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ㄴ'의 추억
“친구한테는 만졌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아니라는 건가요?” 강제추행 사건 피고인에게 묻자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단다. 빤한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에 채팅 기록을 스크린에 띄우고 다그쳤다. 언성도 높아졌다. “여기, 친구가 물으니까 본인이 ‘ㄴㄴ’썼네요. ‘네네’란 거잖아요!” 순간 법정이 조용해졌다. 피고인은 이것도 모르냐는 눈빛으로 말했다. “판사님, 그거 ‘노노’인데요.” 민망함, 미안함, 다행스러움과 함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리 알려 주셔야 알죠.’
판사가 모르는 건 초성체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전문용어도 모르기는 매한가지다. 지금 담당하는 행정사건 기록 곳곳에도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 가득하다. 사건에서 판사가 자주 접하는 것은 법령이지 그 사건 속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재
한지형 판사 (서울행정법원)