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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리스트

    올해의 플레이리스트

    올해의 플레이리스트

    연말이면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는다. 작년에는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되었다'는 의미의 묘서동처(猫鼠同處)가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인곤마핍(人困馬乏)을 제치고 2021년의 사자성어가 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긍정적인 사자성어가 뽑힌 경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에서 시작하여 거세개탁(擧世皆濁)과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거쳐 묘서동처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부정적 언어들이 시대를 관통했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부정본능이 작용한 것일까? 올해의 사자성어에 대해서는, 특정한 가치와 관점에 따라 사회현상을 보도하는 미디어의 '프레이밍(framing)'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있다. 굳이 자주 사용하지도 않는 사자

    성왕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라곰(Lagom)

    라곰(Lagom)

    기자와 기자의 연인인 범죄학자가 무참히 살해당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변호사 한 명이 살해당한 사실도 연이어 밝혀졌는데, 경찰은 모든 살인 사건이 동일인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판단하고 신병확보에 나섰으나, 범인으로 지목된 피의자는 어디로 도주하였는지 소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한창 수사가 진행되던 어느 금요일 오후, 수사팀은 피의자의 행적을 추적하는 한편, 살인 동기를 밝히기 위해 기자가 쓰던 원고를 신문사에서 압수수색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부하 형사가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하자 팀장이 대답한다. "이미 늦어진 일이지… 좋아, 오늘은 집에 들어가 주말 잘 보내라고. 월요일부터 새로운 힘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지? 3건의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피의자를 검거하지도 못

    홍완희 부장검사 (대검 마약조직범죄과장)
    격변하는 새해를 맞이하며

    격변하는 새해를 맞이하며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맞이하는 새해이지만, 이번 새해는 여느 해와 다르게 느껴진다. 2020년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로 2년 가까이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 언제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유통이나 소통 등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 위주로 바뀌었다. 이제는 온라인 회의가 더 익숙하게 느껴지고, 최근 사회에 진출한 분들 중 아직 대규모 회식을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반드시 코로나19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AI·빅데이터 등에 아직 익숙해지기도 전에 메타버스·NFT·ESG 등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기술과 개념들이 쏟아져 나오고

    권혁준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변호사의 적절한 은퇴 시기는…

    변호사의 적절한 은퇴 시기는…

    올해도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 11월 말부터 가져오던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과의 송년 모임에서 "변호사들은 정년이 없어서 좋겠다"라며 부러워한다. 이미 대기업에서 동종 계통의 중소기업으로 옮긴 친구도 있고, 금융업계 있는 친구들은 길어도 이제 1~2년이라며 푸념한다. 대기업 임원인 친구는 "회의에 안 나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짐을 싸야 한다며 재계약 여부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과연 변호사는 정년이 없을까. 친구들과 모임 후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변호사와 정년이란 단어로 검색을 해 보았다. 첫 번째로 검색되는 글이 "프로야구 선수는 정년이 없다. 그렇지만 프로야구 선수가 50세 이상 하디? 근데 5천만 원 이상 걸린 사건에서 전관 출신도 아닌 평범한 60세

    임대진 변호사 (경기중앙회)
    나를 돌보는 방법

    나를 돌보는 방법

    "넌 요즘 널 위해 뭘 하니?"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서 실력과 인성 모두 최고인, 항상 바쁜 나머지 자기를 챙길 틈 따위는 없을 것 같은 의사 익준에게 친구이자 동료 의사인 송화가 묻는 말이다. "너랑 밥 먹는 거"라는 익준의 간질간질한 대답에 잠시 흐뭇했다가, 나는 요즘 나에게 뭘 해주고 있나 되돌아본다. 예전에는 주로 잠, 산책, 여행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지 자기 전의 걱정을 잊을 만큼 오래 자기도 힘들고, 자고 일어나서도 개운하지 않은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 팬데믹이 시작된 작년부터는 여행도 가기 어렵거나 꺼려진다. 유튜브로 방구석 세계여행에 나서보지만, 맨눈으로 보는 세상과 렌즈를 통해 보는 세상은 참 차이가 크구나 싶다. 그래도 산책은 이전처럼 할

    성왕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마약김밥

    마약김밥

    지도 사이트에서 '마약'을 검색해 보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마약떡볶이, 마약김밥 외에도 마약찌개, 마약김치찌개, 마약부대찌개, 마약짜글이, 마약감자탕, 마약국밥, 마약순두부, 마약육개장, 마약곱도리탕 등 찌개나 국물음식, 마약찜닭, 마약통닭, 마약치킨, 마약닭한마리, 마약닭발 등 닭요리, 마약타코야끼, 마약낙곱새, 마약아구찜, 마약해물찜, 마약조개, 마약먹태, 마약불쭈꾸미, 마약불곱창&불낙쭈, 마약꽃게무침 같은 해산물, 마약삼겹, 마약고기, 마약양꼬치, 마약갈비, 마약곱창, 마약생고기, 마약뒷고기, 마약등갈비 등 다양한 음식점이 있었다. 마약칼국수, 마약만두, 마약계란덮밥, 마약비빔밥, 마약냉면, 마약단팥빵, 마약버거, 마약수제왕돈가스도 있었고, 카페마약, 마약커피 등 커피숍뿐만 아니라 상호자체가 마약

