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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라운지] 법조인에서 교육 CEO로… 김희옥 동국대학교 총장

    "母校 봉직에 자긍심… 젊은 후배들과 함께 있어 행복"

    홍세미 saym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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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옥 동국대 총장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물어보자 쑥스러운 듯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 "젊은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전교생 중 3분의 2 이상의 얼굴은 외운 것 같다"고 말해 그의 열정과 인기를 짐작하게 했다. 그는 총장 업무의 동선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탓에 아주 바빴다. 인터뷰 바로 전날에도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터였다. 그러나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캠퍼스 전경이 무척 아름답다"고 산책을 권하며 앞장서는 모습에서 대학 CEO로서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헌법재판관직을 사임한 뒤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지 어느덧 2년이 가까워져 오는 김 총장을 가을이 깊어가는 동국대 교정에서 만났다.

     


    김희옥(64·사법연수원 8기) 총장이 2010년 12월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사임하고 모교인 동국대 총장으로 부임한 것은 당시 큰 이슈였다. 헌법재판관의 임기 중 사임이 이례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가 사형제 폐지 등 사회에 울림이 큰 소수의견을 내놓은 재판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헌법재판관 임기를 1년 10개월 정도 남긴 시점에 모교로부터 "총장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헌법재판관 퇴임 후 계획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공직 수행이 최고의 보람이라고 생각했기에 나중에 변호사 개업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죠. 헌법재판관 중에는 로스쿨에 간 사람들도 있었지만 제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그는 다만 불자(佛者)였기 때문에 퇴임 후 불교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되길 바랐을 뿐이었다고 했다.

    제의는 갑작스러웠지만,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다. 집무실을 찾아온 스님의 말씀이 가슴을 강하게 쳤다.

    헌법재판관 임기 중 사임… '시절인연'으로 생각
    검찰·헌재 출신 선배들도 잘했다고 격려 전화
    교육행위는 공적활동… 재판관과 비슷한 점 많아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모든 사물이나 움직임에는 정해진 본질이 없다고 봅니다. 본질을 찾아내는 수행 과정이 불교이고요. 사물과 움직임들이 본질을 찾기 위해 모였다 흩어지는 것을 인연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씨앗이 땅에 떨어지면 싹을 틔울 수 있지만,  아스팔트에 떨어지면 싹을 틔우지 못하는 것도 인연의 결과라고 볼 수 있지요. 스님에게 동국대에 가야 하는 것이 시절 인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야 한다면 퇴임한 뒤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가족과 동료 재판관들도 놀랐다. 당시 대학교수를 준비하던 아들은 "총장은 대내외적인 삿대질도 받아내야 하는 고생스러운 일"이라며 "공직을 마치고 편하게 지내시면 안 되겠냐"고 반대했다. "주변의 반대가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집사람도 처음엔 반대를 많이 하더니 나중엔 이해하더군요. 결심이 알려진 이후에는 오히려 헌재를 거쳐 간 선배들이 다들 전화해서 잘했다고 격려했어요. 검찰 출신, 헌재 출신이 사회에 나가 변호사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총장에 취임한 뒤 1년 8개월 동안 동국대는 굵직한 사업을 많이 했다. 학제를 개편하고 이공계 교육 인프라 확충, 용지 매입에 나섰다. 의대와 한의대, 약대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캠퍼스도 마련했다. "모교에서 일하니 자긍심과 보람이 더 큽니다. 모교 출신으로서 학생과 교수, 직원들 간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취임 후 계획한 사업을 다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전통의 명문 사립대 총장으로서 사명감도 항상 잊지 않았다. "교육 경쟁력은 세계 경쟁력과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국가가 해야 할 일 중에서 제일 중요한 영역이지요. 우리나라는 대학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가 국가로부터 공적인 책임을 위임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교육행위도 공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재판관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다. "헌법재판관은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 비례의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목적이 정당한지, 수단이 적정했는지, 피해가 가장 적은 방법을 택했는지, 지키려는 법익의 균형성이 맞는지 등을 따지게 되는데 총장으로 일하면서도 그런 판단 방법이 필요합니다."


