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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월요법창 리스트

    자유롭게 이혼할 자유

    자유롭게 이혼할 자유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성이 있다. 그 여성은 계약 결혼의 방식을 빌어서 배우자의 ‘존재’만 있으면 되는 한 남성을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한다. 물론 그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선택하는 기준은 서로가 계약 내용을 위반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단순한 신뢰이다. 두 사람은 계약기간 내내 함께 저녁을 먹고, 부부 동반 모임에 참석하면서 다른 사람들 눈에 완벽한 부부의 모습을 연기한다. 그리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깔끔하게 협의 이혼을 한다. 그렇게 그 여성은 배우자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남성들을 만나서 혼인과 이혼을 반복한다. 그 여성은 다름 아닌 최근 방영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다. 비록 그 여주인공도 나중엔 계약 결혼으로 만난 남성과 사랑에 빠져 진짜 혼인을 하게 되지만, 기존의 혼인과 이

    김영미 변호사 (법무법인 숭인)
    노후파산

    노후파산

      최근 금리인상과 환율상승 등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심한 경제적 위기감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단순히 체감상 느끼는 것 이상으로 기업들이 얼마나 실속을 차렸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도 일제히 악화됐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42%로 전년(8.05%)보다 크게 감소했다. 우리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이와 같이 악화된 경제 상황에서는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대다수 빈곤층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특히 수년간 계속된 코로나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생계 문제 등으로 부채만 늘어난 상태이다. 이들의 신용도만으로는 제1금융권의 문턱은 기댈 수 없을 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캐피탈 또는 대부업체 같은 사금융권에서 대출을 한 후 대환대출(소위 돌

    최옥환 소장 (법과삶연구소)
    엄마 목소리

    엄마 목소리

      TV 프로그램에서는 딸을 잃은 어머님이 입체영상으로 구현된 딸을 VR기기를 통해 눈 앞에서 다시 만나고, 그리운 마왕 신해철은 홀로그램으로 살아나 무대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신해철은 관중들의 떼창을 유도하기까지 하고 능숙하게 박수를 이끌어낸다. 포털 기업에서는 엄마 목소리를 녹음해서 제출하면 인공지능 음성으로 재구성하여 어떤 말도 우리 엄마 목소리로 구현해준다고 한다.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자녀들은 부모님 목소리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둔 다음 매일 아침 엄마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거나, 힘들 때면 언제나 너의 편이 돼준다는 아빠의 든든한 응원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워치와 연동시켜 공부하다 잠이 들면 AI엄마가 잔소리하는 날도 곧 오지 않을까 싶다.우리 엄마가 아닌데 엄마 목소리

    차호동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일감'이 어떠신가?

    '일감'이 어떠신가?

      요즘은 주변에서 자주 듣기 어렵지만, 과거 동료 판사들과의 대화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말 중에 '일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 할 때 '일감[일ː깜]'이 아니라 '일감(一感)'입니다. "나한테…이런 사건이 있는데, 일감(一感)이 어떠신가?" "글쎄 일감(一感)으로는…같은데." 저도 처음에는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그저 '감(感)' 비슷한 것이려니 하고 그 말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일감(一感)'은 '제일감(第一感)'이라고도 하는 바둑 용어로서 "배석(配石) 관계를 보는 순간 처음 떠오르는 착수(着手)의 느낌"을 의미한다고 합

    민성철 부장판사(서울동부지법)
    인류세(Anthropocene)의 역습

    인류세(Anthropocene)의 역습

      2000년대 초부터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뤼천을 비롯하여 저명한 과학자들은 인류가 지구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킨 현대의 지질학 연대를 자연적인 지질연대와 구분하기 위하여, ‘인간을 위한 인간의 시대', '인류세(Anthropocene)'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우리 대부분은 자연환경과 거리가 먼 거대도시에서 주로 생활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나 여러 생물종이 급격하게 멸종해가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계속되어도 사실 위기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 멸종과 회복을 수차례 반복해온 수십억 년의 지구의 순환 역사 중 멸종으로 접어드는 시대에 현생 인류가 살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그 때문인지 비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토양을 남기지 않고 땅을 모두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어

    정인경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준비서면 블라인드 테이스팅

    준비서면 블라인드 테이스팅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는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원인이 되는 파리스(Paris)의 심판 이야기가 나온다.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세 여신 중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파리스가 맡았는데, 파리스가 아프로디테를 미스 유니버스 진(眞)으로 뽑는 바람에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와인 애호가들에게 파리스(Paris)의 심판이라고 하면 트로이 전쟁 보다는 미국 와인과 프랑스 와인 간의 대결 이야기가 먼저 떠오른다. 1976년에 파리에서 프랑스 와인과 미국 와인을 놓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여 우열을 가리는 시합이 열렸다. 말이 시합이지 사실 결론은 시합도 하기 전에 이미 나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와

    김상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트리니티)
    <서울, 1964년 겨울>을 생각하며

