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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월요법창 리스트

    시적 정의

    시적 정의

            ‘어둠과 빛의 순수는 모두 그녀의 얼굴과 눈 속에서 만나고… ’(She walks in beauty 중)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아름다운 시(詩)는 그의 준수한 외모에 더해져서 당시 숱한 여성 스캔들을 일으켰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바이런의 부인은 문제의 원인이 그의‘시적 감수성’에 있다고 보고, 딸 에이다에게 수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쳤고, 결국 에이다는 저명한 수학자가 되어 최초의 해석기관(컴퓨터)을 고안했다고 한다. 그래도 아버지의 시적 감수성을 물려받아서인지 당시 에이다가 상정한 미래의 컴퓨터는 복잡한 계산처리기관이 아니라 생각과 감정을 가진 인간의 두뇌 작용을 재현해 낼 수 있는 것, 작곡 등 창작활동도 가능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정인경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나에게 냄새는 실재하는 마술이다. 담배 냄새에 찌든 자동차를 요즘 자주 경험하기는 어렵지만 2022년 21세기 요즘도 간혹 애연가 기사님이 모는 택시에 탈 때면 담배 냄새가 밴 직물 시트의 냄새가 코를 찌를 때가 있다. 그 순간 나는 정말 마술처럼 1980년대의 햇살 가득한 어느 날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담배를 즐기시는 30대의 아버지가 운전하는 승용차와 그 옆에 앉아 계시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은 어머니. 내 옆에는 무언가 나의 잘못에 단단히 삐친 동생이 있다. 어디로 가는지 그 날이 무슨 날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흔하디흔한 하루였지만, 그날의 냄새와 차창 속으로 비치던 햇살 그리고 가볍게 행복했던 그 느낌은 수 없는 계절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 봉인되어

    차호동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적당히 합시다

    적당히 합시다

      사카리 오라모, 오스모 벤스케, 에사 페카 살로넨, 유사 페카 사라스테, 피에타리 인키넨… 참 발음하기도 힘들고 기억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이 핀란드 출신 지휘자들의 이름은 그들 부모가 생명을 잉태하고 열 달 고생해 세상에 나온 것인 만큼 불러줄 가치가 있다.   그러면 이건 어떤가? 김ㅇㅇ, 이ㅇㅇ, 김ㅁㅁ, 이ㅁㅁ, 김xㅇ, 이xㅁ… 이들은 하나의 판결문에 등장하는 비실명화된 소액 사기 피해자들의 이름이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익명 처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범위를 모든 형사 사건으로 넓혀 동일성을 확인할 수도 없고 부를 수도 없는 암구호를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공소장 내용 파악도 쉽지 않고 영구보존 문서인 판결

    김병철 부장판사(서울동부지방법원)
    필하모니

    필하모니

      필하모니(philharmony)는 ‘phil’(좋아하는)과 ‘harmony’(화음, 조화)의 결합어이다. 근대 이후 음악 애호가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고 그들이 연주자들을 고용하여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정기적인 연주회를 열면서, 오케스트라 연주단체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조화로움은 짧은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뿐만 아니라 긴 우리의 인생에서도 중요하다. 오감과 지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이성과 감정과 행동이 조화를 이루어 일치되는 삶을 살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여기서 잠깐. 감성과 감정은 다르다. 감성(sensibility)은 지성과 함께 인간의 모든 인식 활동의 기반으로 시공간의 대상으로부터 수동적으로 어떤 것을 느끼는 능력을 일컫는다. 감정(emotion)

    정인경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선배님 편하게 말씀 주십시오

    선배님 편하게 말씀 주십시오

    새로 임관한 46기 A 검사가 45기 B 검사에게 인사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A 검사입니다!” 45기인 B 검사가 “예, 잘 부탁드립니다”고 대답하고 넉살 좋은 후배는 “선배님 편하게 말씀 주십시오”라고 웃으며 되받는다. A가 한 살 어린 것도 알고 있는 B 검사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어 그래. 우리 잘해보자. 모르는 것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고!”라며 흐뭇하게 화답한다. 바야흐로 훈훈한 대한민국 표준 선후배 관계가 시작된 것이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38기 검사 C는 생각한다. 고놈이 고놈인데 다들 귀엽구먼. 한 살 먼저 태어난, 사법시험에 1년 먼저 합격한 B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영원히 A의 선배가 되어 그 지위에 종속된다. 나이나 경력이나 불과 1년 차이가 날 뿐이지만 B는 무엇이든 A보다

    차호동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월요법창] 그대의 찬 손

    그대의 찬 손

      평소 미국 시민권자들이나 영주권자들의 재산 문제나 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많이 하다보니 한국 변호사치고는 미국에 출장 갈 일이 많은 편이다. 일도 일이지만 워낙에 미술과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아무리 바빠도 하루나 이틀 정도는 시간을 빼서 그 지역의 대표 미술관과 콘서트홀은 꼭 방문하려고 한다. 몇 년 전 LA로 출장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마침 LA 오페라하우스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공연하고 있었다. 출장 마지막 날을 할애하여 홀로 공연을 보러갔다(같이 동행했던 동료 변호사는, 오페라는 재미없다며 따로 즐길 거리를 찾아 떠났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 역시 클래식 공연장에는 보통 연인끼리 오거나, 여자들끼리 또는 여자 혼자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남자들끼리 오

    김상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트리니티)
    Make it clear!

