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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물리학

    양자물리학

    최근 재미있게 감상한 영화가 있는데 제목이 ‘양자물리학’이다. 제목만 보면 SF 공상과학 장르의 영화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유흥업계를 배경으로 하는 범죄오락물이다. 변호사인 필자는 양자역학이 현대물리학의 기초이고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였다는 정도만 가볍게 알고 있을 뿐 양자(量子)는 물론 물리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물리학을 언급한 것은 영화 초입부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면서 말한 “양자물리학에 의하면 우주를 이루는 모든 물질에는 각자 고유한 에너지 파동이 있는데 사람도 파동이 맞는 사람들끼리 일을 하면 거대한 에너지장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바로 시너지다”라는 대사를 듣고 여러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필자는 이 대사가 실제

    이재훈 변호사 (법무법인 엘에비파트너스)
    내 입 앞의 파수꾼

    내 입 앞의 파수꾼

    검사 업무 중에 부담스럽지 않은 일이 거의 없으나 그 중 변사사건은 진정 곤혹스러운 일이다. 혹시 사망에 관여가 된 범죄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철저히 확인해야하기에 기록을 잘 검토하여야 하고 의심스러울 때는 현장에 가서 시신의 상태도 직접 살펴야 한다.    오래되어 부패한 시신을 접했을 때에는 ‘해부하기 싫어 의대에는 절대 안 간다’ 했던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한 경우도 있었다.    경력이 쌓이고 삶의 무게가 느껴지면서 변사 사건 중 자살 사건이 더욱 부담이 되었다. 규모가 되는 검찰청에서 당직을 할 때에는 하루에 변사 사건이 여러 건 들어오기도 하는데 유서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 내용에 영향을 받아 울컥하거나 우울해지기까지 하

    이성식 부장검사 (법무연수원 법무교육과장)
    슬픈 회상(回想)

    슬픈 회상(回想)

    법원에 근무한 지도 어느덧 11년이 훌쩍 넘고 보니 법원 바깥의 인간관계는 점점 줄어들고 가끔 참석하는 모임이라고 해봐야 같은 법원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가까워진 동료 판사들과의 모임이 대부분이다. 각자 반복되는 재판일정에 쫓기다시피 바쁘게 살아가느라 일 년에 한두 번 모이기도 쉽지 않고, 각자의 일정에 맞춰 몇 차례의 조율을 거치고 나서야 겨우 잡은 모임마저도 쫓기듯 서둘러 마쳐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판사로서 비슷한 애환을 가지고 있기에 동료들과의 모임은 언제나 큰 위안이 된다.   얼마 전 옛 동료들과 오랜 만에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과로로 쓰러져 하늘나라로 간 어느 판사의 이야기가 나왔다. 같은 법원에서 2년간 바로 옆 사무실에서 근무하였고, 이어 법원을 옮기면서도 같은 법원에서

    김규동 판사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장학금 이야기

    장학금 이야기

    명문대 학생들이 점점 부유층 출신으로만 채워진다는 비판이 많다. “소득분위 8분위 이상 부유층이 명문대 학생의 절반이 넘는다”는 식의 보도도 흔하다. 소득분위는 가구소득에 따라 가장 낮은 1분위부터 가장 높은 10분위까지 나뉘므로, 8분위는 상위 20~30%에 속한다.    그럼 이런 가정은 몇 분위 쯤 될까? 아버지는 경비원, 어머니는 미화원, 누나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며 세전 월 200만원씩 번다. 두 동생은 대학생이다. 이 가정의 전 재산은 예금 5천만원과 시가 3억원인 20평 연립주택이고 자동차는 없다. 다섯 식구 생계에 지장은 없어도 두 동생의 학비를 대기엔 빠듯할 것이다. 모두 비정규직이므로 실직이나 질병에 대한 대비도 취약하고 은행 대출도 어렵다. 결국 두 동생은 열심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6)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6)

    '인생은 무슨 일을 하는 데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일어난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위기가 종종 찾아온다. 자초한 위기도 있고 억울한 위기도 있지만, 이런 위기는 보통 예의 바르게 깜빡이를 켜고 들어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수요일까지 써야 하는 중대하고 긴급한 서면이 있는데, 화요일에 역시 중대하고 긴급한 다른 의견서 업무가 배당되고, 그와 동시에 중대하고 긴급한 서면을 쓰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고객에게 미리 요청하지 않았다는 중대하고 긴급한 실수를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 중대하고 긴급한 사건의 대책회의 소집을 알리는 선배의 메일이 날라오면서, 고개를 들어 창문 너머 푸르른 하늘을 보는데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가 걸려오는 그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유) 지평)
    행복을 찾은 사람들 이야기

    행복을 찾은 사람들 이야기

    법무연수원 교수로 근무할 때 순수하고 열정이 넘치는 신임검사들과 대화하고 함께 경험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그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의미’에 관한 이야기이다.   환경미화원 중에서 유독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비결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는 중입니다.”(최인철 교수의 '프레임' 중에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한석규(김사부 역)는 1등만을 추구해 온 후배에게 말했다. “일하는 방법만 알고 의미를 모르면, 그게 의사로서 무슨 가치가 있냐?”   2차대전 중 나치 강제수용소의 혹사, 배고픔, 추위 등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마지막까지 생존하여