    <서울, 1964년 겨울>을 생각하며

      "나는 그들을 선술집에서 만났다. 아니 삭막한 서울의 풍경이 우리를 포장마차로 밀어 넣었는지 모른다. 정체를 알 수 없으나 굳이 알고 싶지도 않은 서른 댓 살의 사내와 25세의 대학원생 안 씨, 역시 25세의 나는 자기소개가 끝나자 대화가 끊겼다." 김승옥의 단편 <서울, 1964년 겨울>의 첫머리이다. 던져진 존재라는 실존주의의 풍취 속에 단절된 개인의 고독함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1964년은 내가 태어나던 해이다. 그해 1인당 GDP는 120달러였다. "마이카"는 꿈도 못 꾸던 때였고, 모 대학교 설문조사에서 1999년 GDP는 300달러, 2049년 500달러가 될 거란 예상이 제일 많이 나오던 시절이었다(2012.12.20.자 국민일보 참조). 이 선배들이 피땀 흘려주신

    김병철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방법원)
    2122년의 범죄수사

    2122년의 범죄수사

      때는 2122년, 국민들의 24시간이 모두 서버에 기록되는 암울한 세상을 상상해보자. 이 세상에서 ‘수사’가 필요할까. 경찰은 본연의 업무인 범죄예방과 치안 확보를 여전히 수행하고 있을 것이나 더 이상 범죄 수사는 수행할 필요가 없다. 사법경찰 대신 데이터분석 공무원이 저장된 데이터를 검찰청에 보내는 것을 사건송치라고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2122년의 세상에서 ‘수사’는 필요 없겠으나 그럼에도 소추권자인 검사의 ‘소추 여부 판단을 위한 조사’는 여전히 필요하다. ‘소추’란 국가공권력 중 가장 강력한 ‘형벌’을 부과하는 형사사법절차에 국민을 편입시키는 절차이다. 따라서 법치주의 국가의 소추권자는 2122년에도 해당 데이터만으로 소추하기에 충분한지, 데이터는 적법하게 수집된 것인지,

    차호동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시적 정의

    시적 정의

            ‘어둠과 빛의 순수는 모두 그녀의 얼굴과 눈 속에서 만나고… ’(She walks in beauty 중)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아름다운 시(詩)는 그의 준수한 외모에 더해져서 당시 숱한 여성 스캔들을 일으켰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바이런의 부인은 문제의 원인이 그의‘시적 감수성’에 있다고 보고, 딸 에이다에게 수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쳤고, 결국 에이다는 저명한 수학자가 되어 최초의 해석기관(컴퓨터)을 고안했다고 한다. 그래도 아버지의 시적 감수성을 물려받아서인지 당시 에이다가 상정한 미래의 컴퓨터는 복잡한 계산처리기관이 아니라 생각과 감정을 가진 인간의 두뇌 작용을 재현해 낼 수 있는 것, 작곡 등 창작활동도 가능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정인경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나에게 냄새는 실재하는 마술이다. 담배 냄새에 찌든 자동차를 요즘 자주 경험하기는 어렵지만 2022년 21세기 요즘도 간혹 애연가 기사님이 모는 택시에 탈 때면 담배 냄새가 밴 직물 시트의 냄새가 코를 찌를 때가 있다. 그 순간 나는 정말 마술처럼 1980년대의 햇살 가득한 어느 날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담배를 즐기시는 30대의 아버지가 운전하는 승용차와 그 옆에 앉아 계시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은 어머니. 내 옆에는 무언가 나의 잘못에 단단히 삐친 동생이 있다. 어디로 가는지 그 날이 무슨 날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흔하디흔한 하루였지만, 그날의 냄새와 차창 속으로 비치던 햇살 그리고 가볍게 행복했던 그 느낌은 수 없는 계절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 봉인되어

    차호동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적당히 합시다

    적당히 합시다

      사카리 오라모, 오스모 벤스케, 에사 페카 살로넨, 유사 페카 사라스테, 피에타리 인키넨… 참 발음하기도 힘들고 기억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이 핀란드 출신 지휘자들의 이름은 그들 부모가 생명을 잉태하고 열 달 고생해 세상에 나온 것인 만큼 불러줄 가치가 있다.   그러면 이건 어떤가? 김ㅇㅇ, 이ㅇㅇ, 김ㅁㅁ, 이ㅁㅁ, 김xㅇ, 이xㅁ… 이들은 하나의 판결문에 등장하는 비실명화된 소액 사기 피해자들의 이름이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익명 처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범위를 모든 형사 사건으로 넓혀 동일성을 확인할 수도 없고 부를 수도 없는 암구호를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공소장 내용 파악도 쉽지 않고 영구보존 문서인 판결

    김병철 부장판사(서울동부지방법원)
    필하모니

    필하모니

      필하모니(philharmony)는 ‘phil’(좋아하는)과 ‘harmony’(화음, 조화)의 결합어이다. 근대 이후 음악 애호가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고 그들이 연주자들을 고용하여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정기적인 연주회를 열면서, 오케스트라 연주단체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조화로움은 짧은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뿐만 아니라 긴 우리의 인생에서도 중요하다. 오감과 지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이성과 감정과 행동이 조화를 이루어 일치되는 삶을 살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여기서 잠깐. 감성과 감정은 다르다. 감성(sensibility)은 지성과 함께 인간의 모든 인식 활동의 기반으로 시공간의 대상으로부터 수동적으로 어떤 것을 느끼는 능력을 일컫는다. 감정(emotion)

    정인경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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