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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등기업무, 전자등기 추진… 법무사들 뿔났다

    대량의 등기업무 일괄처리… 국민은행 첫 대리인 선정 입찰공고
    최고 입찰가 6만원 책정… "등기비용 법무사에 전가" 강력 반발
    입찰평가 기준도 대형사무소에 유리… 일선 법무사들 '노심초사'

    임순현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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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들이 현재 법무사를 통해 등기소를 방문해 처리하던 근저당등기 설정업무를 전자신청을 이용해 처리하려 하자 법무사들이 집단으로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이 등기업무가 전자적 방식으로 바뀌면 직접 등기소를 방문할 필요 없이 은행이 마련한 전자등기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법원 전자등기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대량의 등기업무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무사들은 인터넷을 통한 전자등기가 활성화되면 등기업무 건당 보수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 업무가 특정 사무실에 몰려 일선 법무사들의 일감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전자등기 업무 대행 입찰공고에 대해 법무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법무사들과 은행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서울 논현동 법무사회관에서 바라본 하늘에 먹구름이 끼어있다. <사진=백성현 기자>

    국민은행 낙찰자 선정 미뤄

    ◇국민은행 전자등기 입찰공고= 은행 등기업무의 전자등기 전환에 대한 법무사들의 우려는 지난달 16일 국민은행이 '인터넷 전자등기 업무처리를 대행할 법무대리인 선정 경쟁입찰'을 공고하면서 고조됐다. 국민은행은 등기업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그동안 개별 법무대리인들이 해오던 근저당권 설정 등기업무를 특정 법무대리인에 맡겨 전자등기로 일괄해서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자등기업무를 대행할 법무대리인은 건당 최고 6만원을 기준으로 최저 보수를 입찰가격으로 제시한 2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건당 보수가 같을 경우에는 국민은행이 별도로 제시한 '세부평기준표'에 따른 고득점 업체를 뽑는다. 이마저 같을 경우에는 '세부평가기준표'상의 등기사무원수와 법무대리인 자격보유수, 위탁금융기관수, 전자등기수행경험 순으로 고득점 업체를 선정한다.

    '법무대리인 자격보유자 수'와 '등기사무원수', '위탁 금융기관 수', '전자등기 수행경험 수'는 각각 1:3:3:3의 비율로 반영한다. 또 국민은행의 전자등기 대행 법무대리인으로 최종 선정되기 위해서는 '세부평가기준표'에 따라 평가점수를 70점 이상 받아야 하고, 국민은행이 계약한 전자등기솔루션업체와 '전자등기솔루션 이용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법무사들 "근저당 설정비용 법무사들에게 전가"= 국민은행의 입찰공고 일정에 따르면 최종 낙찰자는 지난달 31일 정해져야 했지만, 국민은행은 당초 선정일을 한참 넘긴 21일까지 낙찰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월 수 만 건에 달하는 국민은행 등기업무를 취급해 왔던 법무사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사들은 우선 최고 입찰가격을 6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은행이 등기비용을 법무사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대출시 발생하는 근저당설정비용은 전액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2008두23184) 이후 은행의 등기비용 부담이 늘자, 이를 법무사들의 등기업무 보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등기업무를 대행해온 지방의 한 법무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근저당 설정자 대신 은행이 등록세나 법무사 비용 등을 부담하게 되자 은행들이 전자등기 입찰을 통해 법무사 비용을 줄이려고 한다"면서 "법무사 보수표에 따르면 최저 7만원에서 근저당 설정금액이 커질수록 누진보수를 추가하도록 돼 있지만, 국민은행 공고에 따르면 보수표에 따른 최저 보수도 받지 못하게 돼 법무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재산권 보호 취약" 지적도

    ◇대형 사무소에만 유리해 "골목상권 침해" 지적도= 입찰 평가기준이 대형 사무소에게만 유리하게 설정돼 일선 법무사들의 일거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영세한 법무사 사무실은 최저 입찰가격을 제시하기도 어렵거니와 세부평가기준으로 설정된 등기사무원수와 법무대리인 자격보유수, 위탁금융기관수, 전자등기수행경험에서 대형 사무소와 경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사는 "국민은행의 이번 입찰은 대부분의 소규모 법무사를 배제하고 큰 규모의 법인을 위주로 선정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대형 사무소들의 골목상권 침투를 조장하는 것으로 상생의 가치와 일자리 창출을 추구하는 정부 시책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거래질서를 문란하게 해 법무사 제도의 공익성을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근 금융계의 잇따른 고객정보유출과 관련해 등기업무를 전자등기로 일괄 처리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인인증서 도용 등을 통해 대규모 부동산 등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의 한 법무사는 "보이스피싱이나 해킹, 개인정보유출 등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등기 프로그램의 도입은 국민의 부동산 재산권 보호와 관련된 보안성 강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수委' 구성… 조직적 대응

    ◇법무사들, 저지위해 집단행동도 불사= 법무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은 입찰절차를 계속해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사들은 국민은행의 입찰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다른 은행들도 등기업무를 전자등기로 변환할 것을 우려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의 한 법무사는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농협, 신한은행도 전자등기 입찰 공고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등 다른 은행들이 국민은행 입찰 과정을 주시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국민은행 입찰을 저지하지 못하면 다른 은행들도 일제히 등기업무의 전자등기 처리를 시도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이에 법무사들은 최근 김종현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가칭 '법무사생존권사수위원회'을 구성해 조직적인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서울 명동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전자등기 입찰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지만, 전국 법무사들의 의견을 취합한 후 행동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집회를 잠정 연기한 상태"라면서 "법무사들의 집단행동을 위해 대한법무사협회에 전국 대의원회의 개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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