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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느낀 일

    일본에서 느낀 일

    이번 학기에 일본의 도쿄대 법학부에서 두 강좌를 맡아 10월부터 강의를 하고 있다. 2002년에 반년 남짓 이 건물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거의 20년 후에 다시 같은 건물을 들락거린다. 그때는 어느 교수가 그의 연구실을 쓰도록 해 주었지만 이번에는 내 방이 생겼다.   나는 대법원에서 일하는 동안 국내외에서 나온 연구 문헌 기타 자료를 거의 추적하지 못했다. 사건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와서 도대체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눈앞에서 억울한 사정을 때로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호소하는 당사자들의 '비명'에 항상 밀려 있어서인지, 차분하게 학문적 이치를 설파하는 글은 마음에 잘 담겨지지가 않았다.   벌써 7년이 지났지만 그때 대법원을 나와 대학으로 돌아오고서 맨

    양창수 한양대 석좌교수(전 대법관)
    플랫폼, 메타버스 시대와 영업방법 발명의 재발견

    플랫폼, 메타버스 시대와 영업방법 발명의 재발견

    영업방법(Business Method, BM) 발명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사업에 관한 아이디어(영업방법)를 구현하는 발명이다. 각종 플랫폼 사업용 앱(각종 모빌리티 앱, 배달 앱 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좋을 것이다. 배달 앱을 예로 들면 다양한 식당들과 소비자를 연결한다는 사업적 아이디어를 모바일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구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 BM발명의 특허적격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하였으나, 최근에는 BM발명에 관한 논의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모바일앱을 통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대세가 되어 있고, 메타버스 플랫폼까지 조명받고 있는 요즈음 BM발명에 대하여 다시 한번 점검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몇 차례에 걸쳐 BM발명의 현황,

    구민승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법률가의 열린 사고(思考)

    법률가의 열린 사고(思考)

    장면 #1 의례적인 자리에서 처음 만난 어떤 변호사(화자)가 좋아하는 선배 변호사(A) 이야기를 했다. 마침 A는 필자의 대학 동기였는데 화자는 필자와 A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화자에 따르면 사건 해결을 위해 판례를 열심히 뒤지고 있던 자신에게 2년 위인 A 변호사가 "뭘 그렇게 판례만 들여다보고 있어요?"라고 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다 알 수 있는데 왜 판례만 찾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변호사가 된 지 고작 3년 정도 된 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오래 기억에 남을 만했을 것이다. 물론 당시 정황상 화자는 A를 비판하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필자 또한 A라면 능히 그럴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했기에 A를 위한 변론은 필요하지 않아 가벼운

    - 판례를 상수항으로 보는 생각에 대한 비판 -
    특별검사 공판실 사람들

    특별검사 공판실 사람들

    '특검'이라는 이름은 거대한 건물, 혹은 묵직한 명패의 이미지를 환기한다. 그러나 특검은 거기 있지 않다. 나무에 새겨진 이름이나 콘크리트 벽 너머,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특검이 있다. 수사기간이 종료되면 세간의 관심은 식고, 북적거리던 파견 인원들도 돌아간다. 그러나 특검의 일은 이제부터다. 수사한 결과를 모아 증거를 정리하고 법리를 구성하여 판결을 이끌어내어야 한다. 특검 사건의 특성상 자료는 방대하고, 상대 변호인단은 막강하며, 여론도 대부분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어쨌든 누군가는 이 외롭고 고단한 작업을 해야만 한다. 이들의 이름은 공판실 사람들이다. 특검 공판실은 주로 변호사들로 구성되지만, 이들의 일은 드라마 속 멋진 변호사와 거리가 멀다. 로펌에서의 분업화된 시스템은 기대할 수 없다

    이언 변호사 (드루킹 특검 공판실장)
    인테리어 공사나 은행 대출이 ‘이행에 착수’에 해당하는지 여부

    인테리어 공사나 은행 대출이 ‘이행에 착수’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쟁점사실 주택에 대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을 지급한 매수인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거나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받은 경우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라 계약금의 배액을 제공하여 계약해제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계약 후 집값이 급등하자 매도인이 매매대금의 증액을 요청하였으나 매수인이 이를 거절한 경우에 자주 발생하는 분쟁 유형이다. 2. '이행에 착수'에 해당 여부가. 관련 법리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

    김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규원)
    상속권상실청구제도 유감

    상속권상실청구제도 유감

    상속권상실제도는 최근 일어난 일련의 불행한 사고를 계기로 불꽃처럼 떠오른 화두이다. 이를 다루기 위하여 2020년 윤진수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상속권 상실제도 도입을 위한 TF'가 마련한 개정안(TF안)을 바탕으로 법무부가 준비한 민법개정안(정부안, 법률이름을 줄인다)이 현재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다. 정부안은 모습과 내용에서 TF안과 대체로 일치하며, 단지 조문배치를 조정하고 빠진 내용을 보완하고 대습상속을 개정하는 정도에 그친다. 정부안의 상속권상실제도를 분석·검토한다. I. 피상속인 유감상속권상실은 1.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상속권상실을 표시한 경우, 또는 2. 유언에 상속권상실에 관하여 언급이 없거나 3. 법정상속이 개시된 후 상속인들이 이를 다툴 때에 현실화된다. 1.에

    이진기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공동주택관리법의 개정과 하자판정기준의 적용 범위

