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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65주년 특집] 공익인권변호사 삼총사

    이장호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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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12일은 어둡고 아팠던 독재 시절 인권의 등불을 밝힌 고(故) 조영래 변호사의 25주기이다. 그는 1990년 43세의 짧은 생애를 마치고 타계했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켜내 아직도 후배 법조인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그를 닮아 공익에 헌신하는 후배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밥벌이도 되지 않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외계층을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15년 겨울 '나눔의 계절'을 맞아 공익·인권 변호사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3명의 변호사를 만나 그들의 삶과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이주아동 권리보장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공감'의 맏언니 소라미 변호사


    공익변호사들의 맏언니, 큰누나인 소라미(41·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2004년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염형국(41·33기) 변호사 등 연수원 동기 4명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공익활동을 본업으로 삼는 공익변호사단체 '공감'을 설립했다. 소 변호사는 공감에서 필리핀 인신매매 여성, 불법체류자 자녀, 입양아, 미혼모 등 여성과 아동 인권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이 일에 매진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다. 소 변호사는 "인신매매 당한 여성들은 한국으로 들어와 미군들의 성매매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입양 관련 법과 제도를 바꾸는 활동을 하면서 1990~2000년대 입양 보내진 아이의 95%가 미혼모 가정 출신이라는 점을 알고 무척 놀랐다"며 "미혼모 지원을 혼전임신 조장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소 변호사는 "미혼모가 아이를 낳겠다고 한 것은 존중받아야 할 선택"이라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학교와 사회에서 몰아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혼모 지원, 혼전임신 조장으로 보지 말았으면
    공익에 헌신하는 동료변호사들 볼 때마다 행복

    소 변호사는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 제정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1991년 체결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는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주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악플 뒤에 숨어 '여론이 안 좋아 못 한다'고 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입니다."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은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자동폐기될 위기에 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일을 관철시키려 애쓰는 어려움 속에서도 소 변호사는 "공익에 헌신하는 많은 동료 변호사들을 볼 때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공감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전업으로 일하는 공익변호사가 저희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많은 후배들이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공익활동을 하고 있으니 매우 뿌듯합니다."

    소 변호사는 공익변호사를 꿈꾸는 법조인들이 많아질수록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계속 공감에서 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아니라도 공감에서 공익변호사를 꿈꾸는 후배들이 공감에서 일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연수원 시절 난민을 만나고 나서
     인생이 바뀌었다"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의 한 구절처럼 난민을 만나고 인생이 바뀌는 '어마어마한 일'을 겪은 변호사가 있다. 김종철(44·36기)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시절 국제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온 난민들을 만났다. 목숨을 건 탈출과 도피. 드라마 같은 난민들의 이야기에 매료된 김 변호사는 2011년 홀로 공익법센터 '어필'을 설립했다. "난민들의 이야기에 참여하고, 보탬이 되고 싶어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됐습니다."

    2013년 우리나라에도 난민법이 제정됐지만 난민으로 인정받기는 여전히 까다롭다. 내전을 피해 온 시리아 난민 800여명 중 지금까지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단 3명뿐이다. "조사관이 전쟁 중 어느 정도 박해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면서 추가적인 박해가 있냐고 묻습니다. 이는 난민협약에서 정한 난민 인정 사유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난민법은 출입국자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출입국관리법과는 이념 자체가 다르다"며 "난민을 출입국 관점에서 심사하기보다 난민협약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난민 800여명 중 인정된 사람은 단 3명뿐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시선 바뀌어야

     
    그는 "우리도 멀지 않은 과거에는 난민이었다"면서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한국전쟁 때의 피난민도 모두 난민이었습니다. 만약 그때 외국에서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다면 어땠을까요?"

    난민 소송의 결과는 난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소송에서 패한 난민은 본국으로 추방당해 생명의 위협을 받기 일쑤다. 김 변호사는 이 때문에 우울증세까지 느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친구처럼 지내던 난민이 대법원까지 가서 난민 인정을 못 받고 추방된 적이 있었어요. 오랫동안 그 일이 머릿 속에 남아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김 변호사는 공익변호사 동료들과의 우정이 있어 버틸 수 있다고 했다. "난민 소송이 1년에 수백건인데 '어필'이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진정성을 갖고 있는 많은 변호사들이 난민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성소수자 학생의 자살 시도율 40%…
      심각한 상황"
    '희망을 만드는 법' 한가람 변호사


    2009년 부산에서 한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친구들의 폭언과 따돌림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학생의 부모는 "학교가 따돌림을 방치했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학교 측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물리적 폭력이 없어 학교가 학생의 자살을 예상할 수 없었다"며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의 파기환송심부터 학생 가족을 대리한 한가람(36·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는 "조롱과 비난만으로도 성소수자들은 유대감이 단절되는 느낌을 받아 자살로 이어지기 쉽다"며 "학생이라면 더욱 그렇다. 성소수자를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이런 판결은 나올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인 '희망을 만드는 법'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한 변호사는 최근 성소수자 자살 방지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청소년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 학생의 자살 시도율은 약 10%인 반면 성소수자인 학생의 경우 40% 이르는 등 성소수자의 자살률이 심각하다.

    그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들이 최근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고 걱정했다. "예전에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약자에 대한 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최근 노골적으로 변하면서 차별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자살방지 프로그램 개발·운영에 참여
    "소수자에 대한 차별, 국가가 적극적 해소해야"

    한 변호사는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차별을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수자의 문제는 다수결로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 국민을 설득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오히려 국가가 제도적으로 소수자를 배제시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여성가족부가 대전광역시 성평등기본조례 가운데 성소수자 관련 부분을 개정하라고 요구한 것과 교육부가 성소수자 학생 보호를 규정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국제인권 기준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 변호사는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으로 2013년 외부성기를 갖추지 못한 트렌스젠더의 성별정정이 허용됐던 때를 뽑았다. "당사자와 그 친구들, 트렌스젠더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이게 정말 중요한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풍족하지 않은 생활이지만 한 변호사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늘 적자를 면하지 못해 변호사회 회비도 못 낼 때가 있지만,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미소지었다. "열정이 있는 변호사들이 낮은 급여와 열약한 처우라는 현실적 장벽에 막히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익 공간을 확장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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