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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목요일언 리스트

    익숙함이 주는 위험

    익숙함이 주는 위험

    작년 봄에 머리가 하얗고 체구가 작은 할머니가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하셨다. 할머니를 자리로 안내하고 무슨 일 있으시냐고 여쭤보자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미셨다.   할머니가 주신 서류는 채무불이행자명부말소신청 사건의 심문서였다. 할머니는 오랫동안 알고지낸 자식 같은 부부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이들은 몇 번 이자를 주더니 그 후엔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도 주지 않아 소송까지 했는데 그래도 변제하지 않아서 이들을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신청을 하였다고 하셨다. 그런데 며칠 전에 이 서류가 법원에서 왔다고 하면서 어떡하면 되냐고 물어보셨다.   통상 채무불이행자명부말소신청은 채무자가 채무를 모두 변제하였거나 회생·파산 등의 사유로 채무를 면책 받은 후에 신청한다. 그 신청

    윤원서 법무사 (서울서부법무사회)
    쿠팡과 차등의결권

    쿠팡과 차등의결권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화려하게 상장했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은 국내 E-Commerce 시장의 잠재력을 재평가하게 하였고 관련 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쿠팡의 창업주인 김범석 의장은 상장 전에 소프트뱅크 손정의씨로부터 3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받았고,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무려 42억 달러를 조달했음에도 여전히 쿠팡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차등의결권(Dual Class Stock) 덕분이다.   김 의장은 쿠팡의 보통주인 Class A주식보다 무려 29배나 의결권이 많은 Class B주식을 보유한 덕택에 상장 이후에도 의결권 기준 76.7%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뉴욕증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막대한 자금을

    이행규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법조인 만화 살롱을 여는 꿈

    법조인 만화 살롱을 여는 꿈

    어머니는 만화책을 좋아하셨다. 그 때문이겠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집에서 만화책을 볼 수 있었고 실제로 내가 한글을 깨친 것도 만화책을 통해서였다. 학교에 입학하고 몇 년 지나서는 만화가게를 들락거리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 즐거움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변치 않았다. 대학 때 자주 가던 건물 2층에 자리한 '만화궁전'은 친한 친구들의 아지트였다. "궁전에서 만나자"고 우리들은 암호를 주고받듯이 약속하곤 했다.   새로 나온 만화를 찾는 기쁨은 보물찾기와 비슷하다. 만화가게가 아니라 서점으로 보물찾기를 하는 즐거움의 장소는 바뀌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만화와 함께 울고 웃는 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 신간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하루치 양식을 얻은 것처럼 넉넉하다. 연

    장소영 통일법무과장 (법무부)
    진실기본값과 재판

    진실기본값과 재판

    1. 버나드 메이도프.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범인 그는 2009년 6월 29일 폰지 사기를 통해 미화 650억 달러 상당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최고 150년 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체조협회 여자국가대표팀 의사 래리 나사르는 20여년 동안 선수들의 위축된 근육과 힘줄을 마사지하면서 치료를 핑계로 성추행한 범죄사실로 2017년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말콤 글래드웰은 '타인의 해석'(김영사, 2020)에서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메이도프의 범행이 어떻게 월가에서 들통 나지 않았는지, 나사르의 범행이 20여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다루고 있다. 그는 그 원인을 진실기본값(Truth-Default-Theory, TDT)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이 정직하게

    이동근 변호사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판결문이 준 감동

    판결문이 준 감동

    소송가액이 100만원인 사건을 진행한 적이 있다. 소송가액은 작아도 사건 당사자가 지인이었고 상대방이 매우 적극적이어서 조심스러웠는데, 다행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그런데 판결결과보다 더 감동한 건 판결문을 받고서였다.   소송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사건은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에 의하여 판결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액사건의 경우 판결문에 판결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기재되어도 매우 간략하게 기재되어 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알 권리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제도개선의 목소리가 많다.   그런데 필자가 받은 판결문에는 사건이 아주 소액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판결이유가 상세히 적혀 있었

    윤원서 부회장 (서울서부법무사회)
    PEF를 위한 변명

    PEF를 위한 변명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가 해를 넘기고 있다. 그런데 이 사모펀드(일명 '헤지펀드') 사태로 인해 PEF(Private Equity Fund)가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한국 법체계나 시장환경에서 헤지펀드와 PEF는 엄연히 다르다. PEF는 특정기업을 매수해 기업가치를 제고하여 이를 매각한 후 수익을 올리는 buy-out 전략을 기본으로 하는 사모펀드로, 2004년 도입되어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2019년 말을 기준으로 721개의 PEF가 설립되었고, 약정액이 84.3조 원(출자이행액 61.7조 원)에 이르며, 2019년도에만 11.7조 원이 회수되었다. 또한 PEF는 3년 내지 5년의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하고, 다양한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은 물론 최근

