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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상사분쟁 조정에 집행력 부여하는 규범 마련 본격화

    UNCITRAL중재·조정 실무작업반 회의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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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회의 개관

    지난 9월 7일에서 11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ited Nation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 이하 'UNCITRAL')의 제63차 중재?조정 실무작업반(Working Group II) 회의가 개최되었다. UNCITRAL은 국제상거래법의 조화와 통일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엔 산하기구로 현재 60개국이 가입하여 활동 중이다.

    이번 회의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43개 가입국 외에도 21개 비가입국과 중재?조정 관련 31개 기관이 참석하였으며, 한국 대표단은 주 빈 국제기구대표부 이용일 공사(수석대표) 외 외교부, 법무부 및 법원의 관련 실무진으로 구성되었다.

    지난 제62차 회의(2015. 2. 2.~6. 미국 뉴욕 개최)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는 국제상사조정(International Commercial Conciliation)을 통해 도출된 화해합의(settlement agreement, 민법 제731조의 화해계약과 유사한 개념)에 집행력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었다.

    조정은 국제상사분야의 효과적인 대체적 분쟁해결수단 중 하나로서, 절차가 간소하지만 당사자가 거부하는 한 집행에 대하여 법적 구속력이 없다. 실무작업반은 조정 분야 규범으로 1980년 'UNCITRAL 조정규칙'과 2002년 'UNCITRAL 국제상사조정 모델법'(이하 '모델조정법')을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모델조정법 제14조는 조정 절차를 통해 도출된 당사자들의 화해합의에 법적 구속력과 집행력을 부여한다고 규정할 뿐, 구체적인 집행방법은 각국이 정하도록 남겨두었다. 이러한 모델조정법의 한계를 보충하고 국제상사조정의 활성화를 위해 화해합의에 집행력을 부여하는 규범을 성안하는 것이 이번 회의의 목적이다.

    아직은 논의 초기 단계인 만큼 화해합의의 개념, 적용 범위, 형식적 요건, 항변사유, 최종성안 문서의 법적 성격 등이 개괄적으로 다루어졌다. 이하에서는 주요 논의 내용과 우리나라에서의 조정 제도 현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양리원 전문위원 (법무부 국제법무과), 권인화 변호사 (Graf & Pitkowitz 로펌)

    II. 주요 논의 사항

    먼저 회원국들은 성안될 규범의 적용 범위를 국제상사분쟁에서의 조정에 의해 도출된 화해합의에 국한해야 한다는 점에 합의했다. 규범의 목적이 조정을 활성화하는 데 있고 적용 범위를 한정함으로써 적용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분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조정이 개시된 경우 이외에 사법절차 또는 중재절차 진행 중 조정이 개시된 경우도 적용 범위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열띤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를 적용 범위에 포함시키면 헤이그 국제사법회의 '외국판결의 승인과 집행에 관한 프로젝트'나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이하 '뉴욕협약')과 적용 범위가 중복될 수 있기 때문에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사법?중재절차 중에 조정이 개시되어 화해합의가 도출되면 판결 혹은 중재판정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되었다. 반면, 조정이 사법?중재절차 중에 개시되는 경우가 많은 상사실무를 감안하여 적용 범위에 포함시키되 도출된 화해합의가 판결이나 중재판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지 않을 때로 제한하자는 의견이 대립하였다.

    정부기관이 상업적 활동의 주체로서 상사분쟁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를 적용 범위에서 배제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다수가 반대하였다. 정부기관도 상사분쟁 발생 시 상대 당사자에게 화해합의의 집행을 요구해야 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안될 규범이 협약의 형태를 취한다면 정부기관이 일방 당사자인 경우를 전면 배제하는 대신 국가별로 유보나 선언을 통해 배제할 수 있도록 하여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화해합의가 갖추어야 할 형식적 요건은 당사자의 서명, 서면성 충족 등으로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 다수의 국가가 공감하였다. 형식적 요건을 강화하게 되면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분쟁 발생 여지로 인해 집행 절차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해합의 집행의 항변사유에 대하여는 여러 의견이 있었으나 당사자의 사기 또는 공서양속 위반이 화해합의 집행의 항변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이견이 없었다. 다만, 항변사유는 열거적으로 규정하되, 일반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집행기관이 유연하게 해석하도록 하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끝으로, 조정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모델법보다는 협약의 형태가 선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다수가 동의하였다. 그러나 국가별로 다양한 조정 제도가 존재하여 개별 항목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바, 차후 논의 진행 경과에 따라 각국의 입장이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화해합의에 집행력을 부여하는 것은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정 제도의 본래 취지와 상반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논의 중인 규범이 마련되면 조정 절차의 실효성이 확보되고, 조정에 따른 분쟁 해결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충분히 의의를 가진다. 다만, 불공정한 화해합의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게 되는 결과를 배제하기 위해 당사자의 항변사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등 세부 절차 마련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III. 국내 조정 활용 현황 및 시사점

    우리나라의 조정은 사법형 조정, 행정형 조정, 민간형 조정으로 나뉜다.

    사법형 조정에는 조정담당판사, 수소법원 또는 조정위원회에 의한 법원 조정, 법원조정센터에 의한 법원부속형 조정, 그리고 민간에 위탁하여 실시하는 법원연계 조정이 있다.

    행정형 조정은 사인 간의 분쟁을 행정기관 또는 산하·부속기관에서 해결하는 절차로, 언론중재위원회,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등 30여개의 행정형 조정기구가 있다.

    민간형 조정은 민간인을 조정인으로 선정하여 진행하는 절차이며, 이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대한상사중재원,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에서 실제로 시행되는 조정은 법원으로부터 조정사건을 배당받아 시행하는 법원연계 조정이 대부분이다. 2014년 대한상사중재원에 접수된 법원연계 조정은 960건이었고, 이에 비해 일반 조정은 1건에 그쳤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부여되는 사법형 조정이나 행정형 조정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법형 조정은 법원조정센터, 법원연계 조정 등의 제도를 통해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이며 행정형 조정은 환경, 전자거래, 금융, 건축 등 다양한 영역의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민사조정법으로 규율되는 사법형 조정과 달리 행정형 조정, 민간형 조정에는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 없다. 특히 행정형 분쟁조정기구는 개별 특별법에 설립근거가 규정되어 있으며 해당 법령에 따라 조정 절차 및 효력이 다르게 규정되고 있어서 이들 기구의 통합?정비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타국가의 경우를 살펴보자면 미국은 2001년 '통일 조정법'(Uniform Mediation Act)을 제정하고 2003년에는 모델조정법을 반영한 개정안을 통과시켜 조정 제도를 더욱 활성화시켰다. 유럽연합은 2008년 '민?상사 조정에 관한 지침'(Directive 2008/52/EC on certain aspects of mediation in civil and commercial matters)을 채택하여 조정 절차를 개선한 바 있다. 일본은 2004년 '대안적 분쟁해결절차의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고 이를 통해 대체적 분쟁해결절차에 의한 분쟁해결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중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중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 '중재법' 개정 및 '중재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중재의 분쟁금액이 커지고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조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국제적 동향을 감안했을 때 중재에 국한된 관심을 조정에까지 확대하여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UNCITRAL 중재·조정 실무작업반 회의에 꾸준히 참석하여 이러한 동향을 파악하고 타국가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국내 법제 개선에 반영하는 학계 및 실무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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