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말 끊지 말고
"오 현자여, 말은 머리와 꼬리가 있으니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끼어들지 말라. 현명하고 사려 깊으며 지성을 갖춘 자여, 타인의 말이 끝날 때까지는 말하지 말라."
오래 전 이슬람 경구를 모아놓은 '장미의 낙원'이라는 책에서 보고 수첩에 옮겨 놓은 문장이다. 요즘 일주일에 반나절 정도는 수명법관으로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는데, 법정으로 향하면서 '말 끊지 말자'라고 늘 다짐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러다간 현명함, 사려 깊음, 지성과는 영영 거리가 먼 사람이 될 것 같아 두렵다. 어느 날은 사건마다 한 시간씩 총 세 건의 준비기일을 쉼 없이 진행하고 돌아왔다. 몸은 파김치가 됐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너무 좋고, 내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700마력짜리 스포츠카를 타고 시원하게
차기현 판사 (광주고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