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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월요법창 리스트

    다시 일상으로

    다시 일상으로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을 실컷 감상하고 싶어서 영화를 찾다가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골라보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근 대서양의 풍경과 해양 생태계를 아름답게 잘 그려내었다고 소문이 났다. 놀랍게도 사람과 바다에 사는 문어와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다이빙을 하다가 문어의 서식지를 발견하게 되고, 그 이후 조심스레 그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과정, 말 안 통하는 생명체와 소통하기 위해 애쓰다가 오히려 사람이 치유를 받게 되는 모습들이 꽤 인상적으로 전개된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 달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공감능력과 이해력이 이렇게 넓게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문어는 사실 애착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데, 관계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측은지심(惻隱之心) 과유불급(過猶不及)

    측은지심(惻隱之心) 과유불급(過猶不及)

    검사1 : 얼마 전 구속 기소한 사람이 편지를 보냈어. 자격증 시험을 보고 싶은데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고, 책 한 권만 보내줄 수 있냐는 거야. 5년 동안 도피 생활하다 자수한 사람인데 도피생활로 사람이 많이 지쳐 보이더라고, 기운내서 공부하고 싶다고 하니 기분이 참 좋았지. 책을 한 권 보내주려고 알아봤는데 책을 보낼 수가 없었어. 규정상 책을 포함해서 외부 물품 반입은 전부 금지라네, 불법 물품 반입으로 규정이 강화되어서 책은 영치금으로 사야한다고, 영치금을 보내주고 싶었지만, 검사가 조사받은 피의자에게 돈을 보내줄 수는 없으니…, 아직까지도 마음에 남네. 검사2 : 맞아. 하고 싶다고 다 할 수는 없지. 나는 초임 때 푼돈 훔쳐서 상습절도로 구속된 스무 살짜리 피의자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권현유 부부장검사 (청주지검)
     IN-N-OUT

    IN-N-OUT

    전통적인 회사일수록 직원의 자발적 이직을 경원시하는 풍조가 있다. 평생직장이 당연했던 사회, 일사불란한 상명하복 조직문화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는 개인의 선택을 일종의 '배신'으로 여기는 시선, 그리고 이직경력에 대한 부정적인 배타적 인식과 순혈주의로 흐르기 쉽다. 그리고 그 뒤에는 조직에 대한 로열티/충성을 당연하게 요구하고 주입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법무법인은 오히려 더 보수적이다. 전통적인 도제 시스템에 기초한 계층적인 구조의 이 업계는 젊은 후배의 이직에 대해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탄식하고, 여러 직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인재를 "이직이 너무 많아 로열티가 의심스럽다"고 트집잡는다. 브랜드 가치 또는 파트너 승진이라는 당근을 매달아 놓고, 다년간의 혹독한 노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당신과 함께, '꿈의 크루즈'

    당신과 함께, '꿈의 크루즈'

    "내가 못 다한 꿈을 이룬다면, 그건 또 다른 나란 걸"(서태지, 'take five') 이 노래 20년을 들어도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문득 깨달았다. 이 가사는 '내가 못 다한 꿈을 당신이 이룬다면, 당신은 또 다른 나'란 뜻이었다. 내 꿈 이뤄 주는 사람은 남이 아니라 또 다른 나다. 이렇게 남과 나는 꿈으로 하나가 된다. 하지만 법의 세계로 오면, 남은 나와 단절되어 내 권리 행사의 상대방이 된다. 남을 이용하고 지배하는 맛에 사는 소시오패스들이 그래서 법을 좋아한다. 얄팍한 가식이 들통나도 미안하다는 말은 없다. 대신, 피해자 코스프레로 시작해서 대답할 의무가 없다거나 불법은 아니라는 법 논리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먹잇감이 될 다음 사람을 찾아 집으로 회사로 서늘한 발걸음을 옮긴다. 소시오패스와

