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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도산관리위 강화' 배경 진짜 이유는

    장기적으로 파산법원 설립추진… 단기적으로 도산청 도입에 제동

    이환춘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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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이 통합도산법상 관리위원회(도산관리위) 강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장기적으로는 파산법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도산사건 처리방식을 개선해 법무부의 도산청 도입 논의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법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법인 회생·파산에 통합도산법상 채권자협의회를 활성화해  채권자의 이해관계를 적극 반영하는 등 제도 개선을 꾀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의 특성상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통합도산법상의 도산관리위를 통해 감독기능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도산법 전문가들은 대체로 법원 파산부가 그동안 쌓아둔 노하우와 회생·파산의 신속성 요청을 고려할 때, 도산청에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을 파산법원 설립에 투입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법무부, "도산 행정관리기능 법원에서 분리해야"= 법무부의 용역보고서는 독립적인 도산관리기관의 설립이 필요한 첫번째 이유로 공정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에게 부인권 행사를 명령하고, 이에 따라 파산관재인이 제기한 부인권 소송에 대한 재판도 법원이 수행하도록 돼 있는 등 사실상 자기재판에 해당해 공정성 문제가 야기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재판기능을 수행하는 법원의 성격상 파산관재인 등에 대한 적정한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도산사건에서 법정관리인의 비위가 발생했고, 도산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법원 공무원의 부정부패 사례도 드러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여론의 지탄으로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재판의 권위가 실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법정관리기업 감사에 자신의 친구인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알선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된 선재성 부장판사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세번째는 전문성이다. 보고서는 "판사인력의 급격한 증원과 도산사건 전담 법원의 개설은 요원한 실정이며, 판사를 보조하는 법원의 인력 증가와 전문성 제고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재판의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효율적인 조직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요컨대 법원이 회생절차개시결정, 회생계획인가결정 등의 재판기능과 파산관재인 선임·감독 등 행정관리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재판기능의 공정성과 행정관리기능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도산절차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산관리 전문기관을 신설해 통합도산법상의 회생·파산·개인회생절차 등 도산절차 전반에 대한 행정적 관리기능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도산청 기능 수행"= 재경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도산청 설립·유지에 필요한 돈보다 훨씬 적은 예산을 도산관리위에 투입한다면 법무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도산청의 기능을 대부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상충과 관료주의 폐해 등 도산청이 갖는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경법원의 한 판사는 "도산관리기구가 행정부에 속하게 된다면 도산절차에서 채무자와 세무당국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도산관리기구와 세무당국이 모두 행정부 소속이라는 점에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판사는 "행정의 비효율성, 조직의 비대화로 인한 절차 비용의 증가는 결국 국민(세금)과 채무자(재산 또는 파산재단)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용역보고서에는 '중앙도산관리청'은 연간 232억원, '도산관리국'은 연간 221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국가기관에서 예산을 확보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채무자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경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무부 산하로 도산청이 설치될 경우 도산이 경제문제가 아니라 범죄문제로 인식될 우려도 있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산은 불가피한데 검사장 출신 인사가 도산청에 와서 과연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도산법 전문가인 김진한(54·사법연수원 22기)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도산은 신속하게 회사를 살리면서 채권자의 이익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하는 회생과 신속하게 남아있는 재산을 처분해서 그 재산만큼 채권자에게 변제, 배당절차를 거치는 파산으로 나뉜다"며 "회생과 파산의 생명은 신속성인데 법무부가 고려하는 도산청은 가장 중요한 신속성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도산청 도입 배경과 한국은 달라"= 법원에서는 미국에서 도산청이 설립되던 시대적 배경과 현재 한국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연방관재인 제도(U.S. Trustee)는 1970년대 말에 파산 판사가 아닌 파산 심판관(referee)이 파산관재인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변호사와 유착이 생겨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재경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1962년 법원이 파산사건을 맡은 이후 2012년까지 법정관리인의 부패 사건은 몇 건 안 되는데, 그동안 비리가 거의 없이 도산제도가 운용돼 온 것은 법원의 투명성 때문"이라며 "법무부 용역 보고서에서 거론된 법정관리인의 개인적 비리가 도산청 도입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행정기구에 의한 감독보다 채권자에 의한 감시가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부터 채권자협의회가 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기업에 자금관리위원을 파견해 매일 자금수지 등을 점검하게 하고, 해당 기업이 채권자협의회 추천 인사를 계약직 구조조정담당임원(CRO, chief restructuring officer)으로 위촉해 회생절차와 관련된 업무를 사전 협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채권자협의회가 채권자 일반의 이익을 위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거나 회생기업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검토할 수 있도록 기업의 비용부담으로 회계법인, 법무법인과 자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파산법원 설치 적극 검토해야"= 법원에서는 이번 기회에서 파산법원 설치를 적극 추진해 도산제도의 전문화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법관 26명이 근무하고 있어 독립된 법원 규모이다. 여기에 법원장을 임명하고, 파산전문법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파산부에 배치되면 3년을 근무한다. 전문법원인 서울가정법원의 경우 가사전문법관의 근무기간은 부장판사는 5년, 단독·배석 판사는 6년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파산법원 설치에 대해서는 타당성이 있는지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도산청을 만드는 것보다 파산법원을 새롭게 전문법원으로 만들거나, 파산부를 더 보강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법원으로 하여금 파산관재인이나 관계자들에 대한 훈련과 교육을 보강하고 이에 따른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면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환춘·김승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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