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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혹과 함정

    유혹과 함정

    ‘검사외전’이나 ‘더킹’ 등 검사에 대한 유혹이나 함정을 다룬 영화가 많이 있다. 현실은 영화처럼 극적이지는 않겠지만, 한 번씩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그날 오전도 기록을 쌓아두고 분주히 하루의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세련된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 근사한 모자를 쓴 중년 여성이 검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검사님이 수고를 많이 하셔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왔어요. 음료수와 작은 그림을 선물로 드리려고요”라고 했다. 그 때는 검찰청에 전자출입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이어서 누구든지 드나들 수 있었다. 그리고 방문자가 음료수 박스를 가지고 오기도 하던 때였다. 당시 우리 검사실은 ‘음료수 안 받기 운동’을 하고 있었기에, 이를 설명하고 정중하게 거

    최두천 과장 (법무부 인권조사과)
    하늘의 도리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하늘의 도리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덕망을 쌓고 행실을 깨끗하게 한 백이와 숙제는 굶어 죽었고, 공자가 유일하게 학문을 좋아한다고 칭찬하였던 제자 안연은 늘 가난하다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 반면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 간을 날로 먹었던 도적 도척은 천수를 누렸다. 이를 두고 사마천은 사기 백이열전에서 말하였다. 만약 이런 것이 하늘의 도리라고 한다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가끔은 피고인이 피해자처럼 느껴지고 피해자가 피고인처럼 느껴지는 사건이 있다. 공갈죄로 기소되었던 그 잘생긴 피고인이 그랬다.   그가 기소된 사연은 참으로 기막혔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어떤 동생(남성)과 친해졌고 그 동생에게 원격제어를 통해 컴퓨터 수리를 맡겼는데, 그만 그 동생이 피고인의 하드디스크에 저장

    정성민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강사법 대란과 사전적(ex ante) 관점

    강사법 대란과 사전적(ex ante) 관점

    법적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사후적(ex post) 관점과 사전적(ex ante) 관점으로 나뉜다. 사후적 관점이란 이미 일어난 사건을 되돌아보면서 어떤 조치를 취할지 고민하는 태도를 말한다. 누가 잘못했는지 밝히고, 손해는 얼마인지 밝혀서, 그만큼의 교정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에 집중한다.   반면 사전적 관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이 장래에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중시한다. 이 결정으로 사람들의 태도와 인센티브가 바뀔 수 있음을 인식하고, 그로 인해 초래될 결과를 고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고인의 살인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는데, 그가 심리상담사와 나눈 대화록을 보면 진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자. 사후적 관점에서는 그 사건의 정의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3)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3)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심리학의 정설이다. 심리학자 김경일은 “심리학이 남긴 가장 중요한 업적은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라고 하였다. 심리학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인터넷 게시판에 인간관계의 갈등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면, 지혜로운 댓글이 종종 달린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했습니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이 45%라고 하는데, 적발되지 않는 비율도 있을테니 심란한 상황이긴 하다. 50년째 결혼 생활 중인 우리 어머니도 종종 자식들에게 '너희 아버지'의 ‘한결같음’에 대해 분노를 토로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이쯤 되면 그냥 받아들이고 체념할 명제가 아닌가 싶다. 유전자가 이렇게 무섭다.    그런데 사람은 변한다. 종종 있는 일은 아니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유) 지평)
    편지와 진실

    편지와 진실

    초보 검사 시절 진실을 찾고자 하는 소망은 대단하다. 경험도 없고 수사기술도 없어 좌충우돌하고 넘어지면서 하나씩 배워나간다. 약 3년간 그런 과정을 거치면 누구 말이 진실인지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5년차가 되면 자신감이 생긴다. 검사 5년차가 가장 무섭다는 말도 있다. 경험이 쌓이고 혈기가 넘치는 때여서 무섭게 매진하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 시절 바다가 보이는 청사에서 근무했는데, 어느 날 경찰에서 고급승용차를 훔친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보내겠다고 지휘건의가 왔다.   경찰은 고소인과 목격자가 있고, 특히 피의자의 편지가 피의자가 범인임을 알려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했다. 피의자는 이미 다른 사건으로 구속 중이었고, 구치소에서 고소인에게 “형님. 죄송합니다. (중략) 경

    최두천 과장 (법무부 인권조사과)
    변론권의 한계

    변론권의 한계

    형사변호인의 기본적인 임무가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보호하고 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정당한 이익으로 제한되고, 변호인이 의뢰인의 요청에 따른 변론행위라는 명목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하거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6027 판결).   형사부 구성원 판사였던 몇 년 중 어느 한 해였다. 우리 재판부에 국선변호인으로 종종 들어왔던 X 변호사님.   이 분은 매우 독특한 스타일의 변론을 하였다. 단어 하나의 선택에도 신중을 기하는 것 같았고, 진지한 표정과 과장되지 않은 몸짓으로 언어를 뒷받침하였다.