    Make it clear!

      레이건 대통령은 1960년대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낙태 합법 안에 서명했다. 그런데 1980년 미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이후에는 낙태 금지로 전격 입장을 바꾸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처음엔 낙태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하다가 대선 직전에 힐러리 클린턴과 공개 토론에서 ‘낙태는 살인’이라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Make it clear !” 미국에서 대선 후보는 선거 전에 낙태 찬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낙태 논쟁은 단순히 태아의 생명과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종교적 신념의 대립이자 정치적 분열의 핵심 논제이다. 사람들의 도덕감을 자극하고 감정적 호소력을

    정인경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음주측정에 임하는 A의 자세

    음주측정에 임하는 A의 자세

      법률전문가 A는 소주 3병을 마시고 이성을 상실하였습니다. 이미 정신을 놓은 A는 차를 운전하여 도로에 나섭니다. 집에 다 와간다고 생각한 순간 일제단속에 걸렸네요. A의 눈앞이 아득해졌지만 A는 법률전문가입니다. 자신이 마신 술의 양이면 0.4%를 넘고도 남을 수치인 점,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인 경우 2~5년의 징역 또는 1~2천만 원의 벌금이 법정형인 점이 떠오릅니다. 하한이 2년 이상, 1000만 원 이상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음주측정거부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법정형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하한이 1년 이상, 500만 원 이상으로 0.2%

    차호동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균형을 찾아서

    균형을 찾아서

      가격이 오르면 팔려는 사람이 많아져 균형을 찾는다는 수요공급의 법칙이 왜곡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주식시장이 그렇다. 가격이 급등하는 주식은 사람들이 몰려 주가가 더 오르고 급락하는 주식은 서로 먼저 던지려 해 주가가 더 떨어진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심리 때문에 생기는 이런 현상은 오래가지 않는다. 길어야 몇 개월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아파트시장은 몇 년 동안이나 이런 왜곡된 상태로 국민들을 괴롭혀 왔다. 갑남을녀들이 영혼을 끌어모아 올인하고, 똘똘한 아파트 한 채를 위해 수백 년 뒤 후손들이 자랑할 정승 판서 자리가 내팽겨졌다. 가장 똑똑하다는 경제관료들이 스물 몇번인가 꾀를 냈으나 언 발에 오줌누듯 상황만 악화시켰다. 공

    김병철 부장판사(서울동부지방법원)
    눈물의 로마네 콩티

    눈물의 로마네 콩티

      와인 애호가들에게 로마네 콩티는 판타지(Romanee-Conti)이다. 누구나 꿈꾸지만 이룰 수 없는 환상 같은 것이다. 아마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비싼 액체류가 아닐까? 평소 카리스마와 보스기질로 유명한 어느 기업의 회장님이 가족 사이에서 발생한 아주 내밀한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김 변호사는 우여곡절 끝에 소송을 통하지 않고 협상으로 그 사건을 조용히, 깔끔하게 해결해주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회장님께서 몹시 기분이 좋은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다. “내가 지금 와인을 한 잔하려고 하는데, 이 와인을 보니 김 변호사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네. 혹시 지금 올 수 있나?” 아무리 회장님이지만 갑자기 전화해서 고작 와인 한 잔하러 당장 오라고 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싶

    김상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트리니티)
    차별, 그 예민함에 대하여

    차별, 그 예민함에 대하여

    ‘필라델피아’(1993)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맞선 영화로 유명하다. 이 영화에서 놓치기 쉬운 감동적인 장면이 있다. 유능한 변호사였으나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은밀하게 해고당한 주인공 앤드류는 자신의 소송을 맡아주기로 한 흑인 변호사 조를 어느 날 게이 파티에 초대한다. 파티가 끝나고 소송 준비를 위해 마주 앉은 자리에서 앤드류는 그만, 조의 눈빛에서 그조차도 자신을 온전히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상처받은 앤드류는 오페라 '라 맘마 모르타(La Mamma Morta, 어머니는 돌아가시고)'를 조와 함께 들으며, 주류에서 외면당하고 은밀하게 배제당하는 외로움과 슬픔에 대해 노래한다. "슬픔 중에 사랑이 내게 왔다. 주변이 피와 흙뿐인가. 그래도 살아라. 나는

    정인경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
    VR 강제추행

    VR 강제추행

    "어머나!!" VR 기기를 착용하고 있던 검사님이 갑자기 흠칫 놀라며 몸을 뒤로 뺍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현실 공간, 메타버스에 접속해 있던 검사님 옆으로 모르는 남자의 아바타가 갑자기 스윽 다가오더니 몸을 밀착한 것입니다(설정 아니었습니다). 평소 "에이, 애들 게임이지 성폭력은 무슨…"이라고 말해오던 검사님은 정색을 하며 단호히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처벌해야겠는데요."검찰 AI·블록체인 커뮤니티는 지난 5월, 메타버스 환경에서 성폭력범죄를 시연하는 연구모임을 개최하였습니다. 가해자 아바타, 피해자 아바타를 설정하고 VR 환경에서 강제추행 범죄를 시연해보고, 공연음란 범죄도 시연해보았습니다. 대다수 구성원들은 VR 없는 모니터 환경의 강제추행 시연에서 '불쾌감' '짜증'을 호소하였는데 VR

    차호동 검사(대구지방검찰청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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