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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열

    이수열 판사의 오피니언

    정통해야 따른다

    최근 흥미롭게 본 방송프로그램이 있다. 연예인들이 육군부사관학교에 입교해서 부사관 자격을 취득하는 병영체험 과정을 담은 예능프로인데, 인상적인 부분은 학교 내에서 후보생들 간에 경례를 주고받을 때 '정통해야 따른다'는 구호를 외친다는 점이다. 부사관은 병사들의 상급자로서 병사들을 제대로 통솔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경례구호는 부사관이 직급에 걸맞은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해당 분야에 정통하는 것임을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재판은 당사자와 증인, 감정인 등 소송관계인들이 판결이라는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상호 작용하는 절차로서, 이를 주재하는 법관의 각종 조치는 리더십을 발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육군부사관학교와 같은 차원에 놓고 보면, 당사자들이

    실패와 재기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6월 제너럴모터스(GM)가 뉴욕 남부 파산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당시 GM은 미국 내외에서 직원 23만 명을 고용한 자산 823억 달러의 회사로서, 역대 4번째로 큰 규모의 기업회생사건이었다. 이후 GM은 자산양수를 위해 설립된 회사에 핵심 영업과 자산, 상호를 양도하여 '새로운 GM'을 탄생시키는 방식으로 회생에 성공하였는데, 자산매각에 대한 이의, 변론과 매각을 거쳐 새로운 GM이 출범하기까지 40일이 소요되었다. 기업은 실패할 수 있다. 저명한 도산전문가이자 힐러리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자신의 저서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던진 말이다.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활동을 하다 보면 뒤처진 기업이 나오는 것은 필연으

    재판의 신속과 충실

    장기미제 사건을 파악하다 보면 신속한 사건처리에 관해 되돌아 보게 된다. 실무를 담당하면서 실감하는 것은 신속한 재판과 충실하고 신중한 재판은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한쪽 당사자는 빨리 결론을 내 줄 것을 요청하는 반면, 상대방은 충분한 주장·입증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우리 헌법의 규정처럼, 신속한 재판은 사법절차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의 하나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예컨대 건물명도 소송의 지연으로 소송의 상대방은 모든 실리를 챙긴 반면, 권리자는 소송을 통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경우와 같이, 지체된 절차 때문에 형식상 승소하고서도 정작 권리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빅데이터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은 메이저리그 야구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이 출루율, 장타율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선수를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최소 비용으로 최하위 팀을 메이저리그 최초로 20연승의 대기록을 세우는 팀으로 탈바꿈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는 여고생의 주문 정보를 이용하여 임신 사실을 밝혀내 그녀에게 육아 용품 카탈로그를 보냈다가 부모의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근래 '빅데이터'가 우리 사회의 화두다. 정보화시대에 엄청난 용량과 생성 속도 때문에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버려지던 비정형의 디지털정보들이, 기술 발달로 관리할 수 있게 되니 새로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기업들은 고객정보를 이용해 고객에게 먼저 상품을 추천하여 매출을 극대화하고

    정의와 헌법에 관한 단상

    몇 해 전 우리 사회에서 정의가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로 촉발된 정의 신드롬은, 평범한 환경과 외모의 소유자가 '슈퍼스타 케이(K)'에서 우승한 것을 정의의 실현으로 표현할 정도로, 각종 사회현상을 정의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언가 거창한 명제를 다룰 듯한 샌델의 책은 2004년 허리케인 찰리가 플로리다를 강타하고 지나간 후 발생한 폭리 현상을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가 민법총칙에서 공부하던 이슈를 샌델은 정의의 관점에서 다룬 것이다. 그렇다. 법조인에게 무겁고 영원한 숙제와도 같은 정의는 슈퍼스타 케이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그리고 평범한 사건에서 항상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으면서도 왠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하나 더

    채무자의 눈물

    개인회생사건의 채권자집회를 진행하던 중에 있었던 일이다. 집회에 참석한 채권자가 채무자의 변제계획안에 이의를 제기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직접 답변하도록 했다. "남편은 병으로 누워있고, 수입도 변변치 못해 먹고살기 너무 힘듭니다. 이것도 안 되면 정말…." 요구르트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년의 여성 채무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개인회생은 채무를 전부 변제할 수 없는 개인채무자가 채무를 일부만 변제하고 나머지는 면제받는 채무조정절차이다. 짧은 역사적 배경 탓인지 국가마다 제도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 미국은 매우 관대한 반면 유럽은 면책에 비교적 엄격한 편이다. 사건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음은 물론이다. 채무를 변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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