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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서초포럼 리스트

    헌법을 다시 읽어 보자

    헌법을 다시 읽어 보자

    변호사로서 일을 해 오면서 피부로 느끼는 변화 중 하나는 압수수색 현장에 변호사들이 대거 참여하여 대응하는 사례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압수수색이 있게 되면 기업으로서는 당혹감을 넘어 현장에서 그 대응에 허둥지둥하게 된다. 현장의 압수수색은 수사기관이 스스로 압수대상을 찾는 것 외에도 피압수자가 압수대상을 찾아 건네야 하는 상황도 있어 법적 대응이라기 보다는 사실적 대응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압수수색영장 청구건수는 31만 6611건, 발부건수는 28만 8730건으로 영장 발부율은 91.2%라고 한다. 여기에 일부 발부율 7.8%를 포함하면 압수수색영장의 발부율은 99%에 이른다. 인터넷 포털의 경우에도 작년 네이버와 카카오등의 계정 386만 6000개의 정보가 제공되었다고 한다. 이는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형사재판 기피

    형사재판 기피

    법정에 서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꺼려지는 일이다. 생사여탈이 달린 형사재판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요즘엔 재판을 주재하는 판사에게도 형사는 절대 피하고 싶은 재판이 되었다. 법관인사와 사무분담에서 형사재판을 피하기 위한 치열한 두뇌싸움과 아슬아슬한 긴장관계가 생겨날 지경이다. 법치국가에서 사적 복수는 금지되고 국가가 독점적인 형벌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형사재판은 사법의 핵심 징표이고, 형사재판이 바로 서지 않는 한 사법에 대한 신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출발점에는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가 있다. 주어진 일에 대한 법관의 성실함을 믿는다 할지라도, 마지못해 떠맡은 일과 흔쾌히 떠안은 일이 같을 수 있을까.사법정책연구원에서 법관 업무부담과 관련하여 민·형사에 대한 선호도를 조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변호사시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니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김남국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2가지이다. 첫째, 현행법은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면서 '5년 이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도록 제한하며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만 유일하게 예외가 인정되고 있으나, 출산이나 질병 등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응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고려하여 응시기간 5년 이내라는 제한을 없애고 그냥 5회까지 응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5년 이내에 5회만'의 응시기회로 더 이상 응시할 수 없게 된 분들에 대한 구제방안이 없으며, 더구나 5회까지 응시하여 불합격한 수험생들은 앞으로도 평생 응시금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인맥지수

    인맥지수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던 때다. 갑자기 어떤 지방법원의 형사사건을 맡아 달라는 전화가 심심찮게 오기 시작했다. 공정거래, M&A 등 기업자문을 하던 나로서는 뜻밖의 일이었다. 알고 보니 그 법원의 형사단독 판사 한 분과 내가 사법연수원 기수, 출신학교, 나이 등이 비슷해서 변호사 소개 사이트의 '인맥지수'가 99점이나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친한 분이기도 했다. 형사는 전문분야가 아닌 데다가 로펌에 소속된 몸이라 수임이 어렵다고 일일이 거절했지만, 꼭 맡아 달라는 부탁 너머에서 인맥지수 99점 변호사에 대한 비릿한 기대가 느껴졌다. 같은 지역에서 자라거나 같은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직접적으로든 한 다리 건너서든 다양한 인연을 맺게 된다. 서로 어울려 놀고 다투고 공부하면서, 함께 추억을 쌓기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Sense and Sensibility

    Sense and Sensibility

    2018년 두 개의 대법원 판결(2017두74702, 2018도7709 판결)에서 등장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를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대법원이 이 개념을 이용하여 하급심의 사실 인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그 의미가 모호하고, 번역에도 문제가 있으므로 다른 용어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용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대체로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유엔 여성대회를 시초로 보는 입장이 다수이고, 영어 원문에 대해서는 'gender sensitivity'로 보되, '성인지적 관점'으로 통상 번역되는 'gender perspective'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 논의들은 국제적으로 오래 전부터 확립된 젠더 평등을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재판과정의 정확한 기록 - 조서 위의 진실

    재판과정의 정확한 기록 - 조서 위의 진실

    오랜 기간 법정 공방으로 지친 사건의 어느 변론기일에서 상대방이 재판 중에, 그것도 재판장님의 질문에 답변하는 중에 중요 사실을 자백하였다. 상대방이 계속 부인해오던 것이었기 때문에 그 자백 진술을 듣는 순간 소리를 지를 뻔하였다. 그런데 다음 기일 변론을 준비하기 위해 직전 변론조서를 확인한 순간, 상대방이 했던 진술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는 것을 보고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당한 시간 법정 다툼 끝에 상대방의 구술 자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서에 그러한 내용이 한 줄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실무관에게 문의하였으나, 별다른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준비서면에 그에 대한 주장을 하였으나 판결문에는 상대방의 자백 부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항소심에서 "상대방이 해당 사실을 법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누가 수사를 하나

