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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목요일언 리스트

    속상함

    속상함

    재판에서 패소한 의뢰인을 상담하는 일이 많다. 의뢰인은 판결문을 보여주며 “정말 엉망이죠?”, “판결만 봐도 얼마나 엉터리인지 바로 알 수 있죠?”라며 보조를 맞춰주기 바란다. 하지만 의뢰인의 기대에 응하기는 어렵다. 판결문만 본 상태에서 엉터리라고 말할 정도의 흠이 있는 판결은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판결문에서 뭐라고 딱히 지적할 곳은 없네요”라고 말할 수도 없다. 이런 말을 뱉는 순간 고객의 얼굴은 이별을 직감한 연인의 얼굴처럼 일그러지고 수임가능성은 영(零)으로 수렴한다. 이런 딜레마적 상황에서 어느 때부터인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판결 받고 많이 속상하셨죠?”이 말을 듣는 순간 의뢰인의 얼굴은 갑자기 환해진다. 많이 속상했고 위로받고 싶었던 것이다

    정원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인권보호, 검찰 그리고 수사지휘

    인권보호, 검찰 그리고 수사지휘

    근대적인 검찰제도는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탄생하였다. 왕정의 혹독함을 경험한 혁명가들은 신체의 자유와 재산 등 시민의 권리보호를 선언하고 검사로 하여금 사법의 영역인 사법경찰활동을 통제하도록 하였다. 수사는 본질적으로 인권침해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이에 1808년 12월 16일자 프랑스 최초의 형사소송법(Code d'instruction criminelle)은 형사절차의 중심에 검사를 두고 수사의 효율성과 국민의 자유권리보장을 조화하였다. 그 정신은 현재도 이어져 프랑스 형사소송법은 ‘검사는 직접 또는 사법경찰을 지휘하여 수사를 할 수 있고(제41조 1항),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사법경찰권을 행사한다(제12조)’고 명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을 기능적으로 분리하였고, 사법경찰은

    김영기 부장검사 (서울서부지검)
    신종범죄와 죄형법정주의, 그리고 국가의 의무

    신종범죄와 죄형법정주의, 그리고 국가의 의무

    법률은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 누구나 알 수 있게끔 명확해야 하고, 법률이 없거나 적용 여부가 불분명하면 아무리 불법성이 큰 행위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이 죄형법정주의다. 형벌권 남용을 막기 위해 모든 사람이 범죄가 되는 행위를 분명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현대사회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우리 생활을 풍요롭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각종 범죄수단으로 악용되며 신종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몰카’ 범죄가 급증하고, 새로운 군사전력으로 기대되던 드론이 카메라를 매달고 해수욕장 노천 샤워실과 가정집 창문을 기웃거린다. 최근에는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하여 인터넷에 유포하는 범죄도 등장했다. 이런 촬영·합성물들이 여성들에게 협

    김종복 부장판사 (목포지원)
    인권의 기원

    인권의 기원

    1789년 5월초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에 삼부회가 소집되었다. 루이16세가 왕실 재정난 타개를 위해 175년 만에 소집한 회의였다. 제1신분 가톨릭 성직자와 제2신분 세속귀족 외에 제3신분 평민의 대표들도 모였다. 다수의 농민과 소수의 도시상공업자 즉 부르주아와 도시 노동자, 그들이 제3신분이었다. 루이13세의 사냥용 별장으로 지어진 베르사이유 궁전은 원래 별 볼 일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짐이 곧 국가다”라고 했던 태양왕 루이14세가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대대적인 건설 후에 호화로움이 극치를 이룬 궁전으로 거듭난다. 루이16세가 삼부회를 이곳에 소집한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제3신분의 대표 시골뜨기들은 말로만 듣던 이곳에 직접 와보자 자신들의 혈세로 이런 호사스런 궁전이 유지되고 있음을 똑

    김진욱 선임연구관 (헌법재판소)
    블랙리스트

    블랙리스트

    10여년 전 어느 날 오전 서울고등법원 법정. 사건번호를 호명하고 원·피고 소송대리인을 확인한 재판장은 바로 원고 대리인에게 “변론하시죠”라고 말했다. 이 법정에 처음인 듯한 변호사는 상기된 얼굴로 “이 사건은 원고가 피고로부터 불법행위를 당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으로서…”라며 변론을 시작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변론을 하시라고요”라며 다그쳤다. 영문을 모른 채 잠시 뜸을 들이다 “원심판결이 부당한 이유는…”이라고 다시 변론했지만, 재판장은 “변론을 안하고 왜 다른 이야기를 해요”라고 질책하며 피고 대리인이 먼저 변론하라고 했다. 이미 이 재판부의 진행방식을 알고 있던 피고 대리인은 “3월 4일자 준비서면 진술, 을 제5호증 제출”이라고 짧게 말했다. 재판장이 요구한 '변론'이었다. 특

    정원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갑질과 ‘덕분에’

    갑질과 ‘덕분에’

    얼마 전 치즈통행세, 보복출점 등 갑질 논란으로 미스터피자의 창업주가 구속기소되었다. 연이어 장성 부인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까지 불거졌다. 돌이켜보면 갖가지 갑질 행위가 도마에 오른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맷값 폭행, 땅콩 회황, 기업 회장들의 운전기사에 대한 폭언 등 오너리스크를 야기한 사건은 물론 비행기 승무원, 백화점 점원, 아파트 경비원 등 약자에 대한 일반인의 폭언·폭행 사건까지 심심치않게 터져나오는 것을 보면 갑질은 이미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일상화된 것이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조선 후기 삼정(三政)의 문란도 관리들의 갑질이 수단이었고, 최근 미국에서는 몇몇 항공사의 거친 갑질 태도가 인종차별시비까지 유발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직장 상사 등이 자신의 지위를

