획추진단장으로 사개추위에도 참여했다. 사개추위는 법학전문대학원과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하고,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위한 형사소송법을 전면 개정했다. 법조일원화, 법조윤리 강화 방안, 대법관추천위원회, 재판 기록의 공개 등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냈으며 법무담당관제도, 집단소송제, 징벌배상제, 법률구조제도 개선, 노동법원 도입 등의 논의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역사상 사법개혁을 위해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관련 부처의 공무원이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치열하게 준비하고 논쟁을 거쳐 개혁 방안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어요. 2년 간 참으로 많은 주제를 다뤘고 치열한 논쟁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노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만든 건의안을 주무 부처인 법무부에 보내 입법을 추진하라고 했으면 아마 실패했을 겁니다."

    사개추위 활동을 마친 후 7년이 지난 현재 김 변호사는 사법개혁이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는 특히 법원의 개혁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공판중심주의 강화로 인해 형사재판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고,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사건들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데에는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것에도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법조일원화, 국민참여재판제도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착돼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있지만 여러 문제점들을 개선하면서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글=임순현 기자·사진=박지연·홍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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