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또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세월의 흐름에 무감각해진 탓에,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지난 세월을 헤아려 보지만 벌써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17년 전 사법연수생 시절 보았던 기억보다 부쩍 크고 울창해진 사법연수원 경내 수목들만이 지나간 세월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 줄 뿐이다.
그동안 법조인으로서 나는 저 수목들만큼 성장했는가? "부장판사쯤 되면 기록 위에 손만 올려놓아도 결론이 보인다"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지금쯤이면 재판이 훨씬 쉬워지고, 사건이, 세상이, 모든 것이 더 또렷하게 보일 줄 알았다. 하지만 재판은 갈수록 더 어렵고, 내 눈에 비친 세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당사자들이 제출한 과거의 편린들을 이리저리 맞추어 봐도 진실은 그 모습을 쉽사리 드러
김규동 판사(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