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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강진

    백강진 판사의 오피니언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는 길은 스테이 휴먼(Stay human)"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는 길은 '스테이 휴먼(Stay human)', 즉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잘하는 것입니다." 백강진(47·사법연수원 23기) 유엔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전범재판소(ECCC) 재판관은 인공지능(AI) 출현에 따른 법조계 환경 변화를 맞아 법률가는 '창의성'과 '감성'이 담긴 일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2005~2008년 법원행정처 정보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전자소송의 기틀을 다지는 데 앞장선 그는 17일 '2016 국제법률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 백 재판관은 "컴퓨터단층촬영(CT) 차트는 이미 기계가 인간보다 잘 읽고, 스포츠 기사도 컴퓨터가 앞서가는 상황"이라며 "미국에서는 데이터와 판례를 분석해 판결을 예측하는 데 있어 AI가

    동양적 재판

    동양적 재판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티모시 브룩 교수는 저서 '능지처참(Death by a Thousand Cuts)'에서, 1904년 청 왕조가 공개한 사형수에 대한 '능지처사(凌遲處死)' 방식에 의한 사형 집행 장면이 프랑스인들에 의해 촬영된 후 그 사진이 유럽에 유포되어 '동양적' 전제주의의 반(半)야만성과 잔혹성을 드러내는 이미지로 사용됨으로써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 합리화에 기여하였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프랑스 철학자 조르주 바타유가 저서 '에로스의 눈물'에서 이 참혹한 사진을 일종의 사디즘 이미지로까지 오독(誤讀)하는 데 대해서도 개탄한다. 그러나 중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유럽의 18세기 계몽주의자들은 이미 중국의 사법제도가 오랜 옛날부터 범죄의 경중에 따라 형법을 등급화한 이상적인 형태로서 극형은 매우

    사법 정체성

    사법 정체성

    법원은 미군정으로부터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사법권을 이양 받아 가인 김병로 선생이 초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1948년 9월 13일을 독자적인 사법부 기념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5월 11일 '1895~2015 소통컨퍼런스, 역사에 비춰 본 바람직한 법관상'이라는 제목으로 근대사법 120주년 기념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한 바 있다. 근래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법 역사에 대한 관심의 배경에는 이른바 우리의 '사법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려는 시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유서대필 재심사건으로 다시 제기된 사법부의 '어두운 과거' 논란이나 '사법시험 존치론'과 관련된 이른바 '개천 용' 신화를 둘러싼 논쟁은, 과거 프랑스혁명 전 '법복귀족(No

    불신의 기원

    불신의 기원

    지난 4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개최하는 '상고법원 설치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상고법원 안을 비롯한 상고심 개선 방안에 관하여 참여자들의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논의 과정을 보면서 자칫하면 상고심 개선 논의가 법률가들만이 참여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상고심을 개선하는 이유는 헌법 이념을 관철하거나, 법원의 권위를 높이고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의 법관 임명에 관한 권한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아니며, 변호사 업계를 비롯한 관련 직역의 이해관계 역시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없음이 당연하다. 이론의 여지없이 우리 상고심 재판은 이미 한계점을 지났다. 연간 4만건에 육박하는 사건을 13인의 대법관이 처리하고 있고, 약 5

    고결한 법관

    고결한 법관

    지난 3월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사도법관 김홍섭 50주기 추모행사가 개최되었다. 김홍섭 선생의 남다른 청빈함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뜻 깊은 행사였다. 작년에는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의 서세 50주기 추념식이 대법원에서 열린 바 있다. 이러한 훌륭한 선배 법관들의 족적이 자랑스러운 한편, 현 시대의 후배 법률가들로서는 감히 따라갈 수 없는 높은 경지라는 생각에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브 제이 굴드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941년 이후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를 '시스템의 진화적 안정화'로 설명하였다. 즉 야구 생태계 시스템이 성숙할수록 기량이 점차 평준화되어 선수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양극단에 위치한 1할 타자와 4할 타자는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판사의 내면

    얼마 전 '더 저지(The Judge)'라는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아이언 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변호사인 아들 역할로, 로버트 듀발이 시골의 노 판사인 아버지 역할로 출연하였는데, 교통사고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를 아들이 변호하게 되면서 부자(父子)간의 오래 묵은 갈등을 점차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다.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 자체를 아버지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실'(실제로 아버지는 노환으로 인해 20년이 넘게 함께 근무하고 있는 법정경위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을 아들이 유리한 정상으로 주장하려 하자, 아버지가 그 때까지 수행해 온 법관으로서의 업무능력까지 의심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변호인의 의사에 반해 증언대에서 스스로 유죄를

    이견의 가치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테러 사건 이후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해 세계적 논쟁이 일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위대한 반대자(Great dissenter) 홈즈 대법관은 1919년 Abrams v. United States 판결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근거로서 '생각의 진실 여부는 그것이 자유경쟁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가장 잘 밝혀지게 된다'는 이유를 들었고, 이 판결 이후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리는 미국에서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당시 이 의견은 소수의견이었지만 미국 헌법이론을 대표하는 판시가 되었고, 현재 다수의견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이처럼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의 소수의견을 기초로 법이 형성된 경우는 130차례가 넘는다고 한다. 미국 예일대 로스쿨 교수 에

    투명한 사법

    2015년 1월부터 모든 법원과 재판부가 법정녹음을 실시하고 그 녹음물을 조서에 대체하여 기록에 포함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누구든지 판결이 확정된 민사사건의 판결서를 인터넷으로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한 민사소송법 제163조의2 역시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러한 조치들로 인하여 우리 사법부의 투명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자소송을 비롯하여 그간 우리 사법부가 추진해 온 발 빠른 사법전자화 과정을 돌아보면, 정보공개의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과거 미국의 온라인 법률정보시스템을 검색할 경우, 키워드 검색이 어려운 데다가 검색대상 데이터베이스를 일일이 선택하여야 하며, 생소한 인용방법(citation)도 숙지해야 하는 등 번잡한 경우가 많았고, 그때마다

    사법 경쟁력

    2014년 10월 29일 세계은행(World Bank)의 '기업환경보고서(Doing Business)' 2015년판은 우리나라의 '계약분쟁 해결을 위한 사법제도(Enforcing Contracts)'를 조사대상 189개국 중 4위로 평가했다. 그런데 2014년 9월 3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2014~2015 세계경쟁력보고서(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는 우리나라를 조사대상 144개국 중 법령의 효력을 다투는 사법제도 효율성 113위, 분쟁해결 효율성 82위로 이와 대조적으로 평가하였다. 양자 모두 설문조사(survey)에 기초하고 있으나, 전자는 더 객관적인 지수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우리나

    참 좋은 시절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에서 소설가인 주인공은 평소 동경하던 1920년대의 파리로 시간여행을 하여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를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여인은 그 때보다 30여 년 전인 파리의 황금시대 즉 벨 에포크(La Belle Epoque, 아름다운 시절)를 동경하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함께 벨 에포크 시대로 다시 시간여행을 해서 고갱과 드가를 만나게 되지만 고갱과 드가 역시 그들의 시대를 지루해 하면서 르네상스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평생을 그리워했던 빈 모더니즘(Wiener Moderne) 시기의 화려함에서 볼 수 있듯이 19세기말부터 1차 세계대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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