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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듯한 말 한마디

    따듯한 말 한마디

    오래 전 정식재판 청구사건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느닷없이 악담과 저주의 말들을 쏟아 내는 중년의 여성 피고인을 만난 적이 있다. 마구잡이로 소리 지르던 피고인의 목소리와 표정이 잊히지 않는 것은 악의로 가득한 말들은 그 자체로 폭력이 된다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돌발 상황은 몇 분 내에 정리되었지만 스스로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허공으로 흩어지는 몇 마디 말일 뿐인데, 그것도 맥락 없이 뱉어진 소리에 불과한데도 당황하고 놀란 마음은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다 문득 그 마음이 얼마나 지옥이기에 험하고 거친 말들이 끝도 없이 쏟아지는 걸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화나고 속상했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말이란

    김윤종 재판연구관 (대법원)
    빚지지 않는 삶

    빚지지 않는 삶

    나는 어린 시절 부유하게 자라지 못하였다. 그러나 우리 집에는 남들이 모르는 소소한 행복이 넘쳐 났던 것 같다. 오늘날 나는 어린 시절의 부모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가끔은 더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를 물어 본다면 그렇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한시도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20~30년 전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약자들은 차고 넘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며, '소비만이 미덕', '좋은 차나 집

    오종규 법무사 (서울중앙회)
    변호사, 빙하기에서 살아남기

    변호사, 빙하기에서 살아남기

    지구에는 주기적으로 빙하기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의 간빙기다. 빙하기를 거치면서 많은 동식물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떻게 빙하기를 거치며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게 되었을까? 다양한 이론들이 있지만, 단순하지만 설득력 있는 이론은 빙하기라도 지구 전체가 빙하에 뒤덮인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따뜻한 곳에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이론이다. 또 다른 이론은 인류가 동굴로 거처를 옮기고 불을 이용하게 되면서 추위를 피해 빙하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고 한다. 따뜻한 곳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생존을 지켜낸 것이다. 한때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책이 경영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 책 이후 모든 기업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을 찾기에 바빴

    조원희 변호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시험 들여다보기

    변호사시험 들여다보기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대학을 다녔다는 어느 변호사의 사연을 접한 적이 있다. 힘겹게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하였지만, 이미 신용불량자가 되어 고시촌 생활조차 이어 갈 수 없었다고 한다.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방향을 바꾸어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무사히 교육 과정을 마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가 통과하였다는 변호사시험은 과연 어떤 시험일까? 그 속을 들여다보자. 올해로 8년째를 맞는 변호사시험은 하루의 휴식일을 포함하여 5일간의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 시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지선다형으로 출제되는 선택형 시험은 공법(헌법, 행정법), 형사법(형법, 형사소송법), 민사법(민법, 상법, 민사소송법) 과목으로 이루어진다. 사례형 시험은 공법

    이영남 과장 (법무부 법조인력과)
    새해의 발걸음

    새해의 발걸음

    “나는 그때 마음을 정했다, 나쁜 운명을 깨울까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살 것이라고.” - 장영희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에서. 2019년 새해가 밝았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면서 기쁘고 설레는 마음보다는 부질없는 걱정과 근심이 앞선다.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가정을 이루면 저절로 성숙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어른의 세계로 들어서면 마법처럼 굉장한 일이 생길 것이라 믿으며. 그러나 이제는 나이와 상관없이 부단한 성찰과 자기반성이 없으면 조금도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오히려 무심히 흐르는

    김윤종 재판연구관 (대법원)
    인연

    인연

    벌써 2018년의 한 해가 다가는 시절이 왔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을 만나고 페이퍼와 사건에 씨름 하면서 시간을 보내 왔는지 대견하게 나를 바라봅니다. 그러나 이제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느낌입니다. 새삼 수 많은 해 동안 이 곳에서 많은 일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하였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인연이 참 묘하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 때는 그렇게 나를 어렵게 하던 관계도 지나고 나면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의 인연은 따지고 보면 그냥 스쳐가서 좋은 인연이 있고 몇 일을 몇 달을 봐야 좋은 인연이 있고 앞으로 평생을 봐야 좋은 인연이 있을 수 있기 때

    오종규 법무사 (서울중앙회)
    변호사법 제1조의 딜레마

    변호사법 제1조의 딜레마

    창업을 준비하며, 그리고 요즘도 여전히 ‘업의 본질’을 고민한다. 본질을 제대로 알지 않고는 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본질에 다가갈수록 생각은 단순해지고 문제가 보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변호사업의 본질 하면 인권이나 공익을 얘기하곤 한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법 제1조 1항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고상하게 보이게 하는 이 규정은 1973년 1월 변호사법 개정으로 신설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1972년 10월 유신으로 국회가 해산되고 비상국무회의에서 정부가 발의한 법안으로 통과되었다. 변호사의 정체성을 이 규정에서 찾는다는 게 왠지 꺼림칙하다. 얼마 전 잡지사에서 취재를 하러 왔었는데 ‘변호사는 나쁜 이웃이다’는 말을 아느냐면서 이제 좋은