    정성민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공짜는 없다

    공짜는 없다

    몇 년 전, 법조인인 어떤 기관장이 참석하신 오찬에서였다. 그 분은 “법률가의 사명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봉사”라고 강조하시며, 소속 직원들을 통해 중소상공인 무료 법률상담을 벌이고 있다고 자랑하셨다.    필자가 속물이라서인지 찬탄에 앞서 정부기관이 직접 법률서비스 제공에 나섬으로 인하여 줄어든 법률시장의 규모와 늘어난 직원들의 야근시간이 떠올랐다. 봉사의 주체와 자랑의 주체가 불일치하는 것 같다는 불손한 생각도 함께. 나중에 그 분께서 변호사 개업 후 한두 해 만에 수십억 원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유를 잘 설명할 순 없지만 언행이 모순된다기보다는 일관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법 제1조에 명시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공익적 사명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2)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2)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소설가 김연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심연(深淵)’이 있다는 말로 그 막막함을 표현하였다. 노력해도 서로에게 닿을 수 없는, 깊고 어두운 강이 사람 사이에 놓여 있다. 그 막막함은 때로는 애정이나 친밀도와는 무관한 것이어서 더 큰 좌절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50년을 함께 산 부부도 여전한 무심함에 상대방을 견디지 못하고, 부모는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의 그 속을 도통 알 수 없어 속을 썩인다. 하물며 직장에서 만나는 동료, 사업 상 교류하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내 경험’에서 일어난 적 없는 일들을 맞닥뜨리며, 우리는 혼란을 겪고 상처를 받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직업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유) 지평)
    기운을 살리는 말과 죽이는 말

    기운을 살리는 말과 죽이는 말

    "검사님은 때리지 않네요"라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십여 년 전 두 번째 근무지인 밀양지청에서의 일이다. 승려가 신도에게 아무런 자격 없이 침을 놓아주고 시주(헌금)를 받아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이었다. 그는 오래 전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많이 맞았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수사기관에서 때린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내심 놀랐다.  하루가 다르게 문화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육체폭력이 중심 화제였다면 요즘은 언어폭력이 중심 화제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고, 말이 주는 상처는 육체의 상처보다 오래 남는다고 한다. 사법시험 공부를 하던 때다. 공대생인 나는 불확실한 미래 도전에 대한 불안과 열정이 공존했다. 애초 금강석 같던 자신감은

    최두천 과장 (법무부 인권조사과)
    언덕 위의 워라밸

    언덕 위의 워라밸

    소설 '료마가 간다'로 유명한 시바 료타로의 다른 작품으로 러일전쟁을 배경으로 한 '언덕 위의 구름'이 있다. 두 작품 모두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러일전쟁에서 육상 전투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는 여순 요새 공방전을 들 수 있다. 일본군으로서는 전략적으로 요동반도의 끝에 있는 여순 요새를 반드시 장악할 필요가 있었으나, 콘크리트를 두르고 대포와 기관총까지 갖춘 요새는 쉽게 점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돌격은 매번 대포와 기관총에 막혀 실패했고, 일본군 사망자만 만 명이 넘었다. '언덕 위의 구름'을 보면, 참다못한 일본군 사령부가 결국 전투 현장에 와서 장교들의 무능을 질책한다. 이에 현장 장교는 "포탄이 없어 애써 점령한 203고지를 빼앗겼다. 사령부는 언제 신청한 포탄만큼 지

    정성민 판사(사법정책연구원)
    열정에 관하여

    열정에 관하여

    작은 로펌을 운영하는 선배가 신입변호사를 뽑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우선 학내에 게시할 글을 보내왔는데, 곳곳에서 열정을 강조하고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열정! 열정 있는 인재를 원합니다!” 위험하다. 전화를 걸었다. “요즘 학생들은 열정이란 말에 거부감이 커요. 열정보다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성적이나 스펙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그저 열정을 요구했을 뿐인데?” “차라리 성적이나 스펙을 요구하는 편이 거부감이 덜할걸요.” 선배는 열정이란 단어를 포기하지 못했다. 내 예상대로 학생들은 쑥덕댔고 지원자는 없었다고 한다. 아아, 아름답던 단어 ‘열정’은 어찌하여 이리도 천덕꾸러기가 되었는가? 20년 전 군법무관 시절, 로펌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1)

    그렇게 변호사가 된다(1)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았다. 주인공은 도쿄 중심가 고급주택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성공한 건축가이다. 승승장구의 삶을 살아온 주인공은 어느 날 병원에서 전화를 받고 충격에 빠진다. 6년을 키워온 아이가 친자(親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아이가 다른 집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은 친절하게도 그 가족과의 만남도 주선해준다. 부족할 것 없던 주인공의 일상에 걷잡을 수 없는 균열이 생긴다. 이 대목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마음먹은 대로 살고, 원하는 대로 얻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눈 앞에 닥쳐진 상황을 맞이하고, 제한된 여건 내에서 나름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학생은 ‘일

    장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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