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새벽 2시 40분. 의뢰인이 삶이 무의미하다며 그 동안 고마웠다고 자살을 암시하는 메일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이 나인 걸까? 당장 조치하지 않는다면 정말 생명이 위독해지는 것 아닐까? 벌떡 일어나서 침대 가운데 앉아 핸드폰을 쥐고 급히 답장을 썼다. 자살한다던 분이 몇 분 후 태연히 “그러면 다시 살아보겠다.” 짤막한 답장을 보내왔다. 휴, 왜 죄 없는 나에게 이러나 싶다. 답은 알고 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그의 마음 속을 가장 잘 알고, 뭐가 그를 불안, 초조하게 만드는지, 어떤 말이 그를 안심시킬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이 약해진 날, 머리를 비우고 잠들 수 있도록 마음을 다독여줄 이야기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변호사뿐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듯
안현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