    조원희 변호사 (법무법인 디라이트)
    법조인이 되는 길

    법조인이 되는 길

    1960년생 甲은 법조인이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고 사법시험 준비에 매진했다. 수많은 지원자 중 극히 일부만 통과하는 시험이었고 모두가 학교, 학원, 산속 암자 등지에서 수년간 시험에만 매달려야 했다. 甲은 노력 끝에 결국 시험을 통과하여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약 15년간 유지되던 고등고시 사법과 시험의 뒤를 이어 도입된 사법시험은 1963년부터 2017년까지 55년간 법조인 선발 제도로서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받았다. 항간에서는 고등고시 사법과와 혼동하여 ‘사법고시’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59회의 사법시험에 70만8290명이 출사표를 던져 2만766명의 법조인이 배출되었다. 되짚어 보면, 법조인 양성 제도는 교육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모되어 왔다. 고등고시 사법과 초기에

    이영남 과장 (법무부 법조인력과)
    함께 걷는 길, 헛되지 않도록

    함께 걷는 길, 헛되지 않도록

    섣부르게 희망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사법부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저마다 무거운 과제를 붙들고 불투명한 미래를 전망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운 시대이나 또 어느 때보다 단절되고 분열되고 갈등하는 시대라고도 한다. 편견과 증오로 가득 찬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우리는 일상에서도 수시로 대립하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타인과의 관계는 그 자체로 지옥이 되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빈민구호 공동체 ‘엠마우스’를 창시한 아베 피에르 신부(L'abbe Pierre, 1912~2007)는 프랑스인들이 꼽는 금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라고 한다. 샤르트르에게 타인이 지옥이라면 피에르 신부에게는 ‘타인 없는 나’의 존재가 지옥이다. 그는 자서전적인

    김윤종 재판연구관 (대법원)
    20만원짜리 가방

    20만원짜리 가방

    얼마 전 한눈에 봐도 약해 보이고 키 작은 아주머니가 상담을 하러 왔다. 선천적 척추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셨고 그 탓에 지금까지 결혼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 살아 오셨다고 한다. 화장품 외판일로 지금까지 간신히 먹고 살게 되었다고 한다. 늘 생활비 부족으로 시달리니 카드도 쓰고 대출을 받아서 간신히 생활을 하면서 근근이 채무를 갚아 오다 약한 몸에 장애도 있고 이제 60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약해진 체력에 오래 일을 하지 못하니 대출금 및 카드 이자가 불어나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한다. 필자는 몇 가지 질문 뒤 해결방법을 안내하면서 한 동안은 카드나 대출은 힘들다는 안내를 하던 중 아주머니는 어렵게 이야기 하기를 "법무사님 저 백화점에서 가방 하나 사고 싶어요…"라고 했다. '명품

    오종규 법무사 (서울중앙회)
    이 시대에 변호사로 살아가기

    이 시대에 변호사로 살아가기

    사회에 좀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창업을 한 지 이제 1년 8개월이 지나간다. 경쟁적인 시장 상황, 절실함, 혁신의 의미를 담고 싶어 ‘창업’ 했다고 한다. 개업이라고 하면 뭔가 하던 일을 그대로 자리만 옮겨서 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 변호사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다시금 치열하게 고민하게 됐다. ‘시대정신’과 ‘생존’ 사이에서. 종종 그 넓은 간극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한다. 그렇게 몇 바퀴 뛰고 나면 그야말로 탈진이다. 뭐 하나도 전부를 걸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건데 왜 분에 넘치는 목표를 세우느냐는 핀잔이 늘 주위에 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위해 살며, 왜 변호사를 하고 있는지를 자문하게 된다. 섣부른 과욕은 아닌지. 변호사는 내 적성에는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조원희 변호사 (법무법인 디라이트)
    몽룡이 한양으로 간 까닭은?

    몽룡이 한양으로 간 까닭은?

    몽룡은 춘향을 만난 뒤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장원급제의 꿈을 품고 춘향을 떠나 한양까지 가야만 했다.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까지 갈 필요만 없었다면 몽룡과 춘향이 생이별을 할 일도, 춘향이 변사또의 횡포로 고생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그런데 시험 때문에 생이별을 하는 것이 머나먼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변호사시험은 매년 1월 초 엄동설한에 5일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공법, 형사법, 민사법, 선택과목 영역에서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검정 받는 험준한 여정이다.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 시험을 매일매일 치르는 통에 유형별 수험서를 여행용 가방에 나누어 싸 들고, 낯선 시험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시험일 2주 전부터 상경하여 별도의 숙소에 묵으며 적응기간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이영남 과장 (법무부 법조인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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