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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서초포럼 리스트

    법률가와 음악

    법률가와 음악

    법이 천지(天地)의 질서라면, 음악은 천지의 풍류(風流)이다. 법과 음악이 서로 분야는 다르지만, 법률과 음율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율(律)이라는 한자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법에 입법자가 있듯이 음악에는 작곡가가 있다. 법해석자나 연주자는 입법자나 작곡가의 의도에 엄격히 구속되는 것이 아니고 독창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 연주자에게 악보의 암기와 반복적 연습이 요구되듯이 법률가의 경우 법의 기본 개념과 법리에 대한 암기와 실습은 필수적이다. 음악가는 물론 법률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인내력, 집중력 및 암기력이라고 본다. 법과 음악의 세계와 관련하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음악가로 변신하여 활동한 작곡가로는 독일의 슈만,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핀란드의 시벨리우스를 들 수 있다. 우리나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혼밥은 정의인가?

    혼밥은 정의인가?

    나는 혼밥을 싫어했다. 아니 두려웠했다. 차라리 굶는 게 편하지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스스로가 처량해 보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혼자만의 공간에 익숙치 않은 것 때문인지 몰라도, '혼밥은 No'는 생활신조였다. 그런데 현미경 없이는 그 존재조차 감지하지 못하였을 바이러스로 인해 생활신조가 바뀌어졌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식당에 들어가게 되면, 마치 와서는 안 될 곳에 들어온 것 같은 어색한 표정은 사라지고 QR 인증에 이어 착석과 주문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수행한다. 나의 뇌리에는 '먹고 살기 위한 환경적응'의 자기 위안과 함께 놀라운 환경적응 능력에 대한 자기 감탄의 전기신호가 순간적으로 흐른다. 혼밥은 더 이상 두려운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고독한 미식가(일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법률의 무지는 용서받지 못하는가?

    법률의 무지는 용서받지 못하는가?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상담을 하다 보면 억울함이 가득하게 느껴지는 항의성 질문을 들을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법전을 펴면서 "이렇게 규정되어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할 수밖에 없다. 대학 형법수업에서 "법의 무지는 용서되지 않는다"는 법언을 당연하다는 듯이 배운 적이 있다. '법을 위반한 사람이 단순히 그 법을 몰랐다는 이유로 위법성이 없어지거나 책임을 면한다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예컨대 살인·상해·폭행·절도·강도·뇌물·사기·배임·횡령 등과 같은 범죄에 대해 법을 잘 몰랐다는 이유로 면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법률의 무지를 이유로 책임을 모두 피할 수 있다면 법치주의는 중대한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례는 단순히 법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는 형법 제16조(법률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비리호송(非理好訟)

    비리호송(非理好訟)

    유교를 건국이념으로 하는 조선에서는 소송이 없는 것, 무송(無訟)을 이상적인 사회로 생각하였다. "척지지 말라"는 말도 피고를 가리키는 '척(隻)'에서 유래된 것으로, 소송을 부정적으로 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람 사는 사회에는 분쟁이 있기 마련, 실제는 동방소송지국이라고 평가될 만큼 많은 소송이 있었다고 한다(조선의 일상, 법정에 서다). 영암군의 소장을 모아놓은 자료를 보면(영암군소지등본책-靈巖郡所志謄書冊), 1838년 7월 한달 간 영암군수에게 접수된 소장이 187건으로, 군수가 하루에 여섯 건 이상 소송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조선 후기에 올수록 꺼림 없이 소송이 제기되었고, 쓸데없는 송사도 많아져 골머리를 앓았던 모양이다. 조선에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소송을 일삼는 행위,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재판거래' 의혹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재판거래' 의혹을 어떻게 할 것인가

    뒤늦게 교수가 되어 하루 종일 판례를 읽으며 지내기도 한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초창기에는 판결이유가 '예쁘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특별히 의미가 있는 판례를 만나면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에 압축하여 정리하느라 애를 먹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 '재판거래' 의혹은 '사법농단' 의혹 때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던 김만배씨가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대법원 판결 전후로 당시 권순일 대법관을 8차례나 찾아갔다고 하고, 권 대법관은 무죄판결 후 2개월 만에 퇴직하고 곧바로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월 1500만원씩을 받았으며, 소위 '50억 클럽'에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김씨는 대장동 사건의 특혜를 가능하게 해 준 것에 대한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이직 열풍

    이직 열풍

    요즘 대형 로펌에서 젊은 변호사들의 이직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IPO로 자금을 확보한 IT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변호사들을 채용하고 있는데, 대형 로펌 한 곳에서 회사 한 곳으로만 20명 넘게 옮겨가기도 했다. 법원이나 검찰로의 이직도 많다. 로펌의 7~10년차 쯤 되는 제자들을 만나면 '요즘 젊은 애들'이 너무 쉽게 일을 그만 둬서 큰일이라고들 난리다. 그들의 선배들이 수년 전에 그들에게 똑같은 말을 했던 것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그저 고소를 머금었다. 그러나 팀에 따라서는 입사동기 중 80% 이상이 5년 이내에 로펌을 떠나버리고 경력직으로 들어온 팀원들이 절대다수라고 하니 예전과는 양상이 다름을 깨닫게 된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세대들이 이른바 '워라밸'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성인의 연령과 성년의제

