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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자료 제공’ 논란 속 당사자에 통지 싸고 ‘갑론을박’

    장혜진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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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신사나 포털업체 등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넘겨주는 '통신자료제공'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제도는 내사나 초동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통화내역 등을 추적하는데 효용이 크지만 개인정보보호 문제와 남용 우려도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은 '수사의 밀행성 유지를 위해 일정기간 동안은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당사자가 모르게 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반면, 인권단체 등은 '자료제공 요구 때 법원의 영장을 받도록 하거나 제공사실을 사후에 의무적으로 당사자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4월 총선 이후 헌법소원과 함께 수사기관과 전기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소송까지 예고했다.

    ◇'연간 100만건'… 통신자료제공 급증= 수사기관이 통신사나 포털업체에 통신 관련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는 크게 두 가지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자료제공'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등이 규정하고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은 검찰 등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피의자 등 이용자의 △통신일시 및 시간 △주고 받은 통신번호 △인터넷로그 기록 △위치추적자료 등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이 이뤄진 뒤 수사기관은 관련 사건의 기소나 불기소 등 종국처분이 있은 때로부터 30일 이내에 집행기관 및 기간 등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단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 할 현저한 우려가 있거나 사람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염려가 현저한 때에는 이같은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통지를 유예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이 규정하고 있는 통신자료제공은 법원 또는 검사나 수사관서·정보기관의 장 등이 수사나 재판,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용자의 성명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등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과 달리 법원의 허가가 필요 없다.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자료제공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도 없다. 이용자 본인이 직접 통신사와 포털업체에 자신에 대한 통신자료제공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만 알 수 있다. 통신자료제공 건수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65만1185건에서 2014년 100만1000건으로 3년새 53.7%나 급증했다. 2015년에는 상반기에만 56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법원 "통신자료 신속 확인 공익이 더 커"=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은 법원의 허가라는 사법 심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큰 논란이 없다. 문제는 통신자료제공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사회 분위기 속에 "내 허락이나 법원 영장도 없이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왜 넘겨주느냐"는 이용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용자가 전기통신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한다.

    2010년 3월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씨를 포옹하려다 거부당한 것처럼 보이게 한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가 유 장관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던 A(36)씨는 네이버를 운영하는 ㈜엔에이치엔(NHN)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NHN은 유 장관의 고소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종로경찰서의 통신자료제공 요청에 따라 A씨의 이름과 네이버 아이디,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주소, 휴대전화번호, 네이버 가입일자 등의 자료를 넘겨줬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달 10일 현행 통신자료제공 제도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 NHN에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2012다105482). 대법원은 "통신자료제공제도는 수사상 신속과 다른 범죄의 예방을 위해 해당 개인정보의 내용과 성격 등에 따라 통신 자료에 대해서는 법원의 허가나 영장 없이 수사기관의 서면요청에 자료를 제공해 수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통신자료가 주로 수사 초기 신속하게 확인해야 할 정보에 해당해 개인정보 제공으로 얻을 공익은 큰 반면 제한되는 사익은 인적사항 정도에 한정된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가 이 제도의 합헌성 여부를 직접 판단한 적은 아직 없다. 헌재는 2012년 구 전기통신사업법상에 규정됐던 같은 내용의 통신자료제공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사건(2010헌마439)에서 "해당 법률조항에 따르면 수사관서의 장이 이용자에 관한 통신자료제공을 요청하더라도 이에 응할 것인지 여부는 전기통신사업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며 "따라서 수사관서의 장의 통신자료제공 요청과 이에 따른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자료 제공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통신자료와 관련된 이용자의 기본권제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지, 이 사건 조항만으로 이용자의 기본권이 직접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면서 각하 결정했다.

    ◇법조계도 '갑론을박'= 검찰 등 수사기관은 "통신자료의 보관 필요성이 없는 경우는 대검 지침에 따라 삭제 및 폐기하고 있다"며 "통신자료제공 제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수사 보안이나 국가 안보를 위해 일정기간 동안은 통신자료제공 사실을 본인에게조차도 확인해 주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한 부장검사는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피의자의 전화통화 내역 목록 등 통신사실확인 자료를 확보하더라도 그 자료에는 피의자가 통화한 상대방의 전화번호 정도만 나와 있기 때문에 그 피의자와 통화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신속하게 파악해 수사를 진행하려면 통신자료제공 요청을 통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관련 개인정보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며 "이마저도 일일이 법원 영장을 받으라고 하면 사실상 수사를 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법상 당사자 통지를 일정기간 유예할 수 있는데, 통신자료제공은 당사자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확인하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간첩이나 테러범 등 공안사범 수사는 수사 밀행성이 더욱 크게 요구되기 때문에 국가 안전보장 등을 위해 특별히 필요한 때에는 일정기간 통신자료제공 사실도 확인해 줄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본권 침해, 수사기관의 남용 우려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입법조사처 심우민 조사관은 최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통신자료 제공제도의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통신자료제공 제도는 1993년 제정된 '공중전기통신사업법'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사실상 유선전화 시절의 체계를 상당부분 유지하고 있다"며 "현대 모바일 환경에서는 사실상 이용자와 기기가 1대 1로 대응하는 만큼 과거 통신자료제공에 비해 기본권 제약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4월 정부에 해당 조항을 삭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 부장판사는 "통신자료제공은 사법심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남용 우려가 크다"며 "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통제를 받게 하거나 적어도 사후에 당사자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하는 규정이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A씨 사건의 2심을 맡았던 서울고법도 "개인정보는 영장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 원칙이고, 네이버가 보유한 A씨의 개인정보에도 영장주의 원칙이 배제될 수 없다"며 "NHN은 위자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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