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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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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관의 심판역량 극대화 2부

    법관의 심판역량 극대화 2부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민사사건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법인이 민간업체와 공공성을 띤 내용의 계약을 맺었는바, 법인이 민간업체가 계약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을 구하는 취지의 사건이었다. 1심은 민간업체가 계약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여러 사정상 계약을 해제할 정도의 의무 위반은 아니라는 이유로 민간업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새로이 항소심을 맡은 법인 측 대리인은 항소이유서부터 위 계약이 사법상 계약인지 공법상 계약인지에 관하여 상당 부분 할애하여 다투기 시작했고, 상대방 대리인 역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이에 관해 다투기 시작했다. 오히려 1심에서 주된 공방의 대상이었던 계약 위반 여부, 계약 위반이라면 계약을 해제할 정도인지에 관하여는

    변호사의 청룡언월도(2)
    권역별 소년분류심사원 설치부터

    권역별 소년분류심사원 설치부터

      제1심 재판부 중 가장 넓은 지역을 관할하는 곳은 어디일까? 대구와 경북을 관할하는 대구가정법원 소년부다. 상당한 규모의 지원이 있는 포항, 김천은 물론이고, 울진군, 영양군처럼 대중교통으로 왕복 8시간이 넘는 거리에서 소년과 보호자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출석한다. 한번은 출석하지 않아 알아보니 집 근처 지원에서 재판하는 줄 알고 그곳 법정을 찾아 헤매는 중이었고, 보호자의 생업이나 버스 시간 때문에 재판일시를 조정해 달라는 요청도 드물지 않다.유독 소년보호사건만 지원에서 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소년을 수용하면서 비행 원인을 진단한 결과를 심리자료로 제공하는 소년분류심사원 때문이다. 비행성이 심화되는 단계에 있거나 중한 비행을 저질러 분류심사원에 위탁되는 소년의 대부분은 생전 처음으

    김현성 판사(대구가정법원)
    법관의 심판역량 극대화 1부

    법관의 심판역량 극대화 1부

      2011년도 고등법원 근무하던 시절의 형사사건이다. 피고인이 어린 외국인 아내에게 졸피뎀 등을 먹여 잠을 재운 뒤 집에 방화하여 살해하고 아내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사를 기망하였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었다.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은 직접적인 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만 있었지만 그 증거들은 매우 자극적이고 유력하여 공소사실에 관한 고도의 개연성을 보여주고 있었고 언론 등에서도 피고인이 범인인 것으로 단정하고 피고인을 비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피고인과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극구 부인하였다. 주심이었던 나는 ‘혹시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피고인과 변호인의 변소처럼 집에 강도가 들어와 방화를 하였거나 방화가 아닌 누전 등으로 화재가 난 것일 수도 있지 않을

    변호사의 청룡언월도(2)
    ‘우주법’ 단상(斷想)

    ‘우주법’ 단상(斷想)

      로스쿨 다닐 때 생활비랑 책값을 버느라 법학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로스쿨 인증평가에 장서 보유량이 들어가서 그랬는지, 당시에는 법학도서관이 매달 실로 엄청난 양의 책을 사들였다. 거기에 하나하나 장서인(印)을 찍고 일련번호를 매기는 지루한 작업을 반복했다. 그때 스쳐 지나가듯 본 수많은 책들 중 유난히 눈길을 끌었던 것이 있었는데, ‘러시아 마피야(마피아로 검색하면 안 나옴 주의) 현상의 이해(한종만)’와 ‘우주법(제2판, 박원화)’이 그것이다.제목을 보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러시아 마피야 현상의 이해’를 탐독한 덕분에 러시아 마피야 조직원들의 문신으로 계파 구별을 조금은 할 수 있게 되었다(물론 알아도 특별한 쓸모는 없다). 아울러 ‘우주법’이라는 분야가 있으며, 심지어 그 무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독자적인 채무불이행유형으로서의 이행거절

    독자적인 채무불이행유형으로서의 이행거절

      2018년도에 민사단독 재판을 하던 시절의 일이다. 매수인인 원고가 아파트 매도인인 피고를 상대로 이행지체를 원인으로 한 계약해제에 따른 전보배상을 구했다. 당시 아파트 가격이 치솟고 있었고 이에 따라 계약금, 중도금만 지급받은 피고는 원래의 매매계약대로 매도하기 싫었고 이에 ‘공인중개사가 계약의 내용을 잘못 설명하여 착오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는 등등의 항변으로 계약의 구속력에서 빠져나가고 싶어 했다. 피고 대리인은 피고의 항변을 열심히 주장했고, 원고 대리인은 위 항변에 대하여 열심히 반박했다. 그런데 문제는 원고는 피고가 매매계약을 부당하게 빠져나간다고 생각하고 화가 난 나머지 자신이 지급해야 할 잔금의 이행제공 없이 여러 차례 기한을 정하여 매도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

    변호사의 청룡언월도(1)
    자신을 되돌아볼 때

    자신을 되돌아볼 때

      판결은 재판 사건의 마침표이기도 해서, 판사는 판결을 마친 후 그 사건을 잊으려고 한다. 아니 잊어야만 한다.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는 재판부의 생활 주기상 그러하다. 그렇게 판결을 마친 사건은 과거의 일로 퇴장하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사건이 채워나가게 된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났을까. 그렇게 작별한 것으로 생각했던 사건을 되돌아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바로 상소장 접수. 복잡미묘한 심정이 드는 건 판사로서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정도로 결론을 낸 건 원고에게 최선일 텐데, 여전히 결론에 만족하지 못하고 상고를 한다니!”, “그때 피고가 채택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던 증거조사를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단념하고 항소를 안 했으려나?”, “과연 어떤