    이재홍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
    의사의 역할, 법관의 역할

    의사의 역할, 법관의 역할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여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다행히 친절한 의사를 만났다. 그 분은 사고 경위에 관한 두서 없는 나의 설명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었고 가벼운 엄살에도 잘 호응해주었음은 물론 생활 속 유의점에 대한 환자의 호기심도 꼼꼼히 해결해주었다. 치료 경과가 좋기도 했고, 과정에 대한 좋은 기억 덕분에 사고 후 얼어붙었던 마음이 점차 누그러질 수 있었다.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법원도 당사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전체 민사사건의 70% 이상이 나홀로 소송이라서, 법관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분쟁을 해결하려는 당사자의 숫자는 꽤 많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이나 외국인 등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대상이 아닌 이상, 법관이 적극적 진료행위를 하는 친절한 의사처럼 행동하는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지."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지."

    우연한 기회에 평소 존경하던 범죄예방위원님과 통화를 했다. 이런 저런 대화 중 "예전에 취업시켜 준 사람이 성실해서 복덩이가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자식 사업을 도우려 퇴사했다. 10년 넘게 아주 열심히 일했다. 퇴사해서 아쉽지만 가족들이 멋진 가게를 하며 잘 살고 있어 기쁘다"고 하셨다. 어느 추운 겨울이었다. 4명의 자녀를 둔 엄마가 집에서 혼자 출산하고, 시설 앞에 아이를 두고 간 사건이다. 왜 집에서 출산했지? 자식들을 잘 키우는 사람이 무슨 이유로?남편 사업 실패로 시골 빈집으로 이사했고 건강이 좋지 않은데 치료받을 여유가 없어 일을 할 수 없고 남편 혼자 낮에는 일용직, 밤에는 대리운전을 해 보지만 추운 겨울에 난방 없이 살아야 하고 보험료도 내지 못해 감기에 걸린 아이들을 병원에도

    권현유 부부장검사 (청주지검)
    촉과 뇌피셜 사이

    촉과 뇌피셜 사이

    기업자문변호사들이 하는 일은 다양하지만, 업무방법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객이 질문을 하면, (1) 질문의 취지, 사실관계와 당사자의 의도를 조사하고, 마치 셜록 홈즈가 증거를 조사하듯 자료와 숨은 배경을 파악한다. (2) 그리고 법령, 판례, 행정해석과 실무, 나아가 최근의 동향과 정무적인 참고사항까지 철저하게 조사하여 취합한 후, (3) 답변의 방향성을 정하고 (4) 이에 따라 논리를 세워 답변을 완성한다. 이렇게 구성된 답변은 마치 '마스터셰프'에 나간 주방장의 레서피처럼, 수많은 챌린지에 대응할 수 있는 탄탄한 논리로 구성되어야 한다. 맛도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2)단계를 철저히 준비해도 (3)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새로 전개되는 신산업 분야가 그렇다. 그 경우 (3)을 판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빨간 약, 파란 약

    빨간 약, 파란 약

    4.3광년. 우리의 이웃 태양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다. 달까지 1.3초만에 가는 빛의 속도로 4년 110일을 달려야 한다. 옆집까지가 이렇게 머니 그야말로 우리는 광활한 우주에 덩그러니 혼자 던져져 있다. 그런데 이 우주적 현실은 밤에만 보이고 낮에는 안 보인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인공들처럼 낮에는 우리 모두 햇빛이라는 VR(가상현실)헬멧을 쓰고 살기 때문에 헬멧 밖을 볼 수가 없다. 밤이 되어 헬멧이 벗겨지면 비로소 캄캄한 우주가 보이고, 진짜 현실이 보인다. 환한 낮은 그렇게 우리의 우주적 현실을 감추지만 어두운 밤은 그 고독한 현실을 밝게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인도의 고전 '마하바라타'의 핵심인 '바가바드기타'는 이렇게 말한다. "뭇사람들의 밤은 지혜로운 사람에게 낮이다.