    김영기 지청장 (남원지청)
    아동학대와 우리사회의 미래

    아동학대와 우리사회의 미래

    최근 들어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분을 일으킬 만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극히 반인륜적인 범죄의 특성을 보이고 있는 사건들이므로 전 사회적인 공분과 엄중한 처벌은 당연하다. 필자도 아동학대사건을 다루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가장 약자의 지위에 있는 미성숙한 아동이 부모의 일방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평생을 상처와 방황 속에 살아가는 현실을 그대로 목도하고 있다.  여러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아동학대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 하나가 아동학대사건은 가해자에 대한 엄벌과 격리만으로는 사건을 처리하고 해결했다고 말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아동학대사건의 종국적인 해결은 그 아동이 적어도 성년이 될

    김종복 부장판사 (목포지원)
    인권과 기본권은 배다른 형제인가

    인권과 기본권은 배다른 형제인가

    새 정부 들어서서 인권이 단연 화두다. 우리가 언제부터 인권, 인권을 말했지? 이러한 생각마저 들 정도다. 헌법 책에는 대부분 인권이 아니라 기본권이란 말로 쓰여 있다. 기본권은, 국가가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라는 뜻이다. 원래 독일연방의 기본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기본권이다. 인권과 유래는 다르지만 비슷한 뜻으로 혼용된다는 설명도 붙어있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설명이다. 한데 기본권이란 말에서는 사람냄새가 풍기지 않는다. 사람보다 국가 냄새가 먼저 난다. 국가가 있고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권리, 그게 기본권이다. 인권은, 천부인권이라는 말도 있듯이 국가가 있건 없건 간에 사람이면 인정되는, 그리고 인정되어야 하는 권리라는 말이다.

    김진욱 선임연구관 (헌법재판소)
    수많은 녹색아버지를 기대하며

    수많은 녹색아버지를 기대하며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안전봉사를 하던 첫날이었다. “아직 가면 안돼요. 여기서 잠깐 기다려요.” 꼬맹이들에게 얘기하는 게 변론보다 떨렸다. 운전할 때는 몰랐는데 아이들 등굣길에 위험한 곳들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교통신호 주기와 아이들 동선이 조금 익숙해지니 그제서야 아이들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한 아이가 장난스레 웃으며 “어? 녹색아버지다!”라고 말하며 친구들과 깔깔 웃으며 지나갔다. 긴장이 조금 풀렸다. 큰 딸이 입학해 4학년 때까지 와이프 대신 녹색어머니 봉사를 했다. 밑으로 유치원 다니는 아이 둘이 더 있어서 와이프가 그 일까지 할 짬이 없었다. 안하면 될텐데 아이를 학교에 처음 보내면서 학교에서 해 주십사 하는 일을 마다하기 어려웠나 보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출근시

    정원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깨진 유리창 고치기’에 우리 모두 관심을

    ‘깨진 유리창 고치기’에 우리 모두 관심을

    차량을 운전해 남원IC를 통과하면 어느새 광한루 앞 편도 3차로의 곧게 뻗은 ‘요천로’를 만나게 된다. ‘요천(蓼川)’은 전북 장수에서 발원해 섬진강으로 흘러가는 남원의 대표 하천인데 과거 천변에 여뀌꽃(蓼花) 군락이 형성되어 있어 ‘요천’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 한 해 동안 요천로에서 3건의 사망교통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1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그 중에는 부산의 학습지 아주머니들이 남원에 놀러 와 광한루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신호를 위반한 차량에 충격당하는 사고도 있었다. 그 사고로 아주머니 한 분이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을 찾지 못하게 되었다. 난데없이 충격에 빠졌을 피해 아주머니의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척 아팠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지점에서 사망교

    김영기 남원지청 지청장
    건강한 가정,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가사재판을 위하여

    건강한 가정,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가사재판을 위하여

    “판사님 너무 억울합니다.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법정에서 이런 말 들어보지 않은 판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재판제도는 ‘변론주의 원칙’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 당사자가 스스로 주장을 하고 증거를 찾아야 한다. 판사가 알아서 ‘조사’해줄 권한이 없으니, 이런 말을 들으면 난감하다. 근대 재판의 대원칙인 변론주의를 세계 각국이 채택·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힘으로는 실체진실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고, 변론주의는 법관이 신이기를 포기하는 대신 당사자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간 결과이다. 필자는 작은 법원에서 영장과 가사재판을 하고 있다. 가사재판은 최근 들어 큰 변화를 거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가정

    김종복 목포지원 부장판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실손해액의 배상만으로는 피해구제가 충분치 못하였고, 이로 인하여 실손해액보다 고액의 배상액을 부과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오래되었다. 그러나 공·사법 구분이 엄격하지 않은 영미법계 국가에서 발전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전보적 손해배상에 입각한 우리 법제에 이질적이라는 주장이 대세였고, 우리 법원도 이 제도가 공서양속에 반할 수 있다는 입장의 판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1년 하도급법의 개정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이 우리 법제에 처음 도입된 이후로 기간제법, 파견법,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대리점법, 정보통신망법, 제조물책임법, 가맹사업법 등 총 9개 법률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제도화되었

    홍완식 교수 (건국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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