    공동주택관리법의 개정과 하자판정기준의 적용 범위

    1. 하자소송과 건설감정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하자소송의 승패는 감정 결과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하자소송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건설감정은 건설에 대한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인데,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1733 판결 등)는 것이 법원의 태도이므로 재판부가 그 최종 판단에 있어서 감정결과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듯 하자소송의 핵심 사항인 건설감정에서 하자의 판단 및 하자보수 금액의 산정 등을 어떠한 기준에 따라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다툼이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건설감정실무와

    신동철 변호사 (포스코건설)
    민법 재산법의 개정을 바라면서

    민법 재산법의 개정을 바라면서

    1. 프랑스민법의 혁신을 계기로 민법 원로학자분들의 민법개정에 대한 요청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필자 역시 최근 남효순 교수님의 정년논문집 기고문을 작성하기 위해 2016년, 2018년 개정 프랑스민법(채권법)을 일별하면서 우리 민법전의 현대적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프랑스민법의 개정 경위와 자세한 내용 등은 금년 국내에서 발간된 서적('개정 프랑스채권법 해제')에 맡기고, 여기서 강조할 바는 프랑스가 200년 넘게 적용되어 오던 민법전의 전면개정을 단행하면서 법전의 체계성, 내용의 가독성 등을 지향함과 함께 무엇보다 민법전의 현대화를 통하여 기본법의 위상을 확고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법의 현대화는 프랑스만이 아니라 독일

    김상중 교수 (고려대 로스쿨)
    로마민소소송법산책② 로마의 법학자

    로마민소소송법산책② 로마의 법학자

    1. 로마의 법학자라 함은 (가) '법학자'를 라틴어로 'jurisconsultus', 'jurisperitus', 'jurisprudens' 등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consultus, peritus 혹은 prudens는 '정통하다', '숙달하다'라는 의미의 형용사이고, iuris는, jus(법)의 단순 속격형(屬格型), 즉 '법의~' 뜻이다. 따라서 법학자는 '법의 정통한 인사'라고 하는 높은 평가의 인물이 된다. 로마의 사법(私法)은 법조법(法曹法)이라고 표현된다. 이것은 법전문가인 법학자들이 로마의 최성기에 사법(私法)의 창조·운용에 큰 역할을 다하였다는 것이다. 법학자는 로마의 역사에서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로마의 아주 초창기에는 신과 인간과의 여러 가지 교류를 매개하는

    강현중 변호사 (前 사법정책연구원장·법무법인 에이펙스 고문)
    해상법과 경쟁법에 반영되어야할 개품운송 시장의 변화

    해상법과 경쟁법에 반영되어야할 개품운송 시장의 변화

    I. 들어가며 해상법은 해상기업들의 영리활동을 규율하는 법이다. 해상기업은 선박을 이용하여 영리활동을 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상법은 상인(기업)을 유익한 존재로 파악하여 이들이 쉽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도록 하는 많은 제도를 가지고 있다. 해상기업을 보호하는 해상법도 이와 같다. 그러나, 상법이 상대방보호에 소홀히 할수 없듯이 해상법도 상대방보호를 위한 제도를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개품운송계약에서는 운송계약서가 발행되지 않고 선하증권을 활용하는 부합계약이라서 상대방인 화주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20세기 초부터 헤이그 규칙을 만들어 운송인들의 부당한 힘의 논리를 제약해왔다. 19세기말 운송인들은 화주들에게 불리한 규정을 선하증권에 넣고서 계약자유의 원

    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추모사] 푸른 항심(恒心)의 삶을 추모합니다

    푸른 항심(恒心)의 삶을 추모합니다

    대법관님, 아니 선배님, 모란꽃 피는 남녘 땅 고향 선배님! 이른 아침의 어스름 가운데 "운명하셨다"는 사모님의 전언 말씀을 듣는 순간, 왈칵 눈물 같은 느낌이 가슴을 치고 올라왔습니다. 오랫동안 이름도 생소한 병으로 고생하시던 모습, 그 가운데에서 얼핏 보이셨던 '무상(無常)과 고독(孤獨)', 어느 때인가 "이제는 더 오지 말게", 그 말씀 하시던 그 때 그 방은 왜 그렇게 허허하고 쓸쓸했는지? 수년은 더 선후배의 정 나눌 수 있었는데! 홀연 가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선배님을 뵌 것은 물경 45년 전쯤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사법연수생 철없던 그 시절부터 법원을 떠나 재야의 변호사 시절까지 반세기 여 동안, 긴 인연의 끈을 이어왔습니다. 문득, '영랑(永郞)과 다산(茶山)'으로 대표되는 고향땅 강

    - 고(故) 윤재식 대법관님 영전에 -
    유진오의 법학에 대한 단상(斷想)

    유진오의 법학에 대한 단상(斷想)

    유진오는 1945년 이후 우리 법학의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학자 중 한 분이다. 우리는 그를 헌법학자로 알고 있지만, 그 외에도 쉬운 예를 들면 그는 1950년대 중고교의 교과서('정치와 사회', '국가생활', '국제생활' 등)의 단독집필자로도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또 그는 1945년까지는 사람들에게 주로 소설가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학문(문학이 아니라)에 대하여도 아직 모르는 것이 적지 않다. 그가 처음으로 헌법에 대하여 쓴 논문 기타 글들을 모아 펴낸 '헌법의 기초이론'은 1950년 1월에 발간되었다. 1949년 11월, 그러니까 1906년에 태어난 그가 43세 때에 쓴 그 책의 '서(序)'에서 그는 자신의 학문적 역정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저자는 대학 시대에 법

    양창수 석좌교수 (한양대·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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