    이행규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앰비규어스 댄스

    앰비규어스 댄스

    여섯 사람이 춤춘다. 빨간 수트를 입고 투구를 쓴 남자가, 검은 주름치마를 입고 정자관을 쓴 남자가, 색동 저고리에 반바지를 입은 여자가.   그들의 춤은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우며 춤추는 동안은 성별의 구분도 거부하는 것 같다. 어떤 해석도, 의미 부여도 춤추는 우리에게 하지 말고 보는 너희들이 가지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춤추는 그들의 이름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우연한 기회에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에 맞춰 춤추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춤을 보는 것은 충격이었다. 신나는 충격이었다. 작은 폭죽들이 연이어 터지는 것처럼 아름답고 흥미로웠다. 말과 글이 의사소통의 도구이듯 춤도 인류에게 유구한 역사를 가진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

    장소영 통일법무과장 (법무부)
    행정재판에서의 입증책임

    행정재판에서의 입증책임

    1. A가 여관에 갔다. 문고리가 허술해 불안해서, 갖고 있던 돈 100만 원을 여관주인에게 맡겼다. 다음날 돌려 달라 했더니, 여관주인은 무슨 돈을 맡겼냐 한다. 억울한 A는 보관금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첫 변론기일에 판사가 여관주인에게 "돈을 받았습니까?" 하고 묻자, 여관주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자 판사는 A에게 돈을 보관시킨 증거가 있냐고 묻는다. A는 말한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여관주인이 압니다." 원고패소 판결 선고.   2. 화가 난 A는 다시 그 여관에 가서 100만 원을 맡기면서 이번에는 보관증을 받았고, 다음 날 돈 돌려받은 다음, 보관증 첨부하여 소송을 제기했다. 변론기일에 판사가 여관주인에게 돈 받은 게 맞느냐고 물어보고 여관주인은 A에게 돌려줬다고 답할 것이

    이동근 부장판사 (서울고법)
    공감능력(共感能力)

    공감능력(共感能力)

    딸아이에게 요즘도 가끔 듣는 핀잔이 "아빠는 공감능력이 부족해"라는 말이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꼭 분석을 하고 따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데 습관이 되어 쉽지만은 않다.    공감(共感)이란 다른 사람의 상황 또는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이해력이 발달하고 지식이 쌓여져 가는데 그와 함께 공감능력도 발달하는 것인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머리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은 발달해 가는데 가슴으로 진정 상대를 이해하는 공감능력은 함께 발달해가지는 않는 것 같다.    개업 초기 의뢰인들과 상담하면서 다른 것들은 제쳐두고 오로지 법률적인 해결책만을 찾기에 몰두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윤원서 부회장 (서울서부법무사회)
    동학개미와 법률가

    동학개미와 법률가

    지난해에 이어 주식시장이 뜨겁다. 특히, 동학개미로 지칭되는 개인투자자들은 이제 한국 자본시장의 중요한 한 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주식시장에서 번번이 상투를 잡거나 실패를 맛보았던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을 기관투자자들이 따라가는 형국도 연출된다. 스마트개미로 지칭되는 20~30대 젊은 투자자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무기로 외국인을 대응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가히 그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본시장 관련 업무를 20여 년 해온 필자는 동학개미의 활약을 보면서 한국 자본시장에서의 법률가들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필자가 2007년 9월 뉴욕 소재 로펌인 White&Case에 근무할 때였다.

    이행규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내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

    내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

    연말이면 일 년 동안 읽은 책들을 돌아보며 나만의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벌써 십 년쯤 된 습관이다. 최근에는 올해의 책 후보작들의 경쟁률이 별로 높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특정 장르에 대한 선호가 약해지면서 읽을 책을 고르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몇 년 전부터 사람보다 기록 대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읽기에 대한 애착이 현저히 줄어든 것도 이유인 것 같다. 문자에 염증이 생겨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2020년을 보내면서도 어김없이 일 년치 독서메모를 보며 올해의 책을 선정하기 위해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후보작들은 인간성에 대한 신뢰나 살아있다는 기쁨 등 긍정적인 기운을 환기시키기도 했고, 운명이 부조리하다는 감각을 일깨우기도 했으며,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도 한

    장소영 통일법무과장 (법무부)
    나의 禮誼, 너의 禮儀

    나의 禮誼, 너의 禮儀

    1. 조선시대라 하자. 비 내린 직후라 땅이 질척거렸다. 맞은편에서 친구 아버님이 말 타고 오고 계셨다. 얼른 말에서 내려 인사하려 했더니 손사래를 치신다. "아이고, 진흙탕인데 내리지 마라, 옷 버린다. 뭐하려고 내리려고 하느냐, 그냥 말 탄 채로 인사하면 되지" 하시면서 기어코 못 내리게 했다. 하는 수 없이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드렸다. 아버님이 허허 웃으시면서 기분 좋게 가셨다. 며칠 후 친구 녀석이 와서, "너 무슨 실수했냐"고 한다. 아버님께서 나를 버르장머리 없는 놈, 건방지게 말에서 내리지 않고 고개만 까딱하고 지나가는, 배운 바 없는 놈이라고 하셨단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그게 아니라 땅이 질척거리니 내리지 말라고 하셔서 시키는 대로 한 거라고 했다. 친구가 자초지종을 알아보겠다고

    이동근 부장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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