    김 총장은 대전지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부 차관 등을 지낸 검찰 출신이다. 검찰 출신이 대학교 총장에 취임한 것은 드문 경우다. 더군다나 그 전에 교수로 재직한 경험도 없다.

    "대학 운영에 검사의 자질이 많은 도움이 됐지요. 검찰에 대해 세간의 평가가 따뜻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검사들은 기본적으로 근면하고 조직적 논리적 사고에 능합니다. 국회나 청와대, 외교부, 서울시에도 파견되는데 잘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는 고향인 경북 청도에 유명한 고찰이 있었던 까닭에 어린 시절 불교적 분위기에서 자랐고 자연스럽게 불교 종립대학인 동국대에 진학했다. 사법시험 준비도 사찰에서 했다. 전교 수석으로 입학한 데다 불심도 깊어 스님과 교수들의 기대를 많이 받았다. 그가 2010년에 소수 의견으로 사형제 위헌 의견을 피력한 것과 최근 동국대 이사진들과 함께 사후장기 기증선언을 한 것에는 종교적 배경이 작용한 것이라는 세간의 평도 있지만 그는 "규범의 영역과 종교의 영역은 다르다"고 못 박았다.

    사형제에 대해 위헌 의견… 검찰 출신으로 이례적
    "인간 생명은 그 자체로서 최고의 존재 가치 지녀
    다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어"


    "공동체 안에서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고 생명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불교와 헌법의 가치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고 법관의 판단에 개인의 성향이나 역사관, 인생관이 반영된다고 볼 수는 있지만 법률적 판단을 하는 데 종교의 영향을 받는 것은 위험합니다. 헌법상 가치는 규범적인 분야이고 불교적 가치는 종교의 영역입니다. 사형제를 위헌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인간의 생명이 그 자체로서 최고의 존재가치를 가지는 것이므로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전제 아래에서 규범적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사형제도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낸 것이 검찰 출신으로서는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인권보호 기관으로서 검찰도 사형제 폐지를 충분히 주장할 수 있습니다. 검찰은 국가기강의 확립을 위해 국가형벌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 사형제도라는 큰 칼을 휘두르지 않아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 질서유지 수단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스쿨은 이미 수년전 국민 동의 거쳐 선택한 제도
    장점 살려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가야
    교육은 사람을 바꾸는 학문… 계속 정진하고 싶어


    동국대는 아직 로스쿨을 유치하지 않고 있다. 그는 비 로스쿨 대학교의 총장으로서 로스쿨 제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로스쿨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시행 전에도 나왔던 이야기들입니다. 되돌리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수년 전에 국민의 동의를 거쳐서 선택한 제도인 만큼 지금 있는 장점을 살려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동국대에 로스쿨이 없지만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 중입니다."

    검찰 고위직을 지내고 동국대 출신으로는 최초의 헌법재판관이었던 그에게 동국대가 거는 기대는 크다. 윤재웅 국어교육과 교수는 "'내식구'라는 느낌이 강하다"며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성공한 사람을 수장으로 맞이하게 된 것을 구성원들이 자랑스럽게 느끼기도 한다"고 그를 평했다.

    김 총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교육은 사람을 바꾸는 학문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이 의대에 입학해 공부를 마치면 사람을 치료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요. 기술과 윤리, 자질, 사회 안에서의 역할을 배우게 하는 교육 분야에서 계속 정진하고 싶습니다."

    <글=홍세미 기자·사진=백성현> 

     김희옥 총장은
    △경북 청도 출생 △대구 경북고 졸업 △동국대 법대 졸업 △사시 18회(연수원8기) △서울대 대학원 신문학과 수료(석사) △동국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석·박사) △부산지검 검사 △법사위 검사(파견) △법무연수원 교수 △의성지청장 △대검 검찰연구관 △부산지검 형사2부장검사 △사법연수원 검찰실무총괄교수 △대전지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부차관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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