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안에서 생긴 일
몇 년 전 일이다. 아침에 택시를 타게 되었다. 출근 시간에 택시를 타면 평소 목적지로 맞은 편 00아파트를 이야기하는데, 그날따라 그만 법원으로 가 달라는 말이 바로 나와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기사님이 잠시의 침묵 뒤 “판사님이시죠?” 하신다. 아차 싶었지만 유독 피곤하였던 탓인지, 거짓말에 서툰 안타까운 주변머리 탓인지, 그만 "아~ 예" 하고 웃고 말았다. 판사임이 알려지고 편안한 소리 듣기가 쉽지는 않을 터라 약간 긴장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 마디 감탄사 후 바로 물어보신다. “혹시 000 판사님이라고 아세요?” 알아도 모르고, 마땅히 몰라야 할 일이다. “예, 모르는 분이네요.” 그래도 아랑곳없이 말씀을 이어 가신다. “제가 그분한테 재판이 있었거든요.”
말씀인즉슨, 재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