    성인의 연령과 성년의제

    새해 벽두에 일본의 성년 기준이 올해 4월부터 20세에서 18세로 낮아진다는 뉴스를 보았다. 근대민법이 도입된 이래 성인의 연령이 20세였는데 146년 만에 18세로 낮아진다니 제법 큰 사건이다. 성인의 연령이 낮아지니 선거법도 개정되겠거니 생각했는데 일본 선거권의 연령이 2016년부터 18세였고, 성년의 기준 변화와 함께 개정되는 것은 소년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성년의 기준이 2011년 20세에서 19세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미성년자가 혼인을 한 때에는 성년자로 본다(제826조의2). 즉 미성년자가 혼인(법률혼)을 하면 재산거래나 신분관계에서 성년자로서 단독으로 법률행위가 가능하다. 이에 미성년자가 혼인하여 자녀를 출산하면 부모의 친권이나 후견으로부터 벗어나 자녀에 대해서 친권을 행사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안전 사각지대' 해소 위해 법체계 재구성 필요하다

    '안전 사각지대' 해소 위해 법체계 재구성 필요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 오는 27일 시행된다. 법이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를 직접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행일이 다가올수록 기업들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현장에서는 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안전보건 인력·예산을 확보하거나, 현장점검 등 안전사고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등 법 시행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조치들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하니, 법 시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는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미지수라 하겠다. 2020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882명 중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인원은 714명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대법관 증원론

    대법관 증원론

    대한민국 건국 이후 사법부는 민주공화국의 기초를 튼튼히 하면서 국민의 권리구제와 기본권 신장을 위한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에 2015년 이래 매년 4만건 이상의 본안사건이 접수되고 있고,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4만 6231건의 본안사건이 접수되어 3만 8890건을 처리한 바 있다. 그런데 4건 중 3건 가량을 판결이유 없는 심리불속행으로 처리함에 따라 대법원은 상고심으로서 국민의 권리구제에 있어서 충실하지 못하고, 법해석의 통일이라는 최고법원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국민적 사법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고제도 개선 방안의 하나로 대법관의 수를 48명으로 증원하되, 개정안 부칙 단서에 34명의 대법관 증원을 공포한 날부터 3년의 시한을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감정(鑑定) 2

    감정(鑑定) 2

    법원 감정을 할 때 대학 등 전문기관에 감정인이 될 교수나 전문가를 찾아야 하는데, 적합한 전문가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문가를 찾아도 선뜻 나서려고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소송이나 중재와 같은 분쟁해결 절차에서 전문가의 공신력 있는 감정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각 분야에서 전문가가 늘어나고 그 전문성도 점차 세분화·고도화되고 있는 것에 반해, 감정을 하려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것은 아직 '중립적·공적 감정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학교수를 만나 법원 감정에 참여하는 것에 소극적인 이유를 들어보면 학문이나 이론적 연구를 주로 하다가 현실 분쟁에서 어느 한편의 승패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 심적으로 부담이 된다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코로나 시대, 사법부의 역할

    코로나 시대, 사법부의 역할

    어김없이 새해는 밝아왔다. 그렇지만, 모두를 지치게 하는 코로나 대유행과 실망에 낙담을 더하는 대선 정국이 '희망찬'이란 수식어를 주저하게 만든다. 여전히 계속되는 광범위한 방역조치로, 너나 할 것 없이 전례 없는 자유의 위축을 경험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부터 강제 격리 및 치료, 모임과 집회의 제한, 출입국 제한, 영업제한, 미접종자 출입제한까지, 끝임 없는 방역조치에 평온한 일상은 희미한 기억 속에나 남아 있다. 재잘거림 가득한 등굣길, 찬송이 울려 퍼지는 예배당, 시끌벅적 술자리는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 기약 없는 영업제한으로 생존의 기로에 선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예상치 못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급습은 전인류를 공포에 빠뜨렸고, 강력한 자유의 제한을 수용하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체포전치주의

    체포전치주의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목숨을 끊었고, 불과 11일 만에 검찰 조사를 받던 김문기 개발1처장까지 죽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9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4일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까지 되었는데, 그 사이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피의자에게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며 방치한 것이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끔찍한 일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국회의원이었던 성완종 경남기업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한 날 새벽에 북한산에서 목을 매었고, 변창훈 검사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변호인사무실에 들렀다가 그곳 화장실에서 투신하고 말았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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