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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따리 사무장' 왜 근절 안되나

    사무직원, 열악한 처우 탈피위해 사건유치 무리수
    법률사무소도 수임사건 줄어들자 직접영업 종용
    법조서비스시장 장기불황이 구조적 악순환 불러
    "처우개선 돼야 '보따리' 근절" 자성의 목소리도

    임순현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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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작스러운 등기업무로 오후 늦게 부산으로 출장을 나간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사 사무실 직원 A(35)씨는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사무실로 돌아왔다. 텅빈 사무실 책상에는 사우나라도 다녀오라며 대표 법무사가 남기고 간 4만원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150만원도 채 안되는 월급으로는 생활비를 대기도 빠뜻했던 A씨는 4만원을 고스란히 지갑에 넣어 생계에 보탰다. '월급을 올리려면 영업을 뛰어 사건을 물어오는 수밖에 없다'는 옆 사무실 선배 직원의 조언을 곱씹으며 A씨는 6시간 후 출근을 위해 서둘러 발길을 집으로 옮겼다.

    최근 이른바 개인회생·파산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보따리 사무장'에게 명의를 대여하고 수수료를 챙긴 변호사들에게 무더기로 벌금형이 확정돼 법률서비스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건전한 경쟁 질서를 해치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보따리 사무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무직원들에 대한 처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조 브로커의 폐해에 버금가는 보따리 사무장들의 행태를 강력한 처벌로 발본색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악한 처우에 있는 사무직원들이 보따리 사무장으로 둔갑하는 구조적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따리 사무장은 변호사와 법무사로부터 명의를 빌려 개인파산과 등기신청 사건 등을 대리하는 무자격자들을 말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에서 사무직원으로 일하던 사람들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십 수 년 간 등기업무나 개인회생·파산 사건 등을 전담해 온 사무직원들은 실무적인 측면에서 전문 자격사들의 능력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 중 일부는 쥐꼬리 월급 등 열악한 처우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닦아 놓은 인적 네트워크와 영업력을 기반으로 사건을 끌어와 처리하고 법적 책임은 명의를 빌려 준 변호사나 법무사에게 돌릴 수 있는 '보따리 사무장'이라는 유혹에 쉽게 빠져 들고 있다"고 말했다.

    자격사들이 보따리 사무장의 양산을 조장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신정동의 한 법무사 사무실 직원은 "수임 사건 수가 줄어들자 직원들에게 직접 영업에 나서 사건을 수임해올 것을 종용하는 사무실도 있다"며 "변호사와 법무사 등 자격사들이 직원들에게 영업에서부터 실제 자신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까지 맡겨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수입만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재주는 곰이 넘는데 돈은 왕서방이 버는 격에 처우마저 열악하니 '이럴거면 내가 직접 하고 돈도 내 주머니에 챙기겠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사와 법무사 업계를 강타한 장기불황은 사무직원의 처우 개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어 새로운 보따리 사무장들의 등장이 우려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사 사무실 직원은 "일부 사무실에서는 직원이 경력 3년차가 되자 높아진 급여를 감당할 수 없다며 재계약을 거부하고 대신 그 자리에 값싼 신입 직원을 뽑아 대체하고 있다"며 "불황이 길어지니 변호사나 법무사들이 '저비용 저효율' 전략을 세워 버티기에 나선 모양새"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법률서비스 시장의 장기 불황과 열악한 처우에 '보따리 사무장'은 사무직원들에게 비정상적인 직업행태가 아니라 오히려 따라 가야 할 '롤 모델'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며 "보따리 사무장을 강력히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호사와 법무사 등 자격사들 스스로가 사무직원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지 않았나 되돌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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