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생업을 얻기 위하여 굳이 법조인을 꿈꾸지는 않지만, 막상 법조인이 된 후에는 오히려 생활인의 모습이나 판단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가끔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1999년 세기말의 겨울, 동료 연수생들과 진로에 대해 한참 고민할 때였다. 한 선배가 반 우스개로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잠시 만나던 분에게 판·검사, 변호사 중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너무나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자신이 상담해 주겠다고 하였단다. “그 중에 어디 일이 제일 어려워?” “여기는 이래서 어렵고, 저기는 저래서 어렵고… 비슷하게 다 어렵다고 봐야지.” “그럼 퇴근은 어디가 제일 늦어?” “검사는 처음부터 일이 많다 하고, 판사는 계속 일이 많다 하고, 변호사는 소나기처럼 일이 많다 하니,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