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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월요법창 리스트

    무거운 마음

    무거운 마음

    편안한 광복절 연휴에 갑작스럽게 영화 속 이야기같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함락 소식이 들려왔다. 이어지는 현지 뉴스를 조금씩 살펴보니 여성들이 직면한 억압과 위협, 탈출을 시도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어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게 된다. 치안이 무너져 시민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을 보노라니 그와 유사한 어려움을 들은 적 있는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의 콩고민주공화국 법관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국제사법교류 관련 단체의 지원을 받아 한국의 사법제도와 법원의 문화를 익히기 위해 2017년 사법연수원을 방문하였는데, 필자가 그 방문프로그램 일부를 진행하게 되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1960년 식민지 체제에서 독립하여 국가를 수립하기는 했지만 부족 간의 갈등과 끊임없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중2 딸 - 부모의 완벽함에 대한 착각

    중2 딸 - 부모의 완벽함에 대한 착각

    어느 주말 집에서 밥 먹기가 싫어 외식을 하기로 하고, 친구들과 학교 과제를 하러 나간 중2 딸을 만나러 갔다. 딸은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집에 가면 밥도 없으니 그냥 대충 먹자고 했다. 딸은 유쾌하지 않게 따라갔다. 딸이 고기를 좋아하니 수육을 시켰다. 딸은 계속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불만이 가득했다. 순간 화가 났다. 좀 싫어도 그냥 적당히 한 끼 먹고 넘어가면 될 것을 싫은 내색을 해야 하는지, 식사 내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집에 와서 딸의 그런 태도에 대해 몇 마디 했다. 그러자 내가 원래 가기 싫다고 했는데 하면서 중2의 '이렇고, 저렇고…' 따지는 말투가 시작되었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버릇이 없다는 생각에 "엄마가 힘들어서 나가서 먹은 것인데 그냥 좀 좋게 넘어가면 안

    권현유 부부장검사 (청주지검)
    고문, 자문 그리고 지원

    고문, 자문 그리고 지원

    보통 기업법무를 하는 변호사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비즈니스의 과정에서 법률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법적 이슈에 대한 조언이고, 또 하나는 법적 분쟁과 관련하여 의뢰인을 대리하는 업무이다. 전자를 자문업무, 후자를 송무업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화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일본계 기업과 일을 할 때에는 '자문'보다는 '고문(顧問)'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쓴다. 자문이라는 용어보다는 좀 더 시니어 레벨의 경험을 갖춘 사람이 거시적인 관점의 조언을 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지만, 실제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변호사를 선생(先生)이라고 호칭하기는 하지만 꼭 사회적 지위에 기반하여 경의를 표시하는 의미는 아닌 것과 비슷하다.여하튼, '자문'이라는 용어는 애당초 자문하는 사람이 상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여름, 세월 저어가는 즐거움

    여름, 세월 저어가는 즐거움

    꽃 사진은 중년 남자들이 우정을 확인하는 은밀한 방법이다. 친구들끼리 밥을 먹다보면 누군가 수줍게 핸드폰을 꺼낸다. "내가 말이야, 요즘 등산 가서 사실 이런 사진 찍어." 친구가 건네준 핸드폰 속에는 이름 모를 꽃이 순도 100%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내 소중한 친구가 같은 꽃을 가까이에서도 찍어보고 멀리서도 찍어본 그 사진들은, '그 날 그 산속에서 인간의 정신이 한껏 고양되어 100%의 미(美)와 하나 된 순간이 있었다'는 기초사실을 증명력 넘치게 입증한다(갑 제1호증). 20대 때였다면,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둥 엄청 놀려댔겠지만, 중년이 된 우리들은 갑 제1호증을 소중하게 돌려보며 각자 깊은 감동의 시간을 가진다. 어디 꽃 사진뿐이랴. 언젠가 친구들과 간 식당에 고흐의

    이재홍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
    잠시 멈춰야 할 때

    잠시 멈춰야 할 때

    2021년에도 여름은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무더운 날들이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조금 일찍 휴정을 결정한 수도권 법원도 있지만, 대부분의 법원은 7월 마지막 주로 다가온 휴정기를 앞두고 현재 각종 사건들 마무리로 분주하다. 바깥세상의 상황이 이러하니 이번 휴정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게 안에서 보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사건메모지를 내내 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정리하는 편에 속하는데, 휴정기가 바로 그 적기라 할 수 있다. 올해는 여름날의 들뜬 분위기를 한껏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잠시 멈추어 청소도 하고 지난 일들을 반추하며 보내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시시한 사건과 이를 바라보는 재판관의 눈에 대한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또 다른 피해자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느냐?"

    또 다른 피해자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느냐?"

    공사현장에서 2명의 인부가 질식사한 산업재해 사건 항소심 공판을 담당했다. 1심에서는 예정된 작업이 아니라 기업주에게 책임이 없다며 무죄가 선고되었다. 유족과는 이미 합의된 상태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2명이나 사망했는데 정말 아무도 책임이 없는 것일까? 예정된 작업도 아닌데 인부들이 안전 규정을 어기고 작업 현장으로 들어가 질식사한 것인지? 안전장치를 하지 않고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죽음이 작업자들의 책임이라는 것인가? 입증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산업재해 사고가 작업자의 실수로 발생하는 경우는 많다. 안전장치가 없는 높은 난간에서 떨어지는 것도 작업자가 발을 헛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작업자의 탓일 수는 없다. 누구나 작업을 하다보면 통상적인 실수를 할 수

    권현유 부장검사 (대전지검)
    경험과 경륜 그리고 Play New!

