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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통설로 인정해온 제도 明文化…채권자 보호 강화"

    민법 개정안 주요 내용과 법조계 반응

    임순현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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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9일 공개된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채무불이행법 분과위원회의 민법 개정안은 '지출비용의 배상'과 '대상청구권' 등 그동안 판례와 통설로만 인정돼 온 제도들을 명문화해 채권자보호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채권자 보호에만 급급한 나머지 귀책사유 없는 채무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또 민법 전체 체계와는 상충되는 규정도 있어 향후 입법과정에서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채무불이행법 분과위원회 위원인 김재형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19일 서울대서 열린 2013년 한국민사법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위원회가 만든 민법 개정안을 소개하고 있다.

    ◇판례와 통설의 명문화로 채권자 보호 강화= 법률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종래의 학설이나 판례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채권자보호제도를 명문화해 입법적으로 해결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출비용의 배상을 신설한 것이다. 판례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계약이행으로 인해 채권자가 얻을 이익'인 '이행이익'으로만 파악해오다, 지난 1992년부터는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인 '신뢰이익'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 시작했다(2002다2539). 개정안은 이같은 판례를 받아들여 채권자가 채무가 이행될 것을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분과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김재형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에 채권자를 구제하는 데에 이 개정안이 기여할 것"이라며 "지출비용의 배상에 관한 개정안이 포괄적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현재보다 월등하게 많이 지출비용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행에 가름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전보배상' 규정도 판례와 통설에 맞게 수정됐다. 전보배상을 규정한 현행 민법 제395조는 이행지체의 경우에만 전보배상을 인정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판례와 통설은 이행불능이나 불완전이행, 이행거절의 경우에도 전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93다7204). 이에 개정안은 제395조를 개정해 이행거절과 불완전이행의 경우에도 전보배상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김 교수는 "판례는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 채권자는 이행기 전이라도 이행의 최고 없이 채무자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채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이에 관한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에 판례는 그 근거를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찾고 있다"며 "위원회는 학설과 판례를 수용해 이행거절에 관한 명문의 근거 규정을 두고 그 경우 전보배상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상청구권의 신설'도 그동안 판례와 통설의 태도를 따른 것이다. 현행 민법에는 대상청구권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판례는 1992년 이후 대상청구권을 꾸준히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1992년 5월 "우리 민법에는 이행불능의 효과로서 대상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해석상 대상청구권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92다4581). 통설도 이행불능의 효과로서 대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지출비용의 배상' 규정 신설하고 '전보 배상' 규정 등 수정
    '위약금 규정' 도입은 통설 등 결함을 입법적으로 해결 시도
    "채권자 보호 지나치고 일부규정은 민법전체와 상충" 지적도

     ◇통설과 판례의 결함, 입법적 해결 시도도= 개정안은 단순히 통설과 판례를 명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설과 판례의 결함을 입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제398조의 개정으로 '위약금' 규정을 도입해 '배상액의 예정'을 대신하도록 한 시도가 그것이다. 현행 민법은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도록 하고,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위약금이 단순히 계약을 위반한 데에 따른 위약벌인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고, 결국 위약벌은 그 금액이 과다하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개정안은 제398조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위약금 약정으로 바꿨다. 김 교수는 "실제 거래에서는 위약금을 약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민법은 위약금 약정에 관해 직접 규정하지 않고 위약금약정은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규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완전히 분리해 다루는 결과가 돼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손해배상예정액과 달리 위약벌에는 법원에 의한 감액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통설과 판례인데,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 감액을 인정하면서 위약벌에 대해서는 감액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평가모순이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채권자 보호는 문제= 개정안이 지나치게 채권자를 보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지출비용의 배상' 규정과 관련해서는 채무불이행만 있으면 상당한 이유가 없는 지출비용도 배상해야 하는지, 이행이익을 넘는 지출비용까지 배상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어 자칫 채권자의 무한 배상청구를 가능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정진명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판례(2003다15501)는 지출비용을 이행이익의 일부로 파악하고 비용의 배상은 이행이익을 초과하면 안 된다고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개정안은 지출비용의 배상을 손해배상의 요건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채권자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채무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대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채무가 불이행된 경우에도 본래 목적물의 가치를 초과하는 대상의 이전이 허용될 수 있어 채무자의 선의보다 채권자를 두텁게 보호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 교수는 "채권자에게 대상청구권이 인정되더라도 채무자가 얻은 대상이 이행의 목적물의 가치를 넘지 않는 한도에서 대상의 이전이 인정돼야 타당하다"며 "개정안은 대상청구권의 본질에 비춰 초과가치에 대한 제한을 규정하지 않아 채권자를 과도하게 보호한다"고 말했다.

    ◇"민법의 전체 체계와도 모순" 우려= 신설된 대상청구권 규정이 민법 전체 체계와 상충된다는 지적도 있다. 당사자 쌍방이 채무를 지는 쌍무계약에서까지 채권자에게 대상청구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민법상 채무자위험부담주의가 사문화된다는 것이다. 민법 제537조는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다른 상대방에게 이행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자 대상청구권이 인정되면 사실상 이행을 청구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해당 규정이 의미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제3자의 귀책사유로 이행불능이 발생한 경우에 채무자는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금 등을 목적물의 시가보다 더 많이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채권자는 항상 대상청구권만 행사할 것"이라며 "이 경우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 민법 제537조는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개정안 전반에 대해 "채무불이행법을 개혁하기 위해 체계적인 연구 없이 개정안을 작성했기 때문에 채무불이행법을 쇄신했다거나 현대화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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