    이재홍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
    무거운 마음

    무거운 마음

    편안한 광복절 연휴에 갑작스럽게 영화 속 이야기같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함락 소식이 들려왔다. 이어지는 현지 뉴스를 조금씩 살펴보니 여성들이 직면한 억압과 위협, 탈출을 시도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어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게 된다. 치안이 무너져 시민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을 보노라니 그와 유사한 어려움을 들은 적 있는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의 콩고민주공화국 법관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국제사법교류 관련 단체의 지원을 받아 한국의 사법제도와 법원의 문화를 익히기 위해 2017년 사법연수원을 방문하였는데, 필자가 그 방문프로그램 일부를 진행하게 되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1960년 식민지 체제에서 독립하여 국가를 수립하기는 했지만 부족 간의 갈등과 끊임없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중2 딸 - 부모의 완벽함에 대한 착각

    중2 딸 - 부모의 완벽함에 대한 착각

    어느 주말 집에서 밥 먹기가 싫어 외식을 하기로 하고, 친구들과 학교 과제를 하러 나간 중2 딸을 만나러 갔다. 딸은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집에 가면 밥도 없으니 그냥 대충 먹자고 했다. 딸은 유쾌하지 않게 따라갔다. 딸이 고기를 좋아하니 수육을 시켰다. 딸은 계속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불만이 가득했다. 순간 화가 났다. 좀 싫어도 그냥 적당히 한 끼 먹고 넘어가면 될 것을 싫은 내색을 해야 하는지, 식사 내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집에 와서 딸의 그런 태도에 대해 몇 마디 했다. 그러자 내가 원래 가기 싫다고 했는데 하면서 중2의 '이렇고, 저렇고…' 따지는 말투가 시작되었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버릇이 없다는 생각에 "엄마가 힘들어서 나가서 먹은 것인데 그냥 좀 좋게 넘어가면 안

    권현유 부부장검사 (청주지검)
    고문, 자문 그리고 지원

    고문, 자문 그리고 지원

    보통 기업법무를 하는 변호사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비즈니스의 과정에서 법률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법적 이슈에 대한 조언이고, 또 하나는 법적 분쟁과 관련하여 의뢰인을 대리하는 업무이다. 전자를 자문업무, 후자를 송무업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화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일본계 기업과 일을 할 때에는 '자문'보다는 '고문(顧問)'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쓴다. 자문이라는 용어보다는 좀 더 시니어 레벨의 경험을 갖춘 사람이 거시적인 관점의 조언을 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지만, 실제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변호사를 선생(先生)이라고 호칭하기는 하지만 꼭 사회적 지위에 기반하여 경의를 표시하는 의미는 아닌 것과 비슷하다.여하튼, '자문'이라는 용어는 애당초 자문하는 사람이 상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여름, 세월 저어가는 즐거움

    여름, 세월 저어가는 즐거움

    꽃 사진은 중년 남자들이 우정을 확인하는 은밀한 방법이다. 친구들끼리 밥을 먹다보면 누군가 수줍게 핸드폰을 꺼낸다. "내가 말이야, 요즘 등산 가서 사실 이런 사진 찍어." 친구가 건네준 핸드폰 속에는 이름 모를 꽃이 순도 100%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내 소중한 친구가 같은 꽃을 가까이에서도 찍어보고 멀리서도 찍어본 그 사진들은, '그 날 그 산속에서 인간의 정신이 한껏 고양되어 100%의 미(美)와 하나 된 순간이 있었다'는 기초사실을 증명력 넘치게 입증한다(갑 제1호증). 20대 때였다면,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둥 엄청 놀려댔겠지만, 중년이 된 우리들은 갑 제1호증을 소중하게 돌려보며 각자 깊은 감동의 시간을 가진다. 어디 꽃 사진뿐이랴. 언젠가 친구들과 간 식당에 고흐의

    이재홍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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