    홍완희 부장검사 (대검 마약조직범죄과장)
    직업병

    직업병

    법조인들에게도 직업병이 있다. 사법연수원 또는 로스쿨을 다닐 때는 다들 비슷해 보였지만, 자신이 진출한 직역에 몇년 이상 근무를 하게 되면 그 직역에 맞는 직업병을 하나 둘 씩 갖게 된다. 예를 들면, 검사 동기들의 경우 친구의 이전 진술과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집어내는 능력을 술자리에서 종종 보여주기도 하고, 변호사 동기들의 경우 멀끔한 외모를 갖추고 뉴스를 보면서 어떻게 사건화가 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을 이어가기도 한다. 판사의 경우에도 여러 직업병이 있다.어떤 문제에 대해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들어보려고 하는 직업병이다. 집에서 와이프가 어떤 문제를 얘기해도 상대방의 입장이 어떤지를 물어보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으면 확인을 하곤 하는데, 와이프가 기대했던 남편의 모

    권혁준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자족(自足)하는 마음

    자족(自足)하는 마음

    명문대 출신 연예인이 TV에 출연하여 한 이야기로 기억되는데, 명문대를 나와 좋은 점은 특별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지도 않아도 되어 편리하다는 것이다. 변호사로 일하다 보면 사람들로부터 대략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경제적으로도 넉넉하며 재산도 많을 것이고 자녀들까지 공부를 잘하겠지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긍정하는 말이다. 많은 법조인들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말이다. 상담 중 "변호사님은 미니빌딩 하나 정도는 가지고 계시지요" 내지 "좋은 부동산 있는데 사실래요"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개인적으로 가족을 아는 사람들은 더 큰 재산을 이루었을 것이라고도 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말릴 이유도 없고 또한 미니빌딩이 없다는 것을 굳이

    임대진 변호사 (경기중앙회)
    헌법연구관 DNA

    헌법연구관 DNA

    2022년도 헌법연구관 임용을 위한 전형이 진행 중이다. 새로 임용될 헌법연구관들이 어떤 분들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분들께 "연구관은 이런 거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스스로 연구관다운 연구관인지도 의문이라 조금 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역사적 결정을 하더라도, 그 영광은 헌법연구관의 몫이 아니다. 반대로 존재의 의미를 의심케 하는 결정을 하더라도, 헌법연구관이 직접 비난받지 않는다. 그저 우리끼리 기뻐하고 슬퍼할 뿐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헌법연구관이란 직업 자체가 낯설고, 법조인들조차 헌법연구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그림자 같은 존재라도, 동료, 선·후배님들

    성왕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권한과 책임

    권한과 책임

    두 살 터울 동생이 있다. 국민학교 시절 부모님은 가끔 아이스크림 한 통을 사주셨다.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라고 하시면서. 어린 형제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형이 먼저 아이스크림 한 가운데 선을 그어 배당을 한다. 불만을 품은 동생이 항의 하면 배당권은 동생에게 넘어간다. 이번엔 형이 항의를 한다(그 시절 항의에는 폭력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이런 다툼은 부모님의 중재로 어느 순간 마무리가 되었다. 형이 선을 그으면 동생이 어느 쪽을 먹을지 고르고, 동생이 선을 그으면 형이 어느 쪽을 먹을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선을 긋는 사람은 정확히 절반이 되게 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선택하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많아 보이는 쪽을 고르기 위해 신중해진다. 그동안 아이스크림이 녹더라도, 서로 싸우는 일은 없어

    홍완희 부장검사 (대검 마약조직범죄과장)
    좋은 판사란 어떤 판사일까?

    좋은 판사란 어떤 판사일까?

    최근 법관 임용의 법조경력 하한을 정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었다. 아직도 법관의 역량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재판의 현실을 고려하면, 어떤 판사를 선발해야 하는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상적으로는 연륜 있고, 당사자들의 긴 이야기에 공감하는 인간미를 가지고 있으며, 전문적인 업무 분야도 갖추고 있고, 편견 없이 공정한 판사의 모습이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좋은 판사의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일정 연차 이상의 법조인을 법관으로 선발하는 법조일원화 제도는 2013년 도입되었다. 사회 경험이 더 많은,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법조인을 법관으로 선발하는 것이 법 개정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안의 목적과는 달리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이전보

    권혁준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다시 일상으로

    다시 일상으로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을 실컷 감상하고 싶어서 영화를 찾다가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골라보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근 대서양의 풍경과 해양 생태계를 아름답게 잘 그려내었다고 소문이 났다. 놀랍게도 사람과 바다에 사는 문어와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다이빙을 하다가 문어의 서식지를 발견하게 되고, 그 이후 조심스레 그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과정, 말 안 통하는 생명체와 소통하기 위해 애쓰다가 오히려 사람이 치유를 받게 되는 모습들이 꽤 인상적으로 전개된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 달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공감능력과 이해력이 이렇게 넓게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문어는 사실 애착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데, 관계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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