    누가 수사를 하나

    올해부터 수사권조정에 따라 검찰의 수사개시범위가 대폭 줄어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는 일부 범죄에 대해 우선 수사권이 주어졌다. 그런데 연초에 'LH 부동산투기사건'이 터졌고 누가 수사를 해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다. 결국 경찰이 수사를 맡고 검찰은 협력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는데,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근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다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이 터졌다. 또 누가 수사하는지가 문제되고 수사기관마다 고발장이 쌓였다. 고발사주 사건은 검찰에서 많은 검사가 투입되어 수사하던 중 검사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공수처에 이첩되었다. 대장동 사건은 국민여론이 날로 악화된 후에야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정영학 회계사가 녹취록을 들고 들어갔기 때문인지 검찰에서 수사를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스마트계약, 스마트유언

    스마트계약, 스마트유언

    근래 한 번쯤 스마트계약이란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계약에 대한 정의는 통일되어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계약의 체결 및 이행이 자동화되어서 불이행의 문제를 남기지 않는 계약이다. 스마트계약의 원형(prototype)으로 자동판매기를 들기도 한다. 자동판매기는 돈을 넣고 물건을 선택하는 순간 바로 물건이 나오도록 설계되어 불이행의 문제를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모습으로는 건물 임대차계약이 스마트계약으로 이루어지는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임대인이 프로그램 코드로 계약 조건을 설계하여 플랫폼에 공개하고 임차인이 그 조건에 따른 보증금과 월세를 암호화폐로 지불하면 자동적으로 임차인의 스마트폰으로 건물 열쇠가 발급되어 임차인이 즉시 건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스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
    With Corona로의 전환을 앞두고

    With Corona로의 전환을 앞두고

    언제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지 기억조차 가물하다. 마스크 패션이 너무 익숙해서인지 가까운 사람도 마스크를 벗으면 왠지 그 얼굴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라는 존재가 우리 앞에 '일상을 멈추는 날'을 연출한 순간, 우리의 삶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버렸다. B.C와 A.D보다는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가 더욱 실감나게 와 닿는 구별이라고 할까?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11월이 되면 'With Corona'로 전환을 한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의 회복', 우리 모두가 얼마나 기다려 왔던 것인가! 물론 일상의 회복이라고 하여 코로나 이전으로의 완벽한 복귀를 기대할 수는 없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법학위기론에 관한 한 斷想

    법학위기론에 관한 한 斷想

    대학원에 막 진학한 90년대 중반, 더듬더듬 배운 일본어로 일본 법률문헌을 읽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한글로 된 법률문헌은 지금보다 훨씬 빈약했기 때문에, 다양하고 풍성한 논의를 담고 있는 일본의 주석서와 단행본을 보면 부러운 마음과 약간의 열등감마저 들었다. 나와 나의 동료들도 실력을 갈고닦아 언젠가는 한글로도 저렇게 풍성한 문헌들을 가져보리라는 각오랄까 객기를 품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읽던 교과서와 논문들이 일본문헌을 그대로 참고한 경우가 많음을 알게 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구성과 흐름이 비슷해서 일종의 번안물 같은 경우도 있었다. 한국문헌과 일본문헌을 좌우로 펴놓고 대조해가며 읽다 보면 편하면서도 자괴감이 들었다. 양상에는 차이가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적정 법관 수

    적정 법관 수

    우리나라 법원에 몰려드는 사건 수에 비하여 법관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하여는 별 이견이 없다. 물론 최근 10년간 사건 수가 비슷함에도 법원의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음을 들어 법관의 워라밸 운운하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판사가 불성실한 재판을 한다면 사법주권을 가진 국민들로서는 엄히 꾸짖어야 마마땅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라면 사생활을 버리고 일만 하라고 마냥 질책할 수만은 없다. 그러한 환경이 지속된다면 좋은 재판을 계속하기도, 좋은 판사를 뽑기도 어렵다. 법관 증원에 찬성하더라도 재판에 필요한 적정 법관 수를 정확히 도출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각 사건에 투입됨이 마땅한 시간의 총합을 법관 1인의 근무시간으로 나누어야 산출될 수 있을 터이다. 그런데, 도대체 알맞고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The Half-Blood Princess

    The Half-Blood Princess

    올해 US 오픈 테니스 단식 결승전은 여성 경기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압도적 실력을 가진 선수 없이 매번 우승자가 바뀌어 오던 여성 단식에서 두 명의 뛰어난 10대 선수가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2002년생 동갑인 엠마 라두카누와 레일라 페르난데스가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까지 올라오는 모습에 많은 팬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두 선수의 또다른 공통점은 캐나다로 이민 온 아시아 출신 어머니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엠마는 루마니아와 중국인 부모 사이에 캐나다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고, 레일라는 에쿠아도르와 필리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캐나다인이다. 특히 우승자인 엠마가 어릴 때 중국의 친척 집을 방문해서 사촌들이 하루에 10시간 넘게 공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도 열심히 테니스를 치게 되었다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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