    정문경 고법판사(서울고법)
    비열한 거리의 깨진 유리창

    비열한 거리의 깨진 유리창

        자녀를 태우고 차를 운전해 가다 좌회전을 위해 신호대기를 했다. 배달 오토바이 하나가 내 차를 가로질러 바로 앞에 선다. 잠시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신호 같은 건 무시하고 냅다 좌회전을 한다. 더 심한 경우도 봤다.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요리조리 피해 역주행하다 골목으로 쏙 들어가는 모습이라든가…. 같이 있던 자녀는 내게 말했다. “아빠, 엊그제는 인도를 걷는데 오토바이가 인도로 달려오면서 나보고 비키라고 빵빵거리던데”라고. 먹고 살아보려고 그러는 것이겠으나, 아이들이 이런 무질서 속에서 자랐을 때 과연 우리 사회를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게 될지 걱정됐다. 소년재판을 하는 동기의 말을 들어보면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도로 위에서 줄타기하듯 내달리는 오토바이를 보며 아이들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법원 인지대 : 껌값과 금값

    법원 인지대 : 껌값과 금값

      올해 초의 일이다. 파산관재인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하였는데, 1심, 2심 모두 소멸시효 완성으로 패소한 사건에 대하여 상고를 포기하겠다는 취지의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송목적물 가액이 공시지가만 100억 원이 넘었으므로 파산관재인의 의견만 듣고 결정할 수 없어 판결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었으나 소멸시효 기간이나 기산점과 관련된 최근 대법원 판례 경향 등에 비추어 보면 상고심에서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고, 적어도 패소하더라도 판례공보에 실릴만한 판시가 나올 사안으로 여겨졌다. 주심판사와 상의 후 관재인의 허가신청을 불허하고 상고를 제기하도록 했다. 그런데 며칠 후에 인지대를 내야한다고 예금에서 인출하겠다는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정치의 실패와 법원의 역할: 집권여당의 'n차 가처분'에 관한 Q&A

    정치의 실패와 법원의 역할: 집권여당의 'n차 가처분'에 관한 Q&A

          얼마 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당 대표가 제기한 비상대책위원장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인용되어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었다. 그런데 그 가처분 결정을 받아든 국민의힘은 당헌의 불비를 보완했다며 또 다른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거기에 이 전 대표가 이른바 'n차 가처분'으로 맞서며 공방은 끝나지 않고 있다. 현재진행중인 정치 사안에 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여야 하나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와 관련하여 사법부와 그 구성원인 판사들에 대한 그릇된 공세가 이어지는 모습이 보여 부득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읽기 편하도록 Q&A의 형식을 취해보았다.Q 선행 가처분을 한 서울남부지법 51민사부를 못 믿겠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레벨업을 위한 방법(3) - 노동 분야 최신 교과서 읽기-

    레벨업을 위한 방법(3) - 노동 분야 최신 교과서 읽기-

          2019년도 초임부장 시절 사건이다. 피고인이 모 상장사 간부였는데 여러 차례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있고 당해 사안도 그리 가볍지 아니한 음주운전이었다. 변호인은 취업규칙 등을 제시하면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만 받더라도 당연 퇴직되므로 가족관계, 회사에서의 피고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2005년경부터 시행된 취업규칙에는 직무와 상관없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을 받게 되면 당연 퇴직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는데 재미난 것은 위 피고인이 2009년경에 이미 음주운전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는데도 계속해서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던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변호인에게 석명을 구하였는데 의미 있는 답변이 없었다. 그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젊은 판사’들이 ‘워라밸’만 추구한다고요?

    ‘젊은 판사’들이 ‘워라밸’만 추구한다고요?

      재판장 아닌 주심으로 일하고 있는 판사 셋이 같이 저녁을 먹었다. 아내와 자녀가 있는 40대 남자들이다. 뭐 얼마나 살가운 사이라고 이렇게 밥상 앞에 둘러앉아 있나 싶다.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낼모레 선고할 사건의 판결서를 완성해야 해서 어쩔 수 없다.나이만 들으면 ‘부장판사’쯤 될 것 같아도, 법원에 오기 전 사회경력이나 변호사경력이 있어서 그럴 뿐, 법원 내 연차는 셋 다 낮은 편이다. 요즘 저(低)년차 판사는 옛날처럼 ‘부장님’ 밑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면서 일하는 이른바 ‘배석판사’의 역할에 그칠 수 없다. 상당한 경력을 가진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한다는 이른바 ‘법조일원화’ 취지에 맞게 ‘완성형 판사’이고자 하고, 그래서 자기 사건을 장악하고서 진행에 관한 의견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10년 뒤에 깨어나 묻는다면!!!

    10년 뒤에 깨어나 묻는다면!!!

      메디컬론 관련 대법원 판결(2018다295103) 사안이다. 저축은행이 2014년에 의료인에게 1억 원을 연이율 12%, 만기 2년, 매달 원리금 균등 방식의 상환으로 대출하되, 그 의료인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지는 장래 요양 급여채권 30억 원을 담보목적으로 저축은행에 양도하고, 저축은행은 매달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수령하여 약정 원리금에 우선 충당하고 나머지 금액 전부를 의료인 계좌로 입금시켜주기로 약정했다. 저축은행은 약 2년간 공단으로부터 6억3000만 원 가량을 수령하여 그중 1억2000만 원 가량을 약정원리금에 충당하고 나머지 5억1000만 원 가량을 의료인 계좌로 입금했다. 그런데 문제는 대출 당시 의료인이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것이었다(어찌 보면 당연한데, 2014년은 기준금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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