    경험과 경륜 그리고 Play New!

    최근 "경험과 경륜"이라는 말이 화제였다. 30대 당대표를 배출한 제1야당의 선거에서, 여러 유력 중진 후보자들이 경험과 경륜을 내세웠지만, 세칭 MZ세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혁신의 흐름에 손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21세기 법률시장의 현실을 지켜보는 일원의 입장에서는 경험과 경륜이 내세울 수 있는 가치에 대하여 다른 측면에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필자가 청년세대로 경험한 20세기의 법조계에서 경험과 경륜은 손댈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였다. 일제시대 시스템을 계수한 도제식 법률가 양성시스템, 판례공보와 주석서로 대표되는 제한된 아날로그 정보에 기반한 지적재산과 노하우는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구글로 대표되는 오픈된 정보의 바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비즈니스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1000등과 1001등의 차이

    1000등과 1001등의 차이

    밤은 단숨에 오지 않는다. 해가 져도 밖은 여전히 환하고, 하늘은 노을과 어스름을 지나 은은하게 짙어져 간다. 밤을 향해 가는 그 긴 스펙트럼 위에서 낮과 밤의 정확한 경계는 어디일까? 문지방 위에 올라선 아이가 "아빠, 여기가 실내야? 실외야?"라고 웃으며 물어보면, 이 역시 답하기 곤란하다. 잘 살펴보면, 시간도 공간도 그 경계는 불분명하다. 인식과 판단의 경계는 더 하다. 사건이 어려울수록 승소와 패소, 기소와 불기소, 유죄와 무죄, 합헌과 위헌 사이의 경계가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이처럼 '경계'란 본래 불확실하지만, 우리는 확실한 것인 양 경계를 나누고 경계선 양 편을 아주 다르게 대접한다. '합격'과 '불합격'의 경계도 그렇다. 필자는 사법연수생 1000명 세대

    이재홍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
    판결 선고 그 이후에

    판결 선고 그 이후에

    초범인 20대 초반의 피고인들에게 최근 연이어 유죄를 선고하게 되었다. 반성문을 여러 차례 써낸 피고인도 있고, 이유 없이 기일에 불출석하여 재판에 임하는 태도가 불성실한 피고인도 있었지만, 결국 선고 당일에는 형량이나 집행유예 여부에만 촉각을 세우고 결론을 도출하게 된 이유나 양형인자 등 다른 설명에는 집중을 하지 않는 듯했다. 심리가 모두 끝난 이후의 절차이니 피고인은 당연히 결론이 가장 궁금할 수밖에 없겠지만, 판사는 자신의 책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반성과 교화의 시작이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까지 담아 선고를 진행하려 한다. 이를 위해 판결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 판사의 육성으로 직접 전달하는 시간이 마련된 것이나, 그 마음이 제대로 가 닿은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Corporate Culture

    Corporate Culture

    '기업문화'. Corporate Culture를 한글로 번역한 말이다. 마치 어떤 회사의 인테리어를 얼마나 예쁘게 하고 직원들의 복지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하는 의미의 뉘앙스로 들리지만, 사실은 한 회사의 최고경영진에서 실무 직원에 이르기까지 적용되는 조직의 운영 철학과 그 실행 원칙을 의미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문화는 단순한 조직의 효율성 증대와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뿐 아니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화학적 운영 원리로 기능한다.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하여 기업들은 각자 엄청난 노력을 경주하고 비용을 쏟아 붓는다. 전통적인 기업문화를 역동적인 스타트업처럼 바꾸기 위해,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기도 하고, 직급도 단순화하고, 애자일(Agile) 정책을 도

    이준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5월의 선택! 야근 vs 퇴근

    5월의 선택! 야근 vs 퇴근

    '특별하다'라는 말은 사랑을 표현하려고 만든 말 아닐까. 연인, 부모, 자식, 강아지, 고양이 등등 모든 사랑은 매순간 아름답고도 특별하다. 우리가 야근과 퇴근을 놓고 고민에 빠지는 것도, 다름 아닌 사랑 때문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여주인공이 태어나자, 엄마는 아빠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부터 우린, 이 아이들에게 추억이 되기 위해 여기 살아있는 거야." 하지만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는, 퇴근길대신 다른 은하계로 가는 야근길에 나선다. 그리고 어린 딸을 더 이상 안아줄 수 없게 된다.   아이들의 추억이 된다는 것. 참 멋진 말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이들과의 시간은 아주 특별히 힘들다. 잠들면 천사지만, 번쩍 눈을 뜨는 순간 온 우주의 기운을 받아 지치지도 않고, 자제력

    이재홍 선임헌법연구관(헌법재판소)
    법복을 입다

    법복을 입다

    2005년 법관으로 임용되던 첫 날의 일이다. 임명식장에서 처음 지급받은 법복의 안쪽에 '김지현'으로 이름이 잘못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맞춤 제작이라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사실 다른 법복들은 주인을 다 찾아가고, 넓은 홀에 남아 있던 법복이 그것 하나뿐이기도 했다). 잘못된 이름쯤이야 나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본래의 기능 수행에도 특별한 지장이 없으며, 그래도 불편하다면 이름을 다시 새겨 입으면 되었을 것을… 법정에 들어갈 때마다 괜시리 이 법복이 내게 맞는건가 하는 갈등의 시간들이 한동안 이어졌다. 지금 돌아보면 초임판사의 경미한 신경증 정도로 생각되어 가벼운 미소가 머금어진다.   법복은 다른 색과 섞이지 않는 검정색을 주색으로 사용함으로써, 어떠한 외부적 영향에도 동요하지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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