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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vs "피해자 권리보호" 논란

    법원, 학계 "취지엔 공감, 보완 필요" 지적도

    박지연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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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가 지난 16일 소송기록 열람등사시 개인정보 보호 의무화 규정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피고인이 소송 진행 중 사건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했을 때 피해자나 목격자의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인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안이 최근 발생한 '트렁크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김일곤이 앞서 자신이 약식명령을 선고받은 폭행사건의 목격자 3명에 대한 진술조서를 복사해 '살생부'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복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법조계는 대체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조화롭게 추진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소송 개시 이전이나 판결 확정 이후에는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소송 진행 중에는 개인정보를 비공개할 명문의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은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검사에게 공소제기된 사건에 관한 서류 등의 목록과 공소사실의 인정 또는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류의 열람·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소송기록을 열람·등사하는 과정에서 소송기록에 기재된 목격자나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가 피고인 측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발생해왔다. 지난해 2월 폭행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가 증인선서서에 기재된 증인(피해자)들의 주소를 알아낸 뒤 붉은색 글씨로 '입춘대길'이라고 쓴 편지를 보내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개정 법안은 '재판장은 피해자, 증인 등 사건 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 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때에는 열람·등사에 앞서 사건 관계인의 성명 등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해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보복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점에서 대체로 환영했다. 제주지검장을 지낸 박영관(63·사법연수원 13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피고인의 소송기록 열람등사 시 피해자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지금도 실시하고 있는 제도"라며 "이번 입법예고는 실무상 이뤄지고 있는 것을 법률로 명문화한 것으로 변호인 입장에서 다소 불편한 점이 예상되긴 하지만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창우(61·15기) 대한변호사협회장도 "현재 실무상으로도 재판 진행 중 피고인이 열람등사를 신청하면 사건관계인과 관련된 정보는 삭제하고 주고 있기 때문에 재판장에게 개인정보 공개 여부를 광범위하게 결정할 권한을 준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합의 필요한 사건에서 피해자 접촉 어렵고 일처리 번잡"
    "실무상 행해지던 내용 명문화에 불과… 별다른 문제 없어"
    보복범죄 예방 취지에는 공감… "제도 보완 필요" 지적도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비공개되면 변호사들이 실무에서 굉장히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며 "합의를 위해 피해자와 접촉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절차가 복잡해지면 현재는 단순 합의에서 끝날 수 있는 사안도 해결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피해자에 대한 보복범죄를 막기 위한 취지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피해자 보호 사이에서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원(55·21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현저한 우려' 등의 요건을 판단해 재판장이 완급을 조정할 수 있는 만큼 크게 무리는 없겠지만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도 피해자의 안전도 지킬 수 있는 제3의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완충지대에 있는 변호사에게만 성명과 주소 등을 공개하고 피의자에겐 공개하지 않는 방안 △합의금을 공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형사공탁제도) △합의중재기관을 둬서 피의자와 피해자가 직접 만나지 않게 하는 방안 등을 예로 들었다.

    김태우(46·29기) 법무부 형사법제과장은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사건관계인의 정보를 필요로 할 때에는 재판장에게 그 이유 등을 잘 소명해 실무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개정안은 보복범죄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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