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되돌아볼 때
판결은 재판 사건의 마침표이기도 해서, 판사는 판결을 마친 후 그 사건을 잊으려고 한다. 아니 잊어야만 한다.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는 재판부의 생활 주기상 그러하다. 그렇게 판결을 마친 사건은 과거의 일로 퇴장하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사건이 채워나가게 된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났을까. 그렇게 작별한 것으로 생각했던 사건을 되돌아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바로 상소장 접수. 복잡미묘한 심정이 드는 건 판사로서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정도로 결론을 낸 건 원고에게 최선일 텐데, 여전히 결론에 만족하지 못하고 상고를 한다니!”, “그때 피고가 채택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던 증거조사를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단념하고 항소를 안 했으려나?”, “과연 어떤 이유로 상고했을까
정문경 고법판사(서울고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