    최두천 과장 (법무부 인권조사과)
    커피 한 잔, 한 마디의 말

    커피 한 잔, 한 마디의 말

    사법정책연구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연구이지만, 각종 국가시험의 출제 및 채점 업무도 중요하다. 출제를 위해 기출문제를 검토하다 보면 수험생들은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과거의 내 모습도 떠올리게 된다.   본의 아니게 신림동에서 여러 해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공부하는 틈틈이 몇 가지 취미 활동을 하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주로 취미 활동을 하고 틈틈이 공부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집중했던 분야는 만화책이었다. 처음에는 한 곳의 만화방을 애용하다가 너무 자주 가서 창피해지면 두세 군데 만화방을 돌아가며 다녔는데, 이마저 귀찮아지면 독서실에서 가장 가까운 만화방만 갔다.   그렇게 취미 활동에 전념하고 시간이 나면

    정성민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롱런의 비밀

    롱런의 비밀

    반세기 동안 여러 일간지에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을 연재했던 김성환 화백이 9월 8일 별세하셨다. 부고기사를 보자 30년 전 고2 때 어느 가을날이 생각났다. 그때 나는 교내 영자신문반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선배탐방 코너에서 당시 조선일보에 고바우 영감을 연재하시던 김성환 화백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후배들인데 찾아뵙고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전화를 드려 약속을 잡았다. 카펫 깔린 신문사 복도로 친구와 둘이 쭈뼛쭈뼛 들어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이런 식이었다.   문: 시사만화가 신문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때 기대한 답변의 키워드는 풍자, 비판, 촌철살인 같은 것들이었다)   답: 글쎄… 기사만 있으면 딱딱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5)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5)

    ‘태양왕’ 루이 14세는 유럽 절대군주의 대명사이다. 이 왕은 절대적으로 비위생적인 왕이기도 했다. 당시 트렌드에 맞게 평생 목욕을 하지 않은 건 그렇다 쳐도, 일하다 의자에 앉아 용변을 보기 일쑤였다. 이빨은 남김 없이 뽑아 유동식을 먹었는데 입천장에는 구멍이 나서 음식을 먹으면 코로 음식물이 흘러나와 집무실에는 악취가 진동했다고 한다(상쾌한 월요일 아침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당대 최고 권력자의 이 형언할 수 없는 불결함은 당대 최고의 의사였던 주치의 다칸의 ‘전문’지식 때문이었다. 다칸은 치아가 만병의 근원이므로 없애야 한다고 믿었다. 입천장은 불결하다는 이유로 지졌고, 장도 항상 비워 두는 게 좋다면서 다량의 설사약을 왕에게 먹였다. 왕이 다칸에게 해외사례를 조사해 보라고 하진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거울신경과 텔로미어

    거울신경과 텔로미어

    “지금 행복해지고 싶습니까? 그럼 행복한 사람 옆으로 가십시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조언이다.   요즘 ‘거울신경’이 자주 이야기된다. 뇌에 있는 거울신경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게 되고, 감정까지도 따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작년에 교도관의 24.3%가 스트레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교도관 중 21명이 사망하였다고 보도되었다. 밀폐되고 과밀한 환경 속에서 수용자들이 뿜어대는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밖에 없는 교도관의 근무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초임 때 살인범을 만났다. 그가 검사실 문 앞에 서는 순간부터 섬뜩한 느낌을 받았고, 조사가 진행되는 내내 그로부터 날카로운 파장과 같은 느낌

    최두천 과장 (법무부 인권조사과)
    시대의 평온

    시대의 평온

    요즘처럼 국제정세가 뜨거울 때면 어떤 피의자가 생각난다. 판사로 재직하며 만난 당사자 중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었다. 만약 그때 그를 구속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시대는 어떠할까. 보다 평온해졌을까?   영장실질심사 전 기록을 보고 보통 사건이 아닌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글로 적힌 신문조서이지만 피의자의 고고한 태도와 말투가 눈에 훤하였다. 그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피의자는 생면부지의 타인을 칼로 찔렀다. 목을 노린 칼은 다행히 빗나갔다. 살인미수 범행임에도 뚜렷한 동기를 찾을 수 없었다.   심문실 앞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심문실 안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 한 명, 피의자만 빼고. 경찰이

    정성민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글쓰기와 업 쌓기

    글쓰기와 업 쌓기

    A 변호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갑설과 을설이 대립되는 민사사건에서 파워포인트를 띄워 놓고 갑설이 옳다고 열심히 설명하고 들어왔더니, 상대방이 화면에 인물사진 한 장을 띄우더란다. 사진의 주인공은 A와 같은 로펌에 근무하는 저명한 B 변호사. 뒤이어 B가 을설을 지지한 여러 논문을 보여준 뒤, 상대방은 말한다. '원고 대리인의 동료 변호사들도 피고 주장이 옳다고 오래 전부터 인정해 왔습니다. 지금 "원고 대리인은 직장 동료들도 동의하지 않는 독단적 견해를 펼치고 있을 뿐입니다." 씩씩거리며 사무실로 돌아온 A는 대표변호사를 찾아가 B가 논문 좀 그만 쓰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데, 뒷일은 듣지 못했다.   한번 쓴 글과 내뱉은 말은 언제 어디서 스스로를 (심지어 직장동료를) 옭아맬지 모른다. 특히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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