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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현

    임수현 변호사의 오피니언

    빨리빨리

    빨리빨리

    우리나라에서 짧게나마 생활해 본 외국인들이 어김없이 주워듣는 표현이 하나 있다면 아마도 '빨리빨리'가 아닌가 싶다. '한국사람'과 '빨리빨리'를 연결시키는 그들의 기억 속에는 활기차면서도 성질 급한 한국인의 모습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행동이 빠른 것은 상황파악이 빠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숙고와 기다림이 필요한 부분까지 '빨리빨리' 처리하는 것은 곤란하다.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사람의 두뇌는 지름길을 찾게 되는데 이 때 자칫하면 막연한 인상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고, 근거 없는 편견까지 더하여 실상과 다른 오판을 내릴 위험이 있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에 해당하는 젊은 변호사들의 업무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간혹 듣는

    작은 소동

    작은 소동

    얼마 전 초등학생 딸과 연락이 두절되어 속을 태운 경험을 했다. 필자가 평소처럼 야근하고 있는데, 딸이 귀가 시간이 한참 지나도 집에 돌아오질 않고 휴대폰 연락도 안 된다며 집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순간 마음이 답답해지고 걱정부터 앞섰다. 비가 내리는 늦은 밤에 초등학생이 갈 만한 곳이 어딜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학원들과 아이 친구들에게 연락했지만 봤다는 사람이 없었다. 심란한 마음에 검토하던 기록을 덮고 황급히 집으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집에 도착할 때 쯤, 아이도 귀가했다. 학원에서 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아파트 건물 1층의 독서실에서 2시간 가까이 기다렸다는 것이다. 지나고 보면 작은 소동에 불과했지만, 실종아동 부모의 황망함을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변호사이면

    바잉 타임 (Buying Time)

    바잉 타임 (Buying Time)

    업무의 속성상 외국어로 된 원문과 이를 국역한 번역물을 대조하는 일이 많다. 얼마 전 "buy some time(시간을 벌다)"라는 영문 문구를 "일정한 시간을 구매하다"라고 국역한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어색한 번역이긴 해도 최근의 상황을 보면 전혀 엉뚱한 번역은 아니었던 것 같다. 최근에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은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을 위한 법률안이고 통과될 경우 이르면 내년부터 외국로펌과의 합작법무법인 설립이 가능해진다. 90년대 후반부터 예고된 법률시장의 개방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동안 개방의 시기 및 범위를 놓고 단계별로 개방 속도를 조절하면서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 세월 동안 국내 법조계는 시장개방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다. "시

    하계 휴가

    하계 휴가

    하계휴가의 계절이 돌아왔다. 각오와 설렘으로 출발한 한해가 벌써 절반 이상 지나갔음을 깨닫고 새삼 놀라는 시기기도 하다. 일찌감치 접어 버린 새해 결의들은 시름시름 없어지고, 용케 실천으로 이어진 계획은 신선함을 상실한 권태로운 일상이 되어 버린 지금쯤, 누구에게나 재충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하계휴가에 대한 기대감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휴가는 단순히 일을 안 하는 시간이 아니라, 격무로 지친 육체와 정신의 복원력을 향상하는 데 필수적인 시간이다. 그런데 제대로 쉰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연속성이 요구되는 업무의 성격상 자리를 떠날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는 것도 있지만, 모처럼 얻은 소중한 휴가를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결정하는 것도 의외로 힘들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한국형 디스커버리

    사실심 충실화 방안 중 하나로 최근 들어 논의되는 소송전 증거개시 제도(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 취지는 모든 소송당사자에게 입증의 기회를 평등하게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제도라고 요약할 수 있다. 평소 업무를 수행하면서 영미식 디스커버리에 대응하면서 국내 기업들을 자문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최근의 논의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외국의 경우와 비교할 때 우리의 소송절차에서는 원고에게는 문서제출의 부담이 거의 없다 싶을 정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사회 전반이 복잡해지고 소송당사자들의 권리의식이 투철해져서 기존 방식의 심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인식과 함께 불만과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법조계가 과감하게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헤아림과 작은 정의감

    헤아림과 작은 정의감

    법조인들만큼 남에게 지고는 절대 참을 수 없는 근성이 강한 집단은 없는 것 같다. 그런 근성이 있으니 치밀한 논리 싸움에서 상대방과 제대로 대립각을 세울 수 있고,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열성을 다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특히 필자가 담당하는 국제분쟁 분야에서 승부에 대한 애착은 더욱 심하다. 국제분쟁들은 대체로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사건의 시작과 끝까지의 처리 기간이 길고, 국내 소송에 비해 개별 사건에 대한 밀착도가 높고 마음도 많이 쓰게 된다. 그러나 사건처리로 아무리 마음고생을 하더라도, 그건 사건 당사자의 정신적 고통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당사자에게는 그 사건은 씻고 싶은 과거의 과오, 또는 물거품이 된 희망일 수도 있다. 소송은 과거의 관